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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솥밥… 밥만 먹어도 꿀맛

산야초 2016. 9. 25. 21:44

모락모락 솥밥… 밥만 먹어도 꿀맛

지난해 우리 국민은 하루 평균 흰쌀로 지은 공깃밥 두 그릇조차 먹지 않았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흰쌀로 고슬고슬하게 지은 쌀밥 한 그릇만큼 따뜻하고 든든한 음식이 또 있을까.
서울에서 가까운 쌀의 고장 이천은 이맘때면 쌀밥을 맛보려는 여행객들로 대목을 누린다.

    입력 : 2016.09.20 18:21

    [Taste: 이천쌀밥]
     

    성장 발육 촉진, 두뇌 발달, 기억력 개선에 도움 되는 필수 아미노산을 비롯해 당뇨병, 고혈압을 예방하는 식이섬유가 포함돼 있다. 콜레스테롤 저하, 암세포 성장 억제, 노화 방지, 성장 촉진, 갱년기 장애에 효과가 있는 토코페롤, 토코트리에놀과 충치·심장병 예방, 항산화 효과가 있는 페놀화합물도 갖췄다.


    대체 어떤 보약이길래 영양성분이 이렇듯 다양하냐고? 바로 우리가 먹는 ‘쌀’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밥 한번 먹자’ 등 건강과 안부의 상징이며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힘이 되고, 때론 허기진 마음까지 달래주는 따끈한 밥!


    한데 한국인의 ‘밥심’이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72.4g으로 전년보다 3.3% 줄었다. ‘집밥’ 열풍에도 아랑곳없이 우리 국민은 하루 평균 흰쌀로 지은 공깃밥 두 그릇조차 먹지 않았다는 얘기다.


    농부들 시름도 덜어줄 겸, 오곡이 풍성하게 익어가는 계절 고소한 햅쌀 여행 떠나보는 건 어떨까? 가을 햇살 눈부신 이천으로 쌀밥 여행을 다녀왔다.


    밥맛 좋은 이천 쌀밥 맛집들

    흰쌀로 고슬고슬하게 지은 쌀밥 한 그릇만큼 따뜻하고 든든한 음식이 또 있을까. 서울에서 가까운 쌀의 고장 이천도 이맘때면 쌀밥을 맛보려는 여행객들로 대목을 누린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흰쌀밥은 9월 말~10월 중순 나오는
    햅쌀로 지은 게 가장 맛좋아

    푸짐한 제철 반찬에 간장게장,
    보리굴비까지… 밥도둑 따로 없어

    임금님표 이천쌀만 사용하는
    식당엔 ‘임금님표이천’ 마크 있어

    “쌀은 평화로운 성질의 곡식입니다. 누구나, 많이, 오래 먹어도 몸을 뜨겁게 하거나 차게 하지 않는 중성의 성질을 지녔지요. 흰쌀밥은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나오는 햅쌀을 수확해 바로 도정한 뒤 지으면 아주 달고 맛있습니다. 제철 반찬 곁들인 한상차림은 말 그대로 보약입니다.” 약선음식 전문가로 ‘반찬이 필요 없는 밥 한 그릇’의 저자 고은정(60)씨 말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쌀밥 동네’ 이천도 이맘때면 대목을 누린다. 쌀밥 맛집들은 설봉공원과 가까운 기치미고개부터 신둔면 수광리 넋고개까지 3번 국도 경충대로 사음동 삼거리 주변으로 포진해 있다. 1인 약 1만2000원 정도면 뜨끈뜨끈한 솥밥에 푸짐한 한상차림을 받는다. 저마다 ‘이천쌀밥집’이란 간판을 내세웠지만, 이천쌀만 사용하는 맛집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땐 ‘임금님표 이천’ 마크가 있는 음식점을 이용한다. 이천시가 ‘임금님표 이천쌀 사용 업소’로 지정한 식당들이다. 2016년 9월 현재 이천시 내 이천시로부터 이천쌀 사용 업소로 지정받은 곳은 ‘덕제궁(구 고미정)’ ‘나랏님 이천쌀밥’ ‘정일품’ ‘청목’ ‘민속식당 이천쌀밥’ ‘거궁’ ‘황금뜰쌀밥한정식’ ‘맛내음터’와 마장휴게소의 ‘임금님표이천쌀밥’ 등이다.


    임금님 수라상처럼 한 상 통째로 ‘대령’

    이천쌀로 지은 돌솥밥에 주인이 직접 재배한 재료로 만든 제철 반찬이 상에 오르는 이천시 장암리 ‘진미쌀밥’.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쌀과 물을 계량해 솥밥 기계로 밥을 짓기 때문에 밥맛은 비슷한 수준이다. ‘쌀밥정식’에 곁들이는 반찬과 메뉴, 서비스로 경쟁한다. 이천시 사음동 나랏님 이천쌀밥(031-636-9900)은 지난해 가장 많은 임금님표 이천쌀을 소비한 식당으로 꼽혔다. 임금님 수라상 차림처럼 한 상 푸짐하게 차려져 나온다.


    본점 외에도 ‘나랏님 이천직영점’(031-638-8088) ‘정일품’(031-631-1188) 등 쌀밥집을 직영하는데 분위기만 다를 뿐 어딜 가나 메뉴와 맛은 비슷하다. 황태구이, 묵밥, 삼겹살직화구이, 도토리전 등이 나오는 ‘이천쌀밥정식’(1만2000원)에 떡갈비, 주꾸미를 추가한 ‘나랏님 정식’(1만9000원)과 갈비찜을 추가한 ‘갈비찜 정식’(2만4000원)이 인기다. 보리굴비를 추가한 ‘보리굴비정식’(2만7000원)은 솥밥을 박박 긁어 먹은 후 물을 부어 만든 구수한 누룽지에 꼬득꼬득한 보리굴비를 한 점 얹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경기도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됐다는 입구 현수막 광고 효과 때문인지 “밥맛 좋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신둔면 수광리 임금님쌀밥집(031-632-3646)은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요리를 배운 요리연구가 최향란씨가 운영한다. 꽃게 풍년인 지금 가면 이천 쌀밥에 살 통통하게 오른 간장게장을 맛볼 수 있다. 간장게장에 한우떡갈비, 시래기찜, 빈대떡 등을 푸짐하게 맛보고 싶다면 ‘임금님 정식’(4만3000원)을 주문할 것.


    신둔면 소정리에 있는 도락(031-638-3020)은 한국도요에서 운영하는 퓨전 한식 전문점이다. 음식점 옆 한쪽에 컨테이너 카페를 운영한다. 식후 취향에 따라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2000원)를 뽑아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마시거나 한국도요 전시장에 가서 도자기, 그릇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주인 박진희씨는 “된장·고추장찌개는 물론 황태구이 양념, 떡갈비도 직접 만든다”며 “장들은 모두 부모님이 담가주신다”고 말했다.


    치자물 들인 쌀밥에 간장게장 한입?

    제주산 황게로 담은 간장게장이 나오는 이천시 관고동 ‘야반’의 간장게장 정식.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메인 로드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쌀밥집도 많다. 설봉산 뒷자락, 서이천IC에서 700m 거리에 있는 마장면 장암리 진미쌀밥(031-635-1036)은 ‘진미시골손두부’란 이름의 손두부 음식점으로 시작한 곳. 정식을 주문하면 뽀얀 순두부를 애피타이저로 제공한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순두부를 먹으면 이천쌀로 지은 돌솥밥과 반찬이 상에 놓인다. “두부는 매일 아침 직접 만든다”는 주인 엄순심씨는 “11년간 두부를 가마솥에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오다가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올봄 기계식으로 바꿨다”고 했다.


    상에 오르는 것 중 땅에서 나는 대부분의 식재료는 직접 재배해 요리한다. 반찬은 그날그날 바뀌지만 이따금 군산 특산물인 ‘울외장아찌’ 같은 이색 반찬이 오르기도 한다. ‘이천쌀밥정식’(1만2000원)을 기본으로 낙지볶음을 추가한 ‘도드람정식’(1만5000원)부터 낙지볶음, 간장게장을 추가한 ‘진미정식’(2만7000원)까지 기본 정식에 추가되는 요리에 따라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취나물무침은 경북 문경의 한 농가에서 재배한 것을 쓰고, 피조개조림은 피조개가 제철일 때 고향 여수에서 100㎏씩 받아 냉동 보관해 뒀다가 반찬거리 곤궁한 계절에 활용해요. 묵 하나도 직접 쑨 것만 상에 내니 화려하진 않지만 시골스러운 밥상을 맛볼 수 있답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괜찮은 간장게장정식을 맛보기에는 기치미고개 주변, 관고동에 있는 야반(031-633-9970)이 가볼 만하다. ‘간장게장한상’(1만8000원)을 주문하면 노랗게 치자물이 든 돌솥밥과 함께 놋그릇에 간장게장이 수북이 담겨 나온다. 돌솥밥은 이천산 찹쌀을 넣어 찰기가 느껴진다. 간장게장은 제주산 황게로 담아 잘긴 하지만 껍데기가 부드럽다. 우걱우걱 씹어먹지 않아도 돼 좋다. 노릇하게 구워낸 고등어구이를 곁들인 ‘고등어구이정식’(1만4000원)도 맛있다. 예쁜 그릇에 담음새까지 신경 쓴 반찬들은 정갈한 모양만큼이나 맛이 깔끔하다.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보리술빵’은 홀 한쪽 셀프바에서 무한 리필해 먹을 수 있다. ‘자연으로 밥 짓는 곳’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만큼 제철 재료를 주로 활용한다. 번잡하지 않아서인지 메인 로드 쌀밥집들보다 서비스가 좋은 편이다.


    이천쌀초밥(031-637-7778)은 주인이 직접 대월리에서 농사지은 이천쌀로 만든 초밥이 인기다. 이천쌀밥 메인 로드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눈에 띄진 않지만 8년째 동네 단골들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숨은 맛집이다. 밥이 고소하고 달아서인지 초밥도 다디달다. 광어는 육질이 좋은 완도산을 고집한다. 쌀밥정식이 지겨운 사람들에게 추천.



    쌀밥, 집에서도 맛있게 하려면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흰쌀밥은 지금부터 10월 중순까지가 가장 맛있다. 햅쌀을 바로 도정해 밥을 하면 쌀이 가진 달고 담백한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박금철 이천쌀밥 명인은 “요즘은 건강을 위해 잡곡을 많이 섞어 먹지만 햅쌀에 잡곡을 넣으면 잡곡의 향과 맛 때문에 백미 고유의 맛이 떨어질 수 있으니 이때만큼은 오직 백미로만 지은 밥을 즐겨보라”고 권한다.


    차진 밥을 먹고 싶다면 압력밥솥을 이용한다. 잘 씻은 쌀과 물의 비율을 1:1로 맞춘 다음 압력밥솥에 넣고 센 불로 끓이다가 추가 흔들리면 약불에서 약 30초~1분, 불을 끄고 약 7~10분 정도 둔다. 불을 끄고 뜸을 충분히 들이지 않으면 쌀이 설익어 밥알이 거칠다. 불 조절이 쉽지 않다면 압력밥솥 추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30초~1분 정도 센 불 상태에서 그대로 뒀다가 불을 끈 뒤 7~10분 정도 김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뚜껑이 가벼운 냄비, 캠핑용 코펠은 압력밥솥이나 전기밥솥에 비해 분산되는 열이 많아 물이 더 필요하다. 쌀과 물의 비율을 1:1.2 또는 1:1.3의 비율로 잡는다. 강불로 끓이다가 밥물이 끓어 넘치려고 하면 약불로 줄인다. 약불 상태에서 밥물이 잦아들면 다시 중불로 올리고 남은 밥물이 쌀에 다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 후 약불 상태에서 5분 정도 더 가열한다. 냄비밥을 할 땐 투명한 유리뚜껑을 사용하면 밥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압력밥솥의 뚜껑을 얹기만 해 냄비밥하듯 밥을 하면 압력밥솥과 냄비밥 중간 상태의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는 밥이 된다.


    약선음식 전문가 고은정 씨는 “오곡이 풍성한 계절이니 제철 재료를 곁들인 밥도 해 먹어볼 만하다”고 말한다. 가을엔 뿌리채소가 맛있다. ‘소고기 우엉밥’은 쌀을 불린 상태에서 소고기와 우엉을 넣어 밥을 하면 된다. 양념장을 따로 만들어 밥에 살짝 넣은 뒤 비벼 먹어도 맛있지만 밥을 할 때 들기름과 집간장을 약간 넣어 밥을 하면 고소함과 간간함이 느껴져 그냥 먹어도 맛있다. 단호박과 고구마를 깍두기처럼 썬 뒤 불린 쌀 위에 얹어 밥을 하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단호박고구마밥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