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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손 벌리지 말고 주택연금으로 '내 돈' 쓰자

산야초 2016. 9. 27. 22:23

자식에 손 벌리지 말고 주택연금으로 '내 돈' 쓰자

  •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  

입력 : 2016.09.25 10:24

[머니 은퇴백서] 9억 이하 주택 담보로 매달 연금 주는 '주택연금'

40대 후반으로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A씨. 형제가 장남인 자신을 포함해 3명(2남1녀)이어서 매월 50만원씩 150만원을 생활비로 부모님께 드렸다. 그러다가 남동생이 아이들 학원비가 많이 들어간다면서 1년만 봐 달라는 데 이어 여동생도 형편이 어렵다는 바람에 요즘 혼자서 월 150만원을 부모님께 드리고 있다. 처음에는 1년만 봐 달라던 동생들이 1년이 지나도 돈을 보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은 자식으로서 어쩔 수 없다지만 아내에게 면목이 안 서는 게 더 힘들었다. 40대 월급쟁이가 부모님 생활비로 월 150만원이 나간다고 해 보라. 당연히 생활이 쪼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40~50대는 말 그대로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자신의 노후 준비를 염두에 둬야 하는데, 자녀의 교육비가 만만찮을 뿐 아니라 부모님의 생활비 또는 용돈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 자녀 교육비는 나와 내 가족만의 문제여서 형편에 따라 어느 정도 줄이고 늘릴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드리는 생활비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은 물론 형제들이 모두 관련된 문제라 갈등의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60대 이상 가구 가계 자산 보면
집 등 부동산이 78% 차지
금융자산 물려주고 현금은 부족
용돈 드려야 하는 자식도 부담

주택연금, 1억원당 월 39만원대
담보 남으면 상속 가능해 매력적

물론 형제애가 돈독하고, 형편이 좋은 형제나 장남 등 누가 나서서 부모님을 보살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세상 일이 다 좋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혜택을 많이 받았던 형제가 부모님 생활비를 더 내야 한다고 나서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뭐 하나 더 받은 것도 없는데 장남이니까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부모 용돈 부담으로 고민하는 40대 상담해 보니

고민 끝에 찾아온 A씨에게 "부모님은 누가 모시고 사느냐?"고 물었더니 따로 사신다고 했다. "그럼 그 집은 누구 명의고 실제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했더니 부모님 명의로 되어 있고 부모님이 평생 벌어서 남은 유일한 재산이라고 했다. 가지고 있던 현금과 예금 등은 자식들이 결혼할 때 나눠서 다 물려주고 그 집 하나 남은 것이었다.

실제로 60대 이상 가구의 가계 자산 구성(2015년 통계청)을 보면 총자산 3억6042만원 중 78%에 해당하는 2억8259만원이 거주하고 있는 집 등 부동산이다. 반면 예금 등 금융 자산은 6502만원으로 18%에 불과하다. 30~50대에는 6% 안팎이던 기타 실물 자산(금, 자동차, 골동품 등)의 비중이 60대가 되면 3.6%로 줄어드는 것을 보면 예금 등 금융 자산은 물론 가지고 있던 금목걸이 등도 다 자식들에게 넘기거나 팔아서 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60대의 부채가 4785만원에 달하고 있다. 당장 갚지 않아도 되는 부채도 있겠지만 금융 자산 중 부채를 빼고 나면 실제로 사용 가능한 현금과 예금은 1717만원뿐이다.

A씨에게 부모님 집이 어느 정도 하느냐고 물었더니 시가가 5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부모님이 그 집을 팔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40대의 자녀 3명으로부터 생활비를 받아서 근근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자녀는 부모님들께 드리는 생활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형제간의 우애마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주택연금 받아 자녀 부담 덜고 가족 갈등도 해소

주택연금을 소개하면서 부모님과 자녀(배우자 포함)가 모두 함께 모이는 가족회의를 열라고 권했다. 부모님의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월 197만원(부모님의 연령 만 75세, 1억원당 매월 39만4000원 수급)을 받아 그 돈으로 부모님이 편안하게 살게 하자는 데 가족 모두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A씨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두 동의해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다. 매월 50만원을 못 내는 형제들 입장에서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주택연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후문(後聞). 한참 지난 후 A씨를 만났더니 가족의 은인이라면서 고마워했다. 갈등의 소지가 보였던 가족(형제) 관계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것이었다. 특히 자녀로부터 월 150만원을 받아 쪼들리며 살던 부모님께서 197만원을 받으면서부터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후해지면서 그간 소원했던 부모님 댁의 문턱이 닳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연금 받은 후 남는 담보는 상속받을 수도 있어

주택연금은 60세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으로 주거와 생활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부모님 두 분 중 남은 한 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현재 사는 집에서 같은 액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시는 경우에는 정산 후 남은 부분을 상속받을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MIT의 로버트 머튼 교수는 '한국의 주택연금은 은퇴자들에게 축복'이라고 극찬하면서 "주택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보다는 노후 소득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집 한 채 달랑 가지고 있는 한국 은퇴자들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권고는 없을 것 같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