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벼랑 따라 가는 아찔한 꼬마열차, 산골짜기엔 그림 같은 빙하 호수
중앙일보 백종현 입력 2016.10.21 00:10 수정 2016.10.21 12:33
열차로 스위스 헤집기
승객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몇몇은 카메라를 들었고, 몇몇은 풍경을 배경 삼아 와인을 즐겼다. 꾸벅꾸벅 조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해발 900m의 구릉지대 츠바이짐멘(Zweisimmen)에서 해발 390m의 몽트뢰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이 특히 장관이었다. 드넓은 레만(Leman) 호수를 내려다보며 열차는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내려갔다.
“가장 독특하면서도, 아찔하고, 신나는 열차 노선이죠.” 마티니 관광청 직원 파비앙이 말했다. 우리는 해발 1125m의 르 샤틀라르역(Le Chatelard VS)에 내려 첫 번째 케이블카를 탔다. 선로는 산등줄기를 따라 끝없이 뻗어 있었다. 비스듬한 정도가 아니라 직각에 가까운 경사였다. 파비앙이 87도의 경사가 적힌 푯말을 손가락질했다.
해발 1825m 고지에 케이블카가 다다르자, 이번엔 열차가 기다렸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법한 2m 너비의 꼬마열차였다. 열차는 깎아지른 벼랑을 따라 난 선로를 느릿느릿 달렸다. 열차가 꼬불꼬불한 굽이를 돌 때마다, 구름 사이로 알프스의 설봉이 시야에 들어왔다가 나갔다. 꼬마열차는 에모송 댐 하부에서 멈춰 섰다. 저수량이 2억2700만㎥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엄청난 몸체였다. 댐 하부에서는 미니케이블카를 탔다. 전망대에 오르니 호수와 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에모송 댐을 따라 난 길을 따라 걷는데 어느 순간 구름이 걷혔다. 저 멀리 육중한 크기의 설산이 보였다.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07m)이었다. 바람이 거세 걸음을 멈췄다. 몽블랑의 만년설이 눈앞에, 거대한 에모송 호수가 등 뒤에 있었다. 맑고도 시원한 바람이었다.
그뤼에르·샤르메 … 서부 구석구석
“스위스가 자랑하는 치즈와 초콜릿 모두 우유가 중요한 재료예요. 소가 없으면 치즈도 초콜릿도 없죠. 저들에겐 소가 그만큼 소중한 의미예요.”
안내를 맡은 말린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마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커다란 꽃 장식과 쇠방울을 목에 단 소떼가 늠름한 모습으로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소들이 발을 옮길 때마다 방울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스위스 전통 의상을 입은 목동과 알록달록한 앞치마를 두른 소녀도 뒤를 이었다. 긴 행렬이 끝나도록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주인공의 귀환으로 마을은 금세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알펜호른(알프스의 전통 목관악기) 연주자들이 소떼의 행진 소리에 화음을 맞췄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장터엔 다양한 치즈와 빵, 수제 소시지 등 마을에서 생산한 먹거리가 즐비했다. 직접 구운 쿠키를 들고 나와 파는 아이들도 보였다. 어느새 내 손에도 치즈와 와인이 들려 있었다. 모든 것이 풍요로웠다.
■여행정보
「스위스에서 여러 도시를 여행하려면 ‘스위스 트래블 패스(Swiss Travel Pass)’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티켓 한 장으로 철도·버스·유람선 등의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각종 케이블카와 박물관 할인 혜택도 포함돼 있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는 기간별로 3·4·8·15일권 네 종류가 있다. 어른 기준 3일권(2등석)은 210스위스프랑(한화 약 24만원)이다. 무료 애플리케이션 ‘SBB Mobile’도 유용하다. 열차·버스·케이블카 등 대중교통 길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스위스정부관광청 홈페이지(myswitzerland.com/ko)를 참고하면 된다.」
글·사진=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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