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자료

●삼라만상이 깨어난다 경칩(驚蟄)

산야초 2016. 3. 4. 22:07

▲게티이미지뱅크



경칩 나들이 나온 개구리 3형제


 

                 

           천둥 번개로 깨우는 봄



24절기 중에서 가장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이 경칩(驚蟄)이다.

(驚)은 ‘말(馬)이 몸을 긴장시켜(敬) 놀라다’라는 뜻이다.

(蟄)은 ‘벌레(虫)가 땅 속에 붙잡히다, 숨다(執)’의 뜻이다.

절기의 대부분이 기후나 농사일과 밀접한 실용적인 이름인데 반해,

경칩은 겨우내 잠을 자다 어느 순간 팔딱 깨어나는 개구리와 벌레들을 떠올리게 해

땅 속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땅 속에 숨어 있던 벌레들이 개구리를 깨우는 알람은 뭘까?

이 즈음이면 하늘에는 이미 봄이 왔고 땅 속 깊은 곳에도 봄이 도착했다.

이제 그 중간에 사는 식물, 동물들에게 봄의 바통이 넘겨져야 한다.

봄의 양기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점차 지면으로 향하던 중 동면하는 생물들의 맥을 살살 건드리며

움직거리게 한다. 그리고 이때, 하늘과 땅의 기운을 뒤섞는 외침이 들린다.

번쩍! 콰과광!! 경칩은 12지 중에 월에 해당하는데 이는 에 해당하고

은 바람이나 천둥, 번개를 일으키는 기운이다.

물론 입춘인 월도 이긴 마찬가지나 그때는 땅에 음기가 가득해 함께 약동할 수 없는 시기였다.

즉 옛사람들은 경칩에 이르러 치는 천둥, 번개가 땅 속의 생물을 깨운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잠깐! 봄이 오는 순서를 음미해보면 재미있는 음양(陰陽)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봄은 천지의 기운이 음(陰)에서 양(陽)으로, 정(靜)에서 동(動)으로 이동하는 때다.

 땅에서도 가장 먼저 봄을 맞는 것은 정적인 음(陰)의 기운을 가진 식물,

그 다음이 동적인 양(陽)의 기운을 가진 동물이다.

그러니 우수(雨水)의 마지막 5일, 어린 아이 이가 나듯 초목이 쑤욱 올라온 무대에

땅 속에 있던 동물들이 잠을 털고 지면 위로 팔짝! 튀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넘쳐나는 木기



경칩은 卯월에 해당한다. 좋아하는 친구를 생각하면 든든하고 힘이 나듯 卯의 마음에는 항상 ‘절친’ 甲과 乙이 있다.

卯와 甲, 乙 모두 木기운에 해당한다. 즉 세 친구의 木기가 천하를 ‘접수’하게 되는 것이다.

木은 싹이 땅을 뚫고 움터 오르듯 야무지게 솟아오르고 뻗어나가는 기운이다.

그러니 이 즈음되면 사람의 마음에도 불쑥불쑥 초목이 올라오고 개구리가 뛰어다닌다.

그런 고로 무언가 시작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자연 들게 마련인 것이다.

옛사람들은 겨우내 매서운 추위와 바람에 무너진 흙벽과 담을 쌓는 것으로 움직임을 시작하였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여겼는데, 이는 경칩이 卯월 즉 木의 기운이 생동하는 시기라

木을 제어하기 위해 흙(土)의 기운을 빌린 것이다. 

 
그럼  木기 넘치는 경칩에 왜 흙일(土)을 했는지 살펴보자.

오행의 순환에서 木극土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쉬운데, 이는 아마 넘치는 木기에

극을 당하는 土기를 보완하기 위해 특별히 흙을 가까이 할 것을 권한 것이리라.

또한 이때 고로쇠나무를 베어 달달한 수액을 마셔 위장병과 속병을 예방했다고 한다.

이것은 흙(土)으로부터 흡수한 나무의 수액을 마심으로써 土에 배 비, 위에 돌려주어

위장병을 예방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몸의 장부 역시 오행으로 설명가능한데 비, 위는 땅(土)에서 자란 것을 바로 받아들이는 장기이므로

土에 배속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액의 달달한 맛 또한 土기를 보완하는데 도움이 된다.

앗! 이 말이 설탕물에 푹 절인 ‘크리스피 도넛’을 먹는 누군가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지 않기를.

 土기가 조화와 균형을 의미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土기를 돋구어주는 단맛은 설탕이나 초콜릿처럼 자극적인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같은 단맛이라도 이런 자극적인 단맛은 위로 치밀어 오르거나 빠른 변화를 상징하는 火기가 되어버린다.

즉 土는 조청이나 꿀, 고구마, 과일처럼 우리 몸이 놀라지 않는 은은한 단맛에서 얻을 수 있는 기운인 것이다. 

 

반면, ‘시작이 반’인 걸 믿고 여기저기 일을 벌이며 그걸로 위안 삼는 사람들은 좀 다른 경칩을 보내야 한다.

그 분들은 본래 木기운을 많이 타고 났을 것인데, 경칩의 木기까지 받으면 木이 태과다.

 

여기서 퀴즈! 木이 넘치면 가장 힘들어질 오행은 무엇일까? 딩동댕~~ 바로 木에게 극을 당하게 되는 土다.

 따라서 이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건 ‘土종합세트’! 믿거나 말거나 일지도 모르지만,

일 벌려놓고 늘 괴로워하는 분들은 눈 딱 감고 시도해볼만하다.

 이 시기에 비위가 약해져 소화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가까운 산에 산책이든 등산이든

가서 자주 흙(土)과 접촉해보자.

또 달달한 과일과 꿀차, 고구마 등도 특효약! 덧붙여 土의 색인 황색 위주로 코디를 한다면

土기운을 받아 일상의 조화와 균형을 지키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달콤한 봄의 물, 고로쇠 수액! 단맛은 우리 몸의 중심인 비위를 튼튼하게 만든다. 비위가 망가지면 기와 혈이 부족해져서 사지가 늘어진다. 이때는 단맛이 나는 음식들이 제격이다. 그러나 과용은 금물!

 


 

                             달갑지 않은 손님, 춘곤증


 

봄이 되면 몸이 나른해지고, 밥만 먹었다 하면 졸리기 일쑤!

 

춘곤증은 '봄 춘'(春)자에 '괴로울 곤'(困)자를 씁니다.

곤자는 괴롭다는 뜻 외에도 '부족하다', '통하지 아니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한자도 나무가 ☐ 안에 갇혀있는 형상이지요.

춘곤증이란 사방으로 둘러싼 담장에 갇힌 나무처럼 몸이 무기력한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이는 겨울 동안 몸 안에 쌓여 있던 노폐물들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혈액순환과 소화기능이 약해져 자연히 나른하고, 노곤하게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먹는 것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는 뜻인데요,

여기에는 음식에 담겨 있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먹는 것이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봄나물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 몸에 봄의 기운을 불어넣는다는 의미인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봄에 먹으면 좋은 봄나물을 소개하려 합니다.


 

 

 

                                흥미로운 卯월의 별자리

 

 

묘월에 했더 일은 바로 도량형을 맞추는 일이다.

온갖 저울추와 됫박들 등의 도량형을 점검하고 고르게 한다.

왜냐? 우주의 음양이 평형을 이루는 때이므로 기울어진 저울추에 영점을 잡기 좋은 때라고 본 것이다.

저수의 상(像)이 저울추에 됫박을 매단 모습이라는 점도 이와 상통한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서양 별자리로도 이 별이 저울의 형상이라는 점이다.

저수의 일부분은 서양의 천칭자리와 겹친다. 그리스인들은 이 별자리를 전갈자리의 집게발이라 보았다.

그래서 이 별자리의 알파별(별자리의 별 중 가장 밝은 별)에 ‘주벤엘게누비’라는 이름을,

베타별(별자리에서 알파별 다음으로 밝은 별)에 ‘주벤에샤마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두 전갈의 집게발이라는 뜻이다. (그중 주벤에샤마리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녹색 별로 유명하다.) 


빨간줄이 베타별인 주엔에샤마리, 노란줄이 알파별인 주벤엘게누비


그런데 로마의 황제 카이사르는 이 별자리의 신화를 재창조했다.

 당시 이 별자리가 추분점에 위치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리라.(물론 지금은 세차운동으로 당시와는 격차가 생겨버렸지만.^^)

안정된 통치기반을 갈망했던 그는 하늘의 별들 중에서도 누군가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이 별을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가 손에 쥔 천칭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신과 인간이 교통하던 황금시대가 저물고 인간이 갈수록 타락의 일로를 걷게 되자,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는 깊어가는 분쟁과 갈등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

저울추를 기울이며 옳고 그름을 따졌다. 하지만 신과 인간의 관계가 어깃장이 나버린 철의 시대가 되자,

그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인간들의 세계를 버려두고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고 말았다.

로마인들은처녀자리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라고 여겼고,

여신의 손에 들린 천칭이 이 별자리, 천칭자리라 생각했다.


 

 

동서의 점성가들은 공히 저 하늘의 저수 혹은 천칭자리에서 우주의 조화와 균형을 읽어냈다.

치우친 기운을 다잡으려 우주가 거대한 용트림을 하는 시기! 바로 저성이 뜨는 묘월의 풍경이다.

묘월을 맞이하야, 우리도 기울어진 일상의 무게 중심을 다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묘(卯) - 목기의 전성시대?



 

묘월은 절기로 경칩과 춘분에 해당한다.

태양이 춘분점에 도달하고, 땅에도 봄이 와서 동물들이 깨어나는 시기인 것.

이때는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자수(子水)로부터 시작된 양기가 차츰차츰 물(!)이 올라 인월에 움튼 목기(木氣)

본격적으로 자라나는 때가 바로 묘월인 것이다.

시간으로 보면 묘시(오전 5시 30분~7시 30분)는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하는, 분주한 시간이다.

사람의 일생으로는 이팔청춘의 시기를 묘목으로 떠올리시면 될 것 같다.

토끼는 영민함 말고도 토끼는 왕성한 번식력도 의미한다.

포유류들이 대체로 짝을 짓는 계절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은데,

토끼는 사람과 함께 1년 365일 내내 번식(!)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산의 상징이자, 왕성한 목기로 적합한 지지인 셈이다.

이러한 번식력은 육식동물에 비해 약자이기 때문에

종족의 보존 차원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갑자기 「플레이보이」의 마스코트가 토끼인 것이 떠올랐지 뭡니까;; 흠흠;;)

 

묘의 지장간은 甲과 乙이 있다.

인의 지장간은 戊, 丙, 甲으로 인목에 비해 묘목이 훨~씬 목기로 충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주명리에서는 지지에 묘목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특히 을목과 묘목을 일주로 갖고 있는 사람은 목 기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을묘(乙卯) 일주를 물상으로 ‘거대한 느티나무’로 볼 수 있는데,

을축(乙丑) 일주가 ‘습지의 갈대’, 을사(乙巳) 일주가 ‘활짝 핀 꽃’,

을미(乙未) 일주는 ‘6년 된 인삼’, 을유(乙酉) 일주는 ‘암벽의 풍란’,

을해(乙亥) 일주는 ‘호수의 부평초’라고 표현한 점도 재미있다.

 

을목이 덩굴 식물이나 화초에 많이 비유되곤 하는데,

묘목은 천간의 을목을 떠올리셔도 무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