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수환 뭉칫돈’ 포착… 로비자금 확인땐 게이트 번질수도
[檢, 송희영 수사 착수]대우조선 연임로비 의혹 수사 확대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연루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2)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하면서 천문학적인 혈세(血稅)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심각한 부실로 내몬 정치권 등의 이전투구와 연임 로비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다 구속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58·여)가 회사 계좌에서 수시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정황을 잡고 그의 은행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해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 宋 전 주필, 대우조선해양 수사 전면에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1차적으로 겨누고 있는 송 전 주필 관련 의혹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한 호화 해외여행 의혹이다. 송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의 비용으로 2011년 박 대표와 함께 1등석 비행기를 타고 유럽의 세계적 관광지를 다녔다. 나폴리에서 카프리 섬을 이동할 때는 초호화 요트인 ‘페레티97’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송 전 주필의 친형인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는 2009년부터 4년간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송 교수는 ‘정부3.0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송 전 주필의 실명이 처음 거론된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현재 국무총리실에서 해촉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송 전 주필의 처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있었던 선박 ‘명명식’에 참석한 사진도 공개됐다.
법조계는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고위 인사의 연임을 청와대에 청탁한 의혹이 수사로 드러날 경우 변호사법 위반이나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송 전 주필의 가족회사인 F사에서 박 대표가 감사로 활동할 정도로 유착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또 다른 의혹이 밝혀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찰이 31일 박 대표의 송사 컨설팅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한 곳에는 효성그룹 차남 조현문 씨가 소유한 동륭실업 외에도 SC제일은행, KB금융지주 등 금융기관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날 압수수색은 박 대표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62·출국금지)의 비리 의혹을 구체화할 증거를 확보하고, 송 전 주필과 관련한 진술과 증거를 박 대표에게서 이끌어내는 데 쓸 카드를 보강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박 대표가 거액의 회삿돈을 수시로 인출했고 현금 뭉치를 개인 대여금고에 보관해온 것은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는 폭발력이 내재된 정황이다.
○ “宋 청탁 청와대 핵심, 참고인 조사 가능성”
검찰은 송 전 주필 수사에서 고도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유력 언론사가 정면으로 대치하는, 극도로 민감한 상황에서 수사의 공정성과 순수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한 것이다.
특히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인사 청탁을 청와대 유력 인사에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청와대 인사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집권세력과 유력 언론사를 동시에 수사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정치권과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조선일보가 청와대에 여러 가지 부탁을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나돈 것에 송 전 주필과 관련한 내용이 있었다. 앞으로 송 전 주필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추가 폭로가 나오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고, 이렇게 되면 검찰 수사의 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다.
장관석 jks@donga.com
송희영 가족계좌 추적···박수환과 '수상한 돈 거래' 조사
송희영 계좌추적, 박수환 일한 동륭실업 수색
[중앙일보] 입력 2016.09.01 02:41 수정 2016.09.01 10:48 |
종합 3면 지면보기 송 전 주필 출금, 가족 계좌도 추적
대우조선·KDB 사외이사 맡았던
형 송희준은 정부3.0위원장 사퇴
박씨 거래처 4~5곳 첫 압수수색
효성가 ‘형제의 난’ 벌어졌을 때
박씨는 조현문 대표의 홍보총괄
당시 김준규·우병우가 변론 맡아
검찰이 조선일보 송희영(62) 전 주필을 출국금지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송 전 주필의 계좌와 통신내역도 추적 중이다. “송 전 주필이 2012년 고재호(61·구속)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2012~2015년)의 연임을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했다”는 취지의 추가 폭로가 나오고 송 전 주필이 낸 사표가 수리된 지 하루 만이다.
대우조선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송 전 주필을 출국금지하고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의 핵심은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 남상태(66·구속 기소)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다. 송 전 주필은 2011년 9월 대우조선으로부터 ‘이탈리아·그리스 호화 여행’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우호적인 사설과 칼럼을 써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이 경영난에 시달린 시기였지만 이 여행엔 10인승 호화 전세기(8900만원)와 호화 요트(하루 임대비 3340만원)가 동원됐다. 검찰은 이때 여행에 동승한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박수환(58·여·구속)씨가 송 전 주필과 ‘수상한 돈 거래’를 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박씨는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따내고 남 전 사장의 연임을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이 31일 압수수색한 서울 종로구 효제동 동륭실업 사무실.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는 2013년 효성그룹 ‘형제의 난’ 때 이곳 대표였던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측으로부터 홍보업무 대행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사실상 소송에 관여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대우그룹 본사 지하 중식당에서 수년간 박씨, 송 전 주필 등과 정기모임을 해온 단서를 포착해 여기서 연임 청탁이 오갔는지를 조사 중이다. 또 두사람 간 ‘경제적 유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박씨가 송 전 주필의 동생(55)이 대표로 있는 가족회사 F사에 감사로 등재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 회사는 2004년 인터넷과 모바일 사업, 명품 수출입 등을 목적으로 설립돼 2012년 말 청산했다. 이 같은 관계로 봤을 때 박씨가 남 전 사장 로비를 위해 받은 26억원(2009~2011년 홍보대행비 명목) 중 일부가 송 전 주필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송 전 주필과 가족 등 주변 계좌를 폭넓게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송 전 주필의 배우자가 2009년 8월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거행된 쌍둥이배 명명식 참석 때 금으로 도금된 도끼를 선물로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확인 중이다. 송 전 주필의 형인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가 2009∼2013년 대우조선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재직한 것에 대한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2013~2014년 KDB생명 사외이사를 맡았던 송 교수는 31일 정부3.0추진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이와 동시에 이날 특별수사단은 박씨에게 홍보대행·자문용역 등을 발주한 동륭실업과 KB금융지주, SC제일은행 등 기업 4~5곳을 압수수색했다. 홍보계약서, 컨설팅 의견서와 금융 거래 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이들 기업이 뉴스컴에 홍보대행·용역비 명목으로 최소 수억원에서 10억원씩을 준 것으로 보고 외부의 압력으로 과다 지급한 부분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중 동륭실업은 효성가(家)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47)이 대표로 있던 회사로, 박씨는 2013년 조 전 부사장 측을 위해 2년간 언론홍보 총괄을 맡았다. 이곳 임원(기타 비상무이사)으로도 재직했다. 이 시기는 효성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이 벌어졌던 때다. 당시 조 전 부사장 측의 변론은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준규(61) 전 검찰총장이 맡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씨가 사실상 소송 전략을 수립하고 변호인단 추천 등의 활동에 깊숙이 개입했는지, 그게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조사한다.
글=윤호진·현일훈 기자 yoongo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출처: 중앙일보] 송희영 계좌추적, 박수환 일한 동륭실업 수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