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의 직무도 정지해야
의회 독재로 나라 멍든다
일종의 무고죄, 세비 반납하라
탄핵 남발은 직권남용보다 해악
국회 해산 절차도 부활을
국회도 잘못하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불체포-면책 특권을 포기하라는 말은 이제 그만두겠다. 입만 아프다. 국회에 윤리위와 의원 제명 규정을 뒀다지만 국민 눈을 속이려는 위장망에 불과하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에게 무시당한다. 의무 조항은 있는데 벌칙이 없다. 그걸 ‘훈시적 의무 조항’이라면서 당연한 것처럼 뻗댄다. 최초 입법 취지는 있었겠으나 이젠 퇴색했다. 행정 독재가 아니라 의회 독재로 나라가 멍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오로지 차기 선거에 의해서만 책임진다는 오만한 자기 기만에 빠져 있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로 꽃피우는 게 아니라 선거로 망한다. 포퓰리즘이라는, 합법을 가장한 매표 시스템에 따라 파탄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탄핵 소추는 국회가 휘두르는 기소 권한이다. 그러나 인기 영합적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국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삼권분립에 체크 앤드 밸런스가 상호작용으로 살아 숨 쉰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그 공직자의 직무는 정지되고 기능은 마비된다. 탄핵 대상은 부처의 장(長)일 경우가 태반인데, 소추만으로도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고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다. 그 손실의 일차적-직접적 피해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이 있기까지 최장 180일(6개월) 동안 그렇다.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그걸 발의한 의원들은 일종의 무고죄를 저질러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친 셈이므로 그 결과에 대해 당장 임박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음 선거로 의회를 갈아치울 때까지 4년은 너무 길다.
국가의 권능은 입법-사법-행정이란 솥발 세 개를 딛고 정립(鼎立)하는 최상위 존엄이자 구성체로서 존재한다. 국가의 권능은 하위 구성체에 불과한 국회-법원-정부를 삼엄하게 다스리고 거느려야 한다. 특히 국회가 정파적-극단적 진영 프레임에 갇혀 표준적인 대의민주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권능은 솥발 세 개에 균평한 상호 견제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삿된 견제로 기회를 남발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어야 한다. 탄핵 남발에 따른 국민적 피해는 반드시 구제하고 변상해야 한다. 국회의 탄핵 남발은 행정부의 직권남용보다 몇 배 더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먼저 남발의 싹을 잘라야 한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의 탄핵 발의는 특정 정권의 임기 5년 동안 3회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현대 스포츠의 핵심적 특징 중 한 가지는 비디오 판독에 있는데, 요청 횟수가 제한돼 있다. 무한정 용인하면 경기 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정 운영을 긴 기간 중단시키는 탄핵 요청에 있어서랴.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소추안에 서명한 의원들의 의정 활동도 6개월 동안 정지돼야 한다. 이 기간 세비도 반납해야 한다. 아울러 기각된 탄핵 소추안에 무고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할 ‘탄핵 남용 의혹 특검법’이 자동적으로 발동돼야 한다.
최고 존엄인 국가의 권능은 대개 신상필벌(信賞必罰)로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밝힌다. ‘신상’의 대표적 표현이 사후까지 국가 유공자를 모시는 입법과 정책 실천이다. ‘필벌’은 자국 국민에게 해악을 끼친 내외의 가해 세력에 재산 변제 혹은 신체 구속의 책임을 끝까지 물음으로써 완성된다.
제대로 발전한 자유 민주국가는 신상은 후덕하게 베풀고 필벌은 가혹하게 징치함으로써 존엄과 권능을 격상하는데, 그래야만 국민들이 국가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고양하게 되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세련된 형식의 국력으로 승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통계상 잡히는 국가 사이즈와는 크게 관계없는 일이다.
다음 개헌 때는 ‘국회 해산 절차’를 부활시켜야 한다. 한비자는 국가가 신상필벌을 해야만 백성이 전쟁터에 나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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