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수해를 입은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쌀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의 쌀과 북한 지하광물의 교환이 상생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전북의 한 미곡종합처리장을 방문해 쌀값 하락의 대책으로 대북 식량지원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섣부른 대북 쌀 지원 주장은 자칫 북핵 위기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이어 이번엔 쌀 지원을 놓고 남남(南南) 갈등이 증폭될 공산이 커졌다.
문 전 대표는 작년 11월 농민단체 대표들을 만났을 때도 “재고가 쌓이는 쌀을 대북 지원으로 돌리거나 북한의 광물 자원과 교환하는 것이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면서 쌀값 폭락을 막고 남북 관계도 개선하는 1석 3조”라고 주장했다.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80kg에 17만 원대인 쌀값을 21만 원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는데 해마다 하락해 올해는 14만 원대까지 추락했다”며 대통령 비판까지 곁들였다. 일부 농민단체가 쌀값 하락의 책임을 물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데 맞장구를 친 것이다.
그동안 북이 핵 개발에 쓴 돈은 15억3000만 달러(약 1조6900억 원)로 북 주민 2년 치 식량값이라고 정부는 본다. 김정은이 오로지 핵에 집착해 주민들이 굶어죽든 말든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우리가 쌀을 북에 보내주자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노무현-김정일의 10·4선언 9주년인 어제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야권 인사들은 남북 대화 재개를 주장했으나 남북 관계를 파탄 낸 것은 북의 핵과 미사일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 전 대표는 최근 정책 싱크탱크 창립 준비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출마 태세다. 북의 잇단 핵실험으로 중차대한 안보 위기가 조성된 지금 국민에게 나라를 맡길 만하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도록 국제사회가 총력을 기울이는 국면에서 제재의 초점을 흐리고 국론 분열이 우려되는 발언을 한다면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