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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빛으로 식탁 물들이는, 당근

산야초 2016. 10. 1. 23:20

주황빛으로 식탁 물들이는, 당근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6.09.29 08:00

    뭉툭한 주황색과 한 향.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를 뽑으라면 순위에 빠지지 않는 당근의 겉모습이다. 삼(蔘)에 비할 정도로 건강에 좋은 재료로 유명하지만 먹지 않으면 무용이다. 특히 한식에서 당근을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드물 것이다. 한식의 조리법과 당근의 조합이 부족한 탓일지도 모른다. 당근, 맛있게 먹는 법이 없을까?

    건강을 위한다면 볶아먹어야

    눈에 좋은 성분이 많다는 당근. 어디까지 속설이긴 하지만 시력 보호 효과는 확실한 거 같다. 당근 안의 비타민A가 시력 건강 보호에 필수 성분이기 때문이다. 비타민A는 주로 녹황색 채소에 많다고 알려졌는데 그중에서도 당근이 으뜸이라고. 이는 베타카로틴 덕분이다. 당근의 주황색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이 영양소는 백내장에 효과가 좋은데 생식으로 섭취할 때보다 기름에 볶을 경우, 그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 굳이 눈을 위함이 아니더라도 당근은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베타카로틴의 친구 격인 알파카로틴은 피부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에 좋은 식품에 빠지지 않는 항암효과 역시 당근의 주요 효능 중 하나다. 당근의 베타카로틴이 폐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다. 당근을 먹는 건 베타카로틴을 먹는 것이라 봐도 무방한 정도다. 단, 베타카로틴은 자연 상태의 영양소로 먹어야 이롭다. 영양제 등으로 섭취할 경우 오히려 폐암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 역시 발표된 것이다. 건강을 위해 베타카로틴을 섭취하겠다면 당근을 먹는 게 최선이다. 생식이 아니라 조리(볶음)를 거치면 더 좋다. 가정에서 흔하게 먹는 감자·당근 볶음이 사실 영양 섭취 차원에서도 훌륭한 요리였던 것이다. 서양에도 비슷한 가정요리가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감자 대신 그린빈을 사용하며 버터를 이용해 볶는다는 정도다.  외식업소라면 가정과는 달라야 한다. 당근은 활용도에 비해 평가절하된 감이 있다.

    식감의 틀은 벗고, 뭉근하게 먹는 것도 좋다

    한식에서의 당근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밥, 반찬용 볶음, 찜닭 혹은 갈비찜 등의 찜요리에 들어가는 고명까지. 널리 포용하면 한식이라 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식’ 카레라이스까지 당근의 수비범위다. 재료의 쓰임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당근의 경우는 색감 덕을 많이 본다. 단조로운 색감의 요리에 당근이 하나만 들어가도 금세 보기 좋은 떡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당근 사용의 한계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맛이 아닌 색감으로 사용하니 호불호가 갈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당근의 식감을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생당근의 단단함을 살리거나 뭉근하고 부드럽게 먹는 법이다. 전자의 대표는 김밥, 후자의 대표는 카레다. 천편일률적인 조리보다는 단단한 식감이 아닌 뭉근하게 만들어 부드럽게 먹는 법을 추천한다. 단맛은 강해지고 먹기는 수월해져 손이 더 간다. 이 사례의 대표적인 요리는 당근정과다. 정과는 일종의 과자로 한식의 대표적인 후식 요리다. 꿀을 넣고 서서히 졸여 재료에 투명한 기운이 비쳐야 제대로 조리한 것이다. 따라서 억세고 단단한 채소가 좋은데 당근, 연근 등이 주로 쓰인다. 재료 손질부터 조리까지 품이 많이 들어 외식업소에서 만나기 쉽지 않지만 전채나 후식 혹은 반찬으로 활용하기 좋은 음식이다. 당근정과 하나만 놓아도 식탁의 품격이 올라가는 느낌을 준다. 갈비 전문점 <화동갈비>가 좋은 사례다. 달달한 당근정과는 고기 먹기 전에 심심함을 달래 주기에도, 고기를 다 먹은 후 입가심 용도로도 알맞다. 꿀 대신 매실원액을 사용해 원가부담을 줄인 것도 눈여겨볼 요소다.

    당근의 형태를 과감히 포기한 조리법도 인기다. 카페에서 사랑받는 당근케이크, 당근로프는 그 형태가 보이지 않지만 당근의 녹진한 단맛이 녹아든 케이스다.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당근케이크를 거부하지 못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빙수 대열에도 당근은 합류했다. 제주 구좌읍의 <카페동네>는 당근빙수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맛있기로 유명한 제주 당근의 즙을 얼린 후에 곱게 갈아서 제공한다. 당근의 맛을 살리기 위해 토핑은 절제하고 견과류 약간만 사용하는 게 포인트다. 당근주스를 얼려 먹는 느낌이라 익숙한 동시에 새롭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역시 당근 빙수를 여름 프로모션 제품으로 판매해 재미를 본 바 있다.

    TIP 색감을 위해서라면 이색 당근 사용도
    사실 당근의 원래 모습은 보라색이라고 한다. 지금의 당근은 개량에 개량을 거쳐 주황색으로 정착했지만 말이다. 한국은 모 과학자의 개발에 힘입어 자색당근을 2000년대 초반부터 재배해 성공했다.  자색당근은 기능성 당근이라고 수식하기에 충분하다.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한 덕이다. 안토시아닌 성분은 보랏빛을 띈 채소류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유명하다. 슈퍼푸드 중 하나로 불리는 퍼플푸드에 당근이 재합류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색당근 이외에도 노랑당근, 하얀당근도 있으니 입맛에 맞춘 이색 반찬으로 적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치맥이 아닌, 치킨에 당근 <랠리몽키>
    도산공원 안자락에 위치한 레스토랑&펍 <랠리몽키>의 전신은 <Bar 랠리몽키>다. 오랫동안 도산공원의 핫플레이스로 사랑받았던 이곳은 작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기존의 인테리어와 메뉴는 과감히 걷어내고 새로운 콘셉트인 바&다이닝으로 바뀐 셈이다. <랠리몽키>의 메뉴는 술과 곁들이기 좋은 음식에 주안점을 뒀다. 기존의 bar도 끌고 가면서 안주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랠리몽키
    인기 메뉴 중 하나는 당근치킨이다. 당근과 오렌지로 만든 퓨레를 수비드 조리한 치킨에 곁들여 먹는다. 수비드한 치킨의 짭쪼름한 맛과 퓨레의 단맛이 복합적인 맛을 이룬다. 한창 유행했던 ‘단짠단짠’ 맛의 구도다. 퓨레는 처음, 오렌지의 맛이 오고 점차 당근의 향과 맛이 퍼져 지루하지 않다. 김지훈 <랠리몽키> 셰프는 당근의 향을 잡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한다. 당근의 호불호가 특유의 향 때문임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설명이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16-8 전화 (02)546-4677

    당근 하나만 믿고 가도 되는 <사마르칸트>
    동대문운동장에는 러시아 거리가 있다. 아는 사람은 아는 이곳은 러시아와 인근 나라 주민들이 모이는 곳이다. 러시아 타운쯤으로 생각하면 적당하다. 이곳에는 수많은 ‘사마르칸트’가 있다. 음식점 대부분이 <사마르칸트>라는 간판을 달고 있으니 어디가 어딘지 헛갈리기 쉽다. 판매하는 음식도 대동소이하니 혼란이 깊어진다. 맛에 큰 차이는 없으니 걱정은 접고 들어가자. 메뉴판을 펼치면 당근의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다. 이 일대 음식점은 당근샐러드(까레이스카야 마르코브카)를 판매한다. 풀이하자면 ‘한국 당근’이라는 뜻이다. 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한식에는 없는 요리다. 무를 얇게 채친 후 소금으로 절이는 간단한 요리지만 <사마르칸트>에서는 약방 감초처럼 등장한다. 러시아식 꼬치요리인 샤슬릭을 먹고 입안을 정리하는데 이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사마르칸트
    당근을 사용하는 요리는 더 있다. 볶음밥이다. 이름은 볶음밥이지만 사실 볶은 요리가 아닌 찐 밥에 가깝다. 밥 위에 삶은 소고기와 당근을 올려서 먹는다. 뭉그러질 듯한 당근의 식감이 좋은데 고기의 기름진 맛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고기기름이 솔찬히 배인 당근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어가 거의 통하지 않으니 유의하자.
    주소 서울 중구 마른내로 159-21 전화(02)2277-4267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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