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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일상에 녹아드는 공간. 해질녘 평화로운 집

산야초 2016. 8. 3. 16:30

부모님의 일상에 녹아드는 공간. 해질녘 평화로운 집

부모님을 위한 집짓기 01


아들 내외는 이미 마련해 텃밭으로 쓰고 계신 땅에 부모님을 위한 맞춤 주택을 지어드렸다. 평상이 있고, 거기에 앉아 사방으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집이다.


부모님은 한동안 고향을 떠나, 맞벌이 하는 아들 내외와 살림을 합쳐 사셨다. 여느 조부모들이 그러하듯 일을 하는 며느리를 도와 오랜 시간 손주를 키웠다. 아들 내외는 빽빽한 신도시 아파트 숲에서 지내는 부모가 안쓰러워 소일거리를 하실 땅을 먼저 마련하기로 했다. 이후 부모님은 간간이 밭에 들러 쌈채소를 심고 고구마도 캐며 한참을 보냈다.

손주가 제법 자기 앞가림을 할 나이가 되자, 자식들은 오랫동안 생각한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밭을 일구던 그 땅에 부모님을 위해 집을 지어드리는 것. 자연과 가까이에서 흙을 밟고 지내면서 건강하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도심 외곽, 저수지 옆 한적한 농경지는 집을 짓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대지였다. 뒤로는 오래된 전원주택 단지가 자리하고 동쪽으로는 포도밭이, 서쪽으로는 휴경지가 멋들어지게 펼쳐진 곳이었다. 아들 내외의 의뢰를 받고 현장을 둘러 본 건축가는 집이 땅의 형태와 가장 잘 어울리도록 ‘ㄱ’ 자 배치를 택했다.


“어머님이 좋아하는 서쪽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또한, 추후 아들 내외도 내려와 집을 지을 가능성이 있어 두 건물 간 조화도 미리 생각하며 집을 앉혔습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충청남도 천안시 / 대지면적 : 981㎡(297.27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84.84㎡(25.70평) / 연면적 : 84.84㎡(25.70평) / 건폐율 : 8.65%(법정 20%) / 용적률 : 8.65%(법정 80%) / 주차대수 : 1대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 구조재 : 벽체 - 2×6 목구조 / 지붕 - 2×12 목구조 / 지붕 마감재 : 아스팔트싱글

단열재 : 바닥 - 비드법보온판 2종2호 85㎜, 벽 - 그라스울 R19 + 비드법보온판, 천장 - 그라스울 R30

외벽마감재 : 점토벽돌, 스타코플렉스 / 창호재 : THK22 복층유리(아르곤) 시스템창호 / 난방재 : 기름보일러

설계 : 재귀당건축사사무소 박현근

설계팀 : 이영주, 표재연  phg@jaeguidang.com

건축시공 : 브랜드하우징



설계는 부모님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하는 데부터 시작했다. 따뜻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집, 소소한 취미 생활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집, 무엇보다 가족의 삶이 녹아있는 과하지 않은 ‘평온한 집’을 목표로 삼았다. 우선 단층으로 하고 처마를 길게 내어 그 아래 현관과 세탁실 출입구 등을 두었다. 평면은 복잡할 수 있지만, 지붕을 단정하게 계획해 전체적으로 단아한 외관 이미지를 만들었다. 따뜻하고 건강한 집을 위해서 아들 내외는 경량목구조를 제안했다.


“목조주택이란 걸 잘 알지도 못했고, 이곳 현장에 와서 처음 봤어요. 아들 며느리가 뭔가 하나에 집중하면 깊게 파고드는 성격이라, 집짓기 공부도 꽤 열심히 하더라고요. 저흰 아이들을 무조건 믿으니까 한 걸음 떨어져 흥미롭게 지켜봤죠.”


외관은 부모님이 선호하는 벽돌을 사용하고 남서쪽 면만 밝은 색 스터코플렉스로 마감했다. 화초를 가꾸는 취미를 가진 어머니를 위해 데크 화단을 두었는데, 거기서 피는 화려한 꽃에게 밝은 벽면은 좋은 배경이 되어준다.


집에 특별한 자재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뭔가 남달라 보이는 건, 처마와 데크 덕분이다. 건축가는 모든 면으로 넓은 마당을 가진 집에 굳이 후레싱이나 선홈통을 설치할 필요를 못 느꼈다. 다행히 건축주 가족도 이에 동의해 흔히 보는 집처럼 처마 끝에 매달린 빗물받이 장치들이 없다. 그래서 비가 오면 옛날 우리네 지붕처럼 처마 끝 아무데서나 툭툭 떨어지는 낙숫물을 볼 수 있다. 겨울이면 고드름도 매달린다.


“집에서 이런 운치를 즐길 수 있다니, 새로웠어요. 처마에 매달아 둔 사슬을 따라 겨울에 한아름 고드름이 얼었는데, 어찌나 멋지던지요. 마치 예술 작품 같았어요.”


처마 아래는 거의 데크로 채웠다. 현관 쪽에는 데크와 이어진 작은 평상을 두고, 세탁실 쪽으로 난간 역할을 하는 파티션을 세워 자연스럽게 화단으로 동선을 유도한다. 마당에는 튼튼한 빨래 건조대와 겨울용 온실, 창고로 쓰는 컨테이너하우스까지 전원생활을 위한 품목들이 하나둘씩 채워지고 있다.



PLAN - 1F (84.84㎡)


 


은은한 색으로 천장과 벽을 마감한 안방 왼편에 드레스룸을 따로 두었다. / 지붕의 경사면이 그대로 드러난 거실과 주방 공간. 주방 뒤로 너른 다용도실이 자리한다.

 

두 복도가 만나는 코어공간. 세로창을 통해 볕이 온종일 다양한 면에서 들어온다. / 간이 세면대와 청소기 등을 두는 수납장이 있는 복도. 문은 손잡이 없이 댐퍼 방식으로 개폐한다.

 

현관에서 거실로 향하는 복도는 자녀들 사진과 화초로 마음껏 장식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제일벽지 베이직 / 바닥재 : 이건 강마루 세라텍스쳐

욕실 및 주방 타일 : 바스디포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우림주방 / 현관문 : 영림도어 / 데크재 : 햄퍼, 레드파인 방부목


- 부모님의 애정공간 -


세면대

현관에서 이어지는 복도 한쪽에는 간단히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자리한다. 하단에 수납 공간도 빼놓지 않았다. (ⓒ이재성)


 


실내 빨래터

손빨래를 즐기시는 어머니를 위한 공간. 데크와 욕실 사이에 위치한 빨래터는 실내에서 텃밭 작물을 거두는 용도로도 쓴다. (ⓒ이재성)


 


건조대

아버님이 특별히 주문제작한 빨래 건조대. 볕이 좋은 날은 이불을 널어두기 그만이라,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독서공간

거실 한켠에는 앞뒤로 창이 있는 작은 아지트 공간이 있다. 방해 받지 않고 오롯이 앉아 책을 보거나 명상을 하는 곳이다.


 


레인체인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타고 내리는 장치. 겨울이면 여기에 얼음이 얼어 신기한 풍경을 선사한다.


 


현관

현관 벽에는 열쇠나 핸드폰 등을 둘 수 있는 작은 선반을 두어 부모님이 평소 소소한 것들을 챙길 수 있게 도와준다.


 


실내는 부모님의 생활에 맞춘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작고 단순한 집이지만 평면을 다각형으로 설계해 다채로운 재미도 준다. 거실과 주방은 오픈형으로 집의 중심에 두고 두 개의 복도 끝에 방을 배치했다. 어쩌면 동선을 늘려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몸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건강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설계자와 아들 내외는 여러 면을 고려해 적당한 길이의 복도를 택했고, 통로 선반에 가족사진과 화초들을 두어 갤러리처럼 활용하도록 했다. 부모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길을 오가며 그리운 손주들과 일상을 나눈다.


내부 마감은 두 가지 컬러군을 선정해 구획했다. 인테리어 감각이 뛰어난 며느리는 오래 함께한 부모님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화이트를 바탕으로 하고 여기에 따뜻한 느낌을 더하는 옅은 연두색과 연그레이 색을 포인트로 정해 부분 시공했다.

창은 전망과 환기를 고려해 배치하고, 단열을 생각해 크기 조절에 신중했다. 덕분에 부모님은 ‘겨울에 정말 따뜻한 주택’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이 집으로 이사하고는 매일 숙면을 취하니 신기하죠. 우리가 더 건강하게 지내는 게 아이들이 준 선물에 대한 진짜 보답일 거예요. 고맙다, 아들 며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