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억새와 백사장이 펼쳐진 '굴업도'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입력 : 2011.11.30 14:43 | 수정 : 2011.12.01 10:39
길게 늘어진 능선 위로 억새가 금빛, 은빛 물결을 뽐내고, 그 사이로 꽃사슴과 염소떼가 뛰놀고 있다. 입동(立冬)이 지난 지금도 늦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인천의 '굴업도'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90㎞ 떨어진 이곳은 '사람이 엎드려서 일하는 모습'처럼 생겨 '굴업도'라 불리게 됐다. 이곳은 육지보다 한 달가량 계절이 늦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 '굴업도'를 찾았다.
섬으로 향하기 위해 인천연안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입동이 지나서일까 날씨가 많이 추워진 느낌이다. 터미널에는 섬을 찾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 '해양호'에서 바라본 굴업도의 모습. 사람이 엎드려 있는 모습으로 섬이 길게 늘어져 있다.
굴업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덕적도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인천을 출발한 쾌속선은 약 한 시간 만에 덕적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뒤 저 멀리 굴업도로 향하는 배가 선착장에 들어오고 있었다. 쾌속선과 달리 커다란 고기잡이배의 모양이다. 배는 사람들을 태우자마자 굴업도로 향했다. 배시간은 기상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경우가 많으니 선착장을 떠나지 않는 것이 좋다.
굴업도로 향하는 배는 다른 쾌속선과 달리 좌석이 없다. 바닥에 앉아서 가거나 누워서 가야한다. 높은 파도가 아님에도 배는 좌우로 심하게 요동쳤다. 여기서 멀미를 적게 할 수 있는 팁을 이야기 하면 뱃머리를 기준으로 90°가 되도록 누우면 된다.
▲ 굴업도는 지난 2009년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생명상(대상)을 수상한 곳이다.
약 한 시간가량을 달려 굴업도에 다다랐다. 멀리서 바라본 섬은 정말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모습'처럼 낮고 긴 모습이다. 선착장에서는 서인수 이장이 관광객을 반기고 있었다. 그는 관광객들을 차에 태워 마을로 향했다.
차를 타고 약 5분 정도 달리니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은 시간이 멈춰 있는 듯이 조용했다. 슬레이트로 지어진 민박집 대여섯 채가 전부다. 숙소에 짐을 푼 뒤 섬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을 소나무 숲을 지나 '큰말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것과 같이 순백색을 자랑한다. 모래가 고와서일까 걷는 느낌도 여느 해변과 다르다. 물기가 여려있는 모래 위를 걸으니 눈길을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 마을 앞의 '큰말 해변'의 전경. 백사장은 고운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것과 같이 순백색을 자랑한다.
해변을 지나 '개머리언덕'으로 향했다. 이곳은 트레킹코스로 유명하다.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억새군락은 제주의 올레길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능선이 비교적 완만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다만 이곳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허가 없이 무단으로 오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언덕에 오르니 은빛 물결을 일렁이는 억새군락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릎 정도 길이의 억새는 산 주위를 빽빽하게 뒤엎고 있었다.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걷다보니 사방에 펼쳐진 절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 개머리언덕에서 바라본 굴업도의 모습. 무릎 정도 길이의 억새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약 10분 정도 걸으니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억새군락의 모습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들판을 걷다보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꽃사슴과 흑염소가 들판을 뛰놀고 있었다. 이들은 약 20년 전 마을 주민들이 방목한 것으로 그 개체 수는 약 250여 마리에 이른다. 가까이 촬영하기 위해 동물들에게 다가갔지만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서일까 모두 쏜살같이 도망쳤다.
마을을 떠난 지 약 한 시간 만에 언덕 끝자락에 도착했다. 남서쪽으로 백아도와 지도, 울도 등 섬들이 신기루처럼 아른거렸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마을로 돌아갔다. 오를 때는 해변을 통해 왔지만 내려갈 때는 마을 뒤편의 산책로를 이용했다.
▲ 개머리언덕에서 만난 '꽃사슴'이 억새군락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
다음날 오전 물때를 맞춰 '토끼섬'으로 향했다. 큰말 해변 왼편에 위치한 이곳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섬에 들어가니 독특한 해안지형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파도가 치는 모습과 커다란 활의 모양을 닮았다. 어느 실력 좋은 조각가도 이처럼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독특한 해안지형을 만든 주인공은 '소금'이라고 한다. 바닷물의 소금기가 세월이 흐르며 바위를 녹여낸 것이다. 바위에 다가서니 그 크기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약 100m 정도의 길이로 늘어진 바위를 걸으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 '큰말 해변' 왼편에 위치한 '토끼섬'에서는 소금에 녹은 바위의 독특한 해안지형을 만나볼 수 있다.
'◐,여행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로호 따라 시원한 눈맛이 일품 (0) | 2015.10.10 |
---|---|
아홉계단 돌들이 빚은 '구계등 오페라' (0) | 2015.10.08 |
●추석 연휴 서울도심 '정말 걷기 좋은 숲길' 7선 (0) | 2015.09.25 |
●기행ㅣ울릉도의 맛 + 해남해안산책로]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0) | 2015.09.23 |
자연휴양림도 진화한다 : 이색휴양림 4選 (0) | 2015.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