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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이용 적으면 건보료 年 최대 12만원 되돌려 준다

산야초 2024. 2. 4. 14:43

의료 이용 적으면 건보료 年 최대 12만원 되돌려 준다

병원·약국에서 쓰는 바우처 형태로
과다 이용 시에는 본인 부담률 높여

입력 2024.02.04. 14:02업데이트 2024.02.04. 14:07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연합뉴스

 

정부가 앞으로 연간 의료 이용이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해 전년에 납부한 보험료의 10%를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로 지급한다.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건강보험이 지급하는 의료 서비스 가격)를 높여 필수의료를 보장하고, 비급여와 급여의 혼합 진료를 금지해 의료 남용도 차단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외래 이용 횟수가 많은 것을 감안해, 분기별로 개인의 의료 이용량 및 의료비 지출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4일 오후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5년마다 수립된다.

 

복지부는 지역·필수의료의 의사 부족 등으로 국민 건강이 위협 받고, 저출생·고령화로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이번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발표에 담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건강을 잘 챙긴 이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연간 의료 이용이 현저히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전년에 납부한 보험료의 10%(연간 12만원 한도)를 의료기관 또는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 지급한다. 복지부는 먼저 의료 이용량이 적은 20~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평가를 거쳐, 전체 연령 가입자를 대상으로 확대할지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저평가된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에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현재 행위별 수가 제도는 진료량에 따라 수가를 지급하기 때문에, 의료 행위의 난도가 높고 당직 및 대기 시간이 긴 소아과·산부인과·외과 등의 필수의료는 노동 강도에 비해 수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는 의료 행위의 난이도와 위험도, 의료진의 숙련도와 당직·대기 시간 등을 반영한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 대안적 지불제도를 도입해 중증진료체계 강화나 지역 의료 혁신 등의 시범사업 성과 달성에 따른 보상도 지급할 계획이다.

 

의료 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는 급여와 비급여의 혼합 진료 금지가 도입된다. 도수 치료와 백내장 수술 등에서 실손보험(비급여 부문)을 받았다면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연간 외래 이용 횟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3배 가까이 높은 점을 감안해, 정부는 분기별로 개인의 의료 이용량 및 의료비 지출을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등을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의료 과다 이용 시에는 본인 부담을 높아지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외래 진료를 연 365회 초과 이용하면 본인 부담률을 90%로 올리거나, 물리 치료를 1일에 1회 초과 이용하면 본인 부담을 상향하는 식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꼭 필요한 의료를 튼튼히 보장하고 합리적으로 가격을 조정해 의료 공급을 정상화하겠다”며 “불필요한 의료 쇼핑 등 의료 남용을 줄이고 의료 혁신 지원 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때 다초점 렌즈... 건보 혜택 안준다

입력 2024.02.04. 22:15업데이트 2024.02.04. 23:00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회사원 배모(40)씨는 지난해 건강보험료로 약 310만원을 냈다. 그런데 매년 받는 건강 검진을 빼면 작년 한 해 병원을 찾은 건 감기로 두 번, 치과에 한 번 간 게 전부다. 2023년 건보료로 150만원가량 낸 아내도 병원 갈 일이 거의 없었다. 배씨는 “1년에 365번 넘게 병원 간 사람 숫자만 2500명이 넘는다는 뉴스를 봤는데, 우리가 낸 건보료는 결국 그 사람들이 다 쓴 것 아니냐”고 했다.

 

작년 접촉 사고를 당한 전모(41)씨는 병원에 갔다가 “실손 보험이 있으면 도수 치료도 받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물리치료에 더해 비급여인 도수치료까지 끼워 파는 경우다. 전씨는 “실손 보험료를 내고 있으니 도수 치료까지 받았다”고 했다. 병원은 건보공단(건강보험)과 보험사(실손보험)에서 모두 치료비를 받았다.

 

복지부가 4일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 계획’은 이 같은 의료 남용을 막아 건보 재정을 아끼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2019년 발표한 ‘제1차 종합 계획’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진료를 급여화하는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었다.

 

이번 계획에 담긴 ‘건강 바우처’는 배씨처럼 병원 갈 일이 없는 가입자가 전년도에 낸 건보료의 10%를 병원·약국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로 돌려받는 제도다. 복지부는 ‘분기별 의료 이용 1회 미만’을 예로 들었는데, 연간 최대 12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배씨의 경우엔 부부 합산하면 총 24만원의 바우처를 받는 것이다. 일단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하고, 이후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의료 이용이 연 365회를 넘으면 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현재 20% 수준에서 90%로 높인다. 물리 치료도 같은 의료기관에서 하루 2회 이상 받으면 본인 부담률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2021년 기준 우리 국민의 연간 외래 이용 횟수는 평균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9회의 약 3배다. 2021년 한 해 500회 넘게 외래진료를 받은 사람도 532명에 달했다. 최대 2050회 진료를 받은 건보 가입자도 있었다. ‘의료 쇼핑객’들이다. 복지부는 “분기별 의료 이용 횟수와 의료비 내역 등을 국민에게 모바일 알림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2023년 10월 서울 성북의 한 소아과병원 진료대기실 모습./연합뉴스

 

정부는 ‘비급여 과잉 진료’도 손보기로 했다. 급여인 물리 치료를 하면서 비급여인 도수 치료를,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비급여인 다초점 렌즈 수술을 끼워 팔면 건강보험 혜택은 안 준다는 뜻이다. 또 ‘마늘 주사’ ‘신데렐라 주사’처럼 병원마다 이름이 제각각인 비급여 항목도 명칭과 분류 코드를 표준화해 권장 가격을 제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 의료 분야에 5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가 체계를 바꿔 중증·응급 등 분야에 더 높은 수가를 책정한다.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6년 건강보험 수지는 적자로 돌아서고, 2028년 적자가 1조583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10월 국회예산정책처는 2028년에 적립금이 모두 소진되고 2032년 누적 적자액이 61조6000억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건보 재정이 화수분은 아니다.

 

현재 건강보험료율(7.09%)은 법정 상한인 8%에 가까워졌지만, 일본(10~11.82%), 프랑스(13.25%), 독일(16.2%) 등 주요국보다 낮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2028년까지는 보험료율이 8%를 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법정 상한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고령화 등으로 점점 상한에 점점 가까워질 것이므로 향후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연금개혁 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등 건보 재정 적자 요인이 쌓이고 있다”면서 “혼합 진료와 의료 쇼핑 금지 등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1977년부터 고정돼 있는 건보료율 상한선을 올리는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논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