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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핵가방 넘겨도 괜찮을까?".. 美대선 새 이슈 부상

산야초 2016. 8. 5. 21:52

"트럼프에게 핵가방 넘겨도 괜찮을까?".. 美대선 새 이슈 부상

뉴시스 | 박상주 | 입력 2016.08.05. 18:09 | 수정 2016.08.05. 18:35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연일 막말과 기행, 변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과연 무시무시한 핵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를 수 있는 미국대통령의 핵 가방을 넘겨 줘도 되는 걸까.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의 1만7000배 위력을 지닌 미 핵무기의 발사 권한을 트럼프의 손에 맡겨도 되는 것인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의 잇단 막말과 기행에 대한 여론의 지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핵무기 통제 권한과 관련된 그의 대통령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애슈번=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애슈번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8.3.
【애슈번=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애슈번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8.3.
【잭슨빌=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잭슨빌 유세에 지지자들이 몰려 있다. 2016.8.5.
【잭슨빌=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잭슨빌 유세에 지지자들이 몰려 있다. 2016.8.5.
【서울=뉴시스】미국 대선 후보 사회복지·환경 정책 비교.
【서울=뉴시스】미국 대선 후보 사회복지·환경 정책 비교.
【데이토나비치=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8.4.
【데이토나비치=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8.4.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이 핵단추를 누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이를 막을 장치가 없다면서 과연 트럼프에게 이런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도 되는 지 의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오벌 오피스(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짜 위기를 만났을 경우를 상상해 보라. 트위터 장난질에 걸려드는 인간에게는 핵무기를 믿고 맡길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클린턴과 유사한 질문을 제기했다. 과연 미국을 폐허로 만들 수도 있는 대통령의 핵전쟁 권한을 제재하는 장치가 있느냐하는 질문이었다.


미국이 핵공격을 받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실제로 핵공격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기까지 몇 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미국과학자협회(FAS)의 핵정보 프로젝트 국장인 한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에 따르면 미국대통령은 아주 짧은 시간에 925개의 핵탄두를 발사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미국이 핵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공직을 떠나기 전까지 31년 동안 백악관과 국방부 등에서 핵무기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던 프랭클린 C. 밀러는 “일단 대통령이 핵 공격 명령을 내리면 거부할 방법이 없다. 오직 대통령만이 핵무기 사용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핵무기 사용의 상세한 절차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절차는 기밀이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명령을 막을 수 있는 절차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트럼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핵무기 시스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핵무기 사용 명령과 컨트롤 시스템이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는 걱정이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3월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전쟁에 직면했을 때 먼저 핵무기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도 먼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고는 “절대적으로 마지막 단계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개인적으로 핵무기는 세계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달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슬람국가(IS) 등 누군가 미국을 타격했다고 치자. 핵무기로 반격을 하지 않는다고? 나는 어떤 카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핵무기 사용에 대해 몇 차례 견해를 바꾸었다. 뉴욕 주 상원의원 시절 클린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핵무기 협상 정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부시 행정부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끔찍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분명히 핵무기 카드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클린턴은 그러나 지난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을 당시는 매우 매파적인 입장을 취했었다. 클린턴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당시 경쟁자였던 오바마 후보는 알카에다 지도자인 빈 라덴 등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이번 대선에서 클린턴은 “핵무기 사용에 대한 거론은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 냉전 이후 역대 미국대통령들은 평화 유지를 위해 핵 억지력을 사용해 왔다. 어떤 대통령이라도 핵무기 사용여부에 대한 단언적으로 일괄 선언(blanket statements)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핵무기 이슈에서는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이번 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핵무기 통제 능력 항목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도는 각각 56%와 34%를 기록했다.


미국대통령은 핵무기 발사 권한을 지니고 있다. 반면 미국 헌법에 따르면 미 의회만이 선전포고 권한을 지니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핵무기 시대에는 전통적인 법규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적의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이 워싱턴에 도달하기 까지는 채 12분도 걸리지 않는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발사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까지 날아오는 데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미국 의회는 해리 S. 트루만 대통령 때부터 핵전쟁 권한을 대통령에게 넘기기 시작했다. 트루만 대통령은 의회의 비준을 받지 않은 채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를 명령했다.


일부 학자들은 핵무기 결정 과정에서 국방장관이 견제와 균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프린스턴대학의 브루스 G. 블레어 연구교수는 “미 국방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국방장관은 명령에 따르지 않을 권한이 없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측은 핵무기 통제권을 틀어쥐게 될 트럼프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자신이 미국 최고의 협상가라고 생각하는 트럼프가 핵무기를 협상용 카드로 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핵무기 사용 위협만으로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이나 파키스탄의 경우처럼 다른 나라의 핵무기 개발을 조장할 수 있다. 그들이 선제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하게 할 수도 있다.


지난 1984년 트럼프가 38살짜리 부동산 개발 사업자이었던 시절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련과 핵무기 협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협상능력은 타고난 재능이다. 당신이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미사일에 대해 빨리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에 대해 배우는 데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angjo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