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일부가 되는 집월간 전원속의 내집
매거진 입력 2016.01.21 10:23
나무 틈 속에 앉힌 집은 단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 내면은 꽤나 섬세하다. 환경을 생각한 요소를 곳곳에 담아낸 것만으로도 오래도록 지속될 집이다.
집은 환경에 최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대지의 조건과 기후 등을 반영해 가장 좋은 위치에 앉혔다. 남쪽이 조금 더 긴 변을 갖는 직사각 형태로, 처마가 딸린 테라스와 포치만이 이어져 있다. 이는 여름철 과도한 태양열을 차단하는 동시에 겨울에는 실내로 태양열을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한 의도다. 이런 콤팩트한 디자인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였다.
우선 남쪽 입면에는 태양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크기와 소재로 창을 내었다. 거실과 이어진 이 창은 외벽선과 일치해 시공되었는데, 목재로 만든 1m 길이의 차양으로 여름철 직사광선을 막는다. 이 차양의 디자인과 배치는 겨울철 햇빛이 실내로 들어와 열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또한 계절에 따라 실내 온도를 제어하며, 여름철에는 완전 개방해 메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된다. 건물의 배치와 자연 환기, 여기에 건축 요소와 기술이 더해진 개방감 있는 내부에서 거주자는 늘 신선한 공기질을 누리며 지낼 수 있게 된다.
지형에 최대한 해를 끼치지 않고자 콘크리트 필로티에 스틸 빔으로 기초를 세워 남쪽의 가파른 경사에 집을 놓았다. 공법은 프리패브(선가공) 방식의 목구조를 택했는데, 이는 사전에 모든 부재의 치수까지 맞춰 디자인하고 이를 공장에서 가공해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식이다. 운송에 들어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인근 지역(Catalan Pyrenees : 스페인)에서 레드파인을 공수했다. 이들은 모두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보장을 위해 추진된 CE, CTB SAWN TIMBER, PEFC 등의 인증을 받은 나무들이다.
이처럼 이 집의 디자인과 사용된 자재들은 전부 건축 폐기물을 최대한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HOUSE PLAN
대지위치 : Sant Cugat del Vallès, Barcelona, Spain / 건축규모 : 지상 1층 / 연면적 : 76㎡(22.99평) / 인테리어 : Blanca Elorduy / 공동작업 : Sebastia(Fustes) / 설계 : Dom Arquitectura www.dom-arquitectura.com
나무는 이 집의 내·외부에 쓰인 주요 소재다. 유일하게 바닥만 시판되고 있는 제품 중 재생가능한 천연원료 바닥재인 ‘리놀륨(Linoleum)’으로 시공되었다. 내부는 소나무 판재를 세 겹 집성한 플라이우드(Plywood)로, 외부는 고온증기 처리한 전나무로 마감했다.
단열의 경우, 구조재로 쓰인 나무의 기본적인 단열 성능에 16㎝ 두께의 목섬유 단열재를 더하고, 최종적으로 집 전체를 하우스랩으로 덮었다. 높은 성능의 단열 외피는 최대한 틈을 없애는 ‘기밀’이 중요하다. 이는 공기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열교를 줄여 에너지 낭비를 막는다. 단, 집의 외피 안으로는 투습을 가능하게 만들어 실내 수증기가 자연스럽게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집의 메인 창은 최고급 사양의 프레임에 양면 로이코팅된 제품이다. 이 사양은 CTE 규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에너지 효율 수치(U=1.5W/mk)를 보여주며 최상의 기밀로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집 벽체의 열관류율은 U=0.268, 지붕은 U=0.207로 에너지 평가에서 A+의 수준을 유지했다. 구조의 내화성도 RF=30에 이른다.
이 외에도 이곳에는 거주자가 자급자족적인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애초 집을 설계할 때부터 키친가든을 계획해 실내와 가까운 위치에 텃밭을 만들고, 오가닉 채소류를 파종해 두었다. 덕분에 근처에는 작은 벌들이 날아와 매일 꿀도 만들어내고 있다. 집 아래에는 7개의 물탱크가 놓여 지붕과 외부 마당을 통해 모인 빗물을 10,000ℓ(10 cubic meters)까지 저장한다. 또한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집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충당할 수 있다.
거주자의 삶에 가변적으로 대응하는 내부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실내는 굴뚝으로 공간을 구획하며, 필요에 따라 별도의 방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주방 역시 잠재적으로 다른 공간으로 변경 가능하다.
이 집은 생태적인 삶을 꿈꾸는 거주자에 최적화된, 지속가능한 건축의 한 모델로 다가가길 기대하는 곳이다.
건축가 Pablo Serrano Elorduy
에디터_김연정 | 사진_Jordi Anguera(www.jordiangueraphoto.com)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월호 / Vol.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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