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친환경 ‘쌈 채소 꾸러미’

산야초 2016. 4. 6. 23:18

친환경 ‘쌈 채소 꾸러미’

입력 : 2016.04.06 09:44

익산시 춘포면 ‘애벌레 농장’ 김훈 대표

싱싱한 채소를 식탁까지 그대로 전달

서울에서 13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온 김훈(43) 씨는 4년 전 전북 익산으로 귀농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익산시 춘포면 신동리에서 ‘애벌레 농장’을 운영하며 적근대, 비트, 케일 등 수 십 가지 종류의 쌈 채소 농사를 짓고 있다.

쌈 채소의 종류는 다양하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셀러리를 비롯해 로메인, 청경채, 적근자, 적비트, 케일, 쑥갓 등 각각의 효능도 뛰어나다. 직접 섭취할 때 다양한 채소가 지닌 독특한 향미와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가열하지 않고 그냥 먹을 때 비타민 손실이 적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많은 사람이 건강한 식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친환경 채소를 많이 사서 먹는다. 쌈 채소는 샐러드나 고기와 함께 먹으면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신선하고 건강한 쌈 채소를 농장에서 친환경으로 직접 재배해 신선함을 식탁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귀농인을 만났다.

익산시 춘포면 신동리에서 4년째 ‘애벌레 농장’을 운영하는 김훈 대표(43). 애벌레와 연관이 있는지 궁금증이 일었는데 “쌈 채소를 친환경으로 기르기 때문에 가끔 애벌레도 나온다”며 “그래서 농장이름을 ‘애벌레 농장’으로 짓게 됐다. 농장 대표 상징인 애벌레 그림은 친척 허영만 화백이 그려준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직접 수확하는 쌈 채소를 돌보느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당일 수확하는 수 십 가지의 쌈 채소는 아이스박스에 담아 거래처에 보낸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김 대표. 서울 삼성생명에서 13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왔다.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고 좀 더 생산적인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졌다.


농산물 지인들과 나누며 수확의 기쁨 누려

때마침 큰 처남이 20년 넘게 익산에서 쌈 채소를 기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맞아! 농사가 답이다’라고 생각했다. 6년 넘게 주말농장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첫째 딸이 아토피가 있어 먹거리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그때부터 가족이 함께 주말농장을 다니면서 익산에서 가져온 채소 씨앗을 텃밭에 심었다. 주말농장이 있던 김포 민통선 인근에서 다양한 작물은 물론 배나무를 분양받아서 정성 들여 가꿨다. 그리고 과일과 채소를 수확할 때 지인들에게 나눠주며 기쁨을 나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한 지인은 그에게 “선물 받은 과일로 추석 차례 지낼 때 잘 사용했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열심히 땀과 정성으로 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나누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 대표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수 십 가지의 쌈 채소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며 푸른 싹을 틔웠다. 푸른 새싹을 보고 있자니 생동감이 넘친다.
이후 본격적으로 귀농에 대한 의견을 아내 김은희(43) 씨와 나눈 뒤 부인의 고향이자 큰 처남이 쌈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익산으로 내려왔다. 그는 처음부터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년 동안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열정을 쏟으며 쌈 채소 관련 재배기술을 열심히 보고 배웠다. 처음부터 작목을 정하고 배웠기 때문에 귀농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평소 하고 싶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신이 나고 행복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2월 드디어 독립을 선언했다.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푸짐한 자연주의 식탁을 꿈꾸며

김 대표의 친환경 쌈 채소 수확물은 익산 시내 식당을 포함해 익산 두여정보화마을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가장 큰 수입처는 기업체 고객 선물용이다. 귀농 전 그가 다니던 직장에서 고객선물용으로 보내는 것 중 하나를 바로 친환경 쌈 채소로 선택한 것이다. 싱싱하고 맛있는 그의 꾸러미 쌈 채소를 한번 먹어본 소비자들은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다. 요즘 들어 ‘농사짓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김 대표는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빨리 귀농을 할 걸 그랬다”라고 후회한단다.

그는 현재 3동(1000제곱미터)의 비닐하우스와 500제곱미터의 노지에 셀러리, 상추, 콜라비, 적근대, 비트, 케일 등 40여 가지의 다양한 쌈 채소를 기르고 있다. 아침 일찍 일터로 나온 뒤 밤낮없이 수확작업에 매진한다. 몸은 고되지만, 자신만의 농사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일은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익산 농업인대학과 전북 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채소 관련 다양한 재배기술을 배우고 있다. 평일에는 농업마이스터 대학에 가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가끔 수확물을 맞추기 위해 새벽이나 밤늦게 농장을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하면서 공부하느라 힘들 법도 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직접 농사에 접목해 볼 수 있어서 더 보람된다는 것. 더 열심히 다양한 채소를 연구하고 심어 볼 생각이다.

비닐하우스와 500제곱미터의 노지에 케일과 상추 등을 심고 가꾼다. 농장 안에는 친환경 퇴비와 농사 관련 물품이 잘 갖춰져 있다.
앞으로 2~3년 뒤에는 시설을 좀 더 보강하면서 재배면적을 확장할 계획이다. 수도권에 있는 레스토랑 등에도 쌈 채소가 납품이 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익산에서 서울까지 ktx로 1시간 15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오전에 수확한 뒤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다른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연구하며 농사짓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싱싱한 채소를 건강하게 바로 먹을 수 있는데 이만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김 대표의 노력은 오늘도 멈춤이 없다.


땀 흘린 노동의 대가 결실 맺고파

김 대표는 귀농인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통 ‘돈 되는 작물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데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비유하곤 한다. 자신이 원하는 작목을 선택한 뒤 본인이 인턴이라고 생각하고 1년 정도는 열심히 보고 배워야 한다는 것. 사계절 생육환경을 겪다 보면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노동력에 맞는 면적을 임대한 뒤 생산 활동에 집중해야 잘 판매할 수 있다. 집은 천천히 구하더라도 그에 앞서 농업기술센터 등을 활용해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고 2~3년이 지난 다음 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무턱대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아직도 육묘파종이 제일 어렵다고 말하는 김 대표. 파종이 전체농사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겨울에는 난방비 대비 시장가격이 낮아 어렵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노력하고 연구할 것이다. 더 나은 삶과 또 다른 경쟁력을 위해 앞으로 달려가는 김훈 대표. 땀 흘린 만큼의 대가가 꼭 따르리라고 믿는다.

무더운 여름 땀 흘리며 곡식을 옮기는 일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김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더 많은 판로처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의 활약을 기대한다.


김훈씨가 전하는 귀농, 귀촌 tip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귀농은 인턴과정과 비슷하다”

예비 귀농인들이 자신에게 귀농에 대해 이것저것 물을 때면 ‘의사가 되는 과정’ 중에 인턴과정을 빗대어 말한다. ‘배우면서 일하는’ 귀농 인턴과정을 거쳐야 한다. 1년가량 일손을 도우면서 사계절을 보내고 내가 키울 작물에 대한 노하우를 몸으로 직접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한 다음 시설에 투자해도 늦지 않는다.


자료제공·전라북도 귀농귀촌 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