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테라스하우스 인기, 왜?
도심 속 정원(urban garden)에 뿌려진 흥행 씨앗이 싹을 틔웠다. 연립주택이 테라스를 만나 고급 주거지로 변신하고, 푸대접 받던 아파트 저층에 웃돈(프리미엄)이 붙는 봄날이 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황 모(37·여) 씨는 지난달 남편 회사의 이전으로 일산 지역의 집을 둘러보다 테라스하우스를 본 후 곧바로 계약했다. 주변 아파트보다 4000만~5000만 원이 비쌌지만, 한눈에 반했기 때문이다. 연립형 4층짜리 건물에 꼭대기층만 다락방이랑 테라스가 딸려 있는 구조다. 100세대 규모여서 편의시설과 건물 관리의 이점이 있고 단독주택의 여유로움도 갖춘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황 씨는 아직 이사 전이라 머릿속으로만 그릴 뿐이지만, 테라스 바닥에는 나무 데크를 깔고 한쪽에는 화단을 만들어 화초와 나무를 심고, 여름에는 아이들을 위한 튜브 수영장도 만들고 그늘막 텐트를 구입해 캠핑도 하고 싶다며 끝없이 상상의 나래를 편다. 황 씨는 “아파트가 편리하지만 그래도 자기 집에서 하늘을 보며 누워서 쉰다든가 하는 여유로움은 없을 것”이라면서 “나만의 야외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고 말했다.
황 씨처럼 도심 속 전원생활을 꿈꾸며 테라스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테라스는 건물 안쪽에서 바깥으로 연결된 지붕 없는 공간을 말한다. ‘테라스하우스’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통상 아랫집의 지붕을 테라스 공간으로 활용해 정원이나 휴게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공동주택을 이른다. 대지의 경사도를 이용해 연립주택을 계단식으로 쌓아 올린 형태가 일반적이며, 단지형 타운하우스나 일반 아파트의 저층 세대 일부에 테라스를 조성한 유형도 있다.
Why ‘마당’에 대한 그리움
테라스하우스는 최근 분양 시장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된 테라스하우스는 모두 3866가구로, 1순위 청약자 수는 총 8만331명에 평균 20.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11.0대1)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김종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던 초고층 주택의 편리함을 동경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그리움으로 주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집에 대한 인식이 ‘소유(買)’에서 ‘거주(住)’로 바뀌고 자연친화적 삶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이른바 집에서 머물며 여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stay+vacation)’이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령대로는 아이를 키우는 30·40대가 특히 테라스하우스에 환호했다. 여기에 주택 규모를 줄이려는 은퇴를 전후한 중장년 세대의 관심도 더해졌다. 실제 GS건설이 지난해 분양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의 경우 30대(42%)와 40대(30%)의 젊은 층 비율이 72%에 달했다.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는 40대(34%)를 위주로 30대(27%)와 50대(22%) 비중이 고루 높았다. GS건설 관계자는 “광교파크자이의 경우 테라스하우스에 관심이 높은 30·40대를 비롯해 인근 용인 및 수지 지역 거주자 가운데 주택 다운사이징에 관심이 있는 중장년층의 구매 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What 중소형·10억 원 이하
최근 활짝 만개한 테라스하우스의 인기는 대중화에 뿌리를 둔다. 과거 타운하우스가 주택 규모가 300㎡ 수준의 대형 평형으로 침체기를 맞아 외면 받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최근의 테라스하우스는 대개 150㎡ 이하의 중형 평형으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전용면적 84㎡ 규모의 분양가 5억~8억 원 수준의 테라스하우스가 크게 늘었다.
지난 2008년 남양건설은 경기 용인 동백지구에 288~299㎡ 규모의 타운하우스를 계획했으나 금융위기 여파로 분양에 참패를 겪고 사업을 중단했다. 구원투수로 나선 한국토지신탁이 선택한 것은 전 세대에 개별 마당과 옥상 테라스를 적용한 전용면적 84㎡ 규모의 실속형 타운하우스. 이곳은 모델하우스(4월 15일) 오픈 일주일 전부터 사전 예약을 통해 100여 팀이 다녀갔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과거에는 타운하우스 분양가가 20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형태로 계획됐었지만, 이번엔 전 세대 84㎡ 규모로 4억6000만~4억7000만 원에 분양해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최고 경쟁률 360대1로 주목받은 ‘별내 효성해링턴 코트’도 전체 272가구(특별공급 제외)가 전용면적 84㎡으로 3억 후반에서 4억 후반에 분양됐고,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는 전용면적 84~115㎡ 268가구 규모로 4억 원 후반부터 8억 원 초반까지 나왔다.
부동산 시장의 테라스 열풍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고급 주택에나 들어가던 테라스가 오피스텔과 뉴스테이에도 제공되고, 고층 아파트에도 속속 적용되고 있다. 신영은 지난해 9월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전용 85㎡ 이하의 주거용 오피스텔로 남향을 접한 저층부에 테라스(30실)를 조성했고, 대림산업은 지난해 11월 위례신도시에 전용면적 84㎡ 규모에 테라스를 갖춘 뉴스테이 360가구를 내놨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위례 e편한세상은 뉴스테이로는 공급 가격(보증금 4억5000만 원, 월 40만 원)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테라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평균 10대1의 경쟁률로 인기리에 분양됐다”고 전했다.
Where 신도시 집중 공략, 서울 노른자위에도 상륙 예고
산이나 강변 등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경기 판교, 광교, 일산 등 신도시와 잘 조성된 택지지구 인근에 들어서는 것도 최근 두드러지는 테라스하우스의 트렌드다. 지난 2014년 9월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를 발표함에 따라 건설사들은 아파트 부지 대신 연립주택 용지를 대거 구매해 테라스하우스 분양에 나섰다. 이렇게 신도시나 택지지구 인근에 조성된 테라스하우스는 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신도시의 기반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근래에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도 테라스하우스가 상륙하는 추세다. 가화건설은 지난해부터 부산에서 827세대의 대단지 테라스타운을 분양했고, 현대건설은 오는 7월 강남의 노른자위인 개포지구에 럭셔리 테라스하우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배현정 기자│사진 각 사 제공
테라스하우스 변천사
1986년 준공한 부산 망미 주공아파트는 국내 테라스하우스의 효시로 꼽힌다. 대한주택공사(현 LH주택공사)는 자연녹지 지역으로 바다를 향한 남향 25도, 북서향 40도의 경사를 갖는 구릉지에 테라스주택을 배치했다. 5층 계단식으로 40가구의 테라스하우스가 국내 처음 도입된 것. 테라스주택 사이사이에는 중앙정원이 들어서고 빗물이 고이는 곳에는 생태 연못도 만들어졌다. 친환경 주택의 콘셉트로 진일보한 건축 기법을 시도한 것이다. LH주택공사는 “부산 망미 주공아파트의 테라스하우스는 자연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토공사비를 절감하면서 자연환경과 조화로운 개발을 추구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단지형 테라스하우스는 2000년대 후반 타운하우스라는 고급 주택의 바람을 타고 속속 등장했다. 현대건설은 2009년 경기 용인시에서 웬만한 단독주택 마당보다 넓은 123m² 면적의 대형 테라스를 가진 ‘죽전 힐스테이트 테라스하우스’를 분양했다. 유럽의 궁전을 연상시키는 232m²(분양 면적)가 넘는 웅장한 콘셉트로, 분양가는 14억~17억 원에 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0년 경기 판교신도시에서 분양한 윌든힐스도 ‘한국판 비벌리힐스’를 표방한 전용면적 109~231㎡ 대형 위주의 테라스하우스다.
이처럼 초고급 주택으로 간간이 공급되던 테라스하우스가 분양 시장의 열풍을 일으킨 것은 2014년 하반기 무렵이다. 중소형사 중심의 테라스하우스 분양 시장에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가세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GS건설이 2014년 9월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위례자이(517가구)’는 테라스형 24가구(전용 121~131㎡) 모집에 2311명이 몰려 평균 96.3대1의 기록적인 경쟁률이 나왔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통하는 인천 청라에서도 최고 56.7대1의 연타석 홈런을 쳤다. 지난해 대림산업이 광교신도시에 공급한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도 최고 407대1로 완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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