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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농가주택 리모델링

산야초 2016. 11. 5. 23:24

고창 농가주택 리모델링


 작은 무대가 있는 시골집월간 전원속의 내집 | 매거진 | 입력 2016.11.03 18:33 | 수정 2016.11.03 18:34




음악을 사랑하는 건축주는 작은 연주 무대가 있는 시골집을 꿈꿨다. 적은 예산이라는 난제 속에서 최고의 가성비를 뽑아낸 소박한 농가를 만나본다.


마당과 사랑채가 보이는 툇마루

BEFORE › 비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처마를 연장해 사용했다. 때문에 남향임에도 불구하고 햇빛이 차단되어 내부가 늘 어두웠다.
BEFORE ›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던 기존의 집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하는 일과 재미로 하는 일을 구분 짓는다. ‘더 하우스’ 한성욱 소장에게 이번 농가 개조는 철저하게 후자였다. 상업 공간을 주로 작업 해오던 그가 한옥에 도전하게 된 건 한 건축주와의 인연 때문이다. “한옥도 리모델링하나요?”라는 문의를 한 지 딱 일 년 만에, 건축주는 그간 발품을 팔아 리모델링할 농가들의 후보를 골라왔다. 그녀는 보, 서까래, 기둥을 노출해 한옥의 정취를 살려줄 것과 취미인 음악연주와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제시한 예산은 6천만원. 누구라도 본전생각이 날 금액이었지만 흔쾌히 수락했다. 예술적 감각이 있는 건축주와의 작업이 오히려 그에게 부푼 기대를 안겨왔다.


마당의 디딤석은 구들장에서 떼어낸 것을 재활용했고, 툇마루 밖으로 설치한 폴딩도어를 설치해 단열효과를 더했다  


+ 쓰러져가는 창고의 재발견

한소장은 여러 후보군 중 길게 배치된 주택 옆으로 창고가 ‘ㄱ’자로 놓인 집을 선택했다. 비록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창고였지만, 건축주의 취미생활을 위해 좋은 역할을 해주리라 판단했다. 한쪽 벽이 없이 오픈된 창고는 손님에게 활짝 열린 사랑채로 만들었다. 나무로 된 타공판 흡음재로 벽면을 두르고 바닥에는 목재 데크를 깔았다. 사랑채는 음악을 연주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면서 밖에서 봤을 때 무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축주가 지인들을 초대해 담소를 나누고, 음악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시간이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즐길 수 있게끔 집과 연결된 내부창고 역시 연주공간으로 꾸몄다. 실내공간이기 때문에 기본 단열을 보강한 뒤에 역시 타공판 흡음재를 시공했다. 사랑채가 오픈된 공간이라면 피아노가 있는 음악실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셈이다.


+ 서까래 살리기 대작전

아무런 단열처리도 없이 그저 나무에 흙을 발라 만든 집. 여기저기 웃풍이 드나들기 딱 좋은 조건이지만 그 중 지붕은 단열이 가장 최악이었다. 문풍지를 바르고 가구라도 둘 수 있는 벽체와는 다르게 지붕은 별다른 보완을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전 주인은 천장을 판재로 막아 일종의 단열 공기층을 택하고, 대신 서까래는 감추고 살았다.


방 두 개를 이어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만든 건축주의 생활공간

음악실에서 나와 바라본 집의 모습


HOUSE PLAN

대지위치 : 전라남도 고창군 부안면 / 대지면적 : 427㎡(129평)

건물규모 : 본채 - 52.5㎡(15.9평), 음악실 - 21.4㎡(6.5평), 사랑채 - 41.3㎡(12.5평)

연면적 : 115.2㎡(34.9평) / 건폐율 : 37.1% / 용적률 : 37.1%

공법 : 한식목구조 / 구조재 : 벽 – 구조목, 지붕 - 목구조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 단열재 : 6T 열반사단열재 + 50T 비드법 1종2호

외벽마감재 : 수성도장, 청고벽돌, 방부목

창호재 : PNS 더존창호, LG하우시스 터닝도어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설계 및 시공 : 더 하우스 한성욱 010-8876-2608  www.thehouse21.com


음악실은 원래 창고였기 때문에 외부와 연결되는 문이 있다. / 구들을 떼고 현대식으로 개조한 주방. 펜던트 조명을 달아 더욱 넓어보인다. 

BEFORE › 구들이 있던 이전의 주방은 난방이 전혀되지 않았고, 천장을 판재로 막아 층고가 낮았다. 


서까래를 되살리고자 합판을 전부 뜯어내니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다. 구들이 있던 주방 쪽 서까래가 꽤 오랜 시간 불에 그을려 새까맣게 변해 있었던 것. 한소장은 인부들과 함께 나흘 동안 서까래 하나하나를 그라인더로 갈아냈다.

“그 결과가 너무 매력적이라 방안의 서까래는 일부러 태워보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타온 서까래의 색을 인위적으로 낼 수 없어서 결국 포기했어요.”

서까래를 다듬고 천연 옻칠까지 마치고 나자 자연스럽게 세월이 녹아든 나무의 운치가 그만이었다. 이후 단열을 위해 서까래 사이사이에 미장을 새로 한 뒤 천장에 단열 보조재로 나온 결로 방지 퍼티를 세 번이나 발랐다. 가뜩이나 바르기 까다로운데 질감이 거친 서까래 사이에 바르려니 일주일을 꼬박 고생했다. 검증된 사례가 아니라 확신하고 해본 실험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덧셈과 뺄셈의 적절한 조화

농가주택의 태생적 한계인 단열과 방습 때문에 이후에도 해야 할 일은 무수했다. 바닥과 벽체는 대지의 습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곰팡이가 생기기 좋은 조건이었고, 기존의 구들은 수명이 다 되어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바닥의 구들장은 모두 걷어내 마당에 디딤석으로 깔아주고, 기초부위 단열을 추가한 뒤 현대식 보일러 배관을 깔았다. 벽체는 비드법 1종2호 단열재로 보강하고, 북쪽에 있던 문은 작은 창으로 바꿨다.


• SPACE POINT •

열린 사랑채

쓰러져 가던 창고가 사랑채로 변신했다. 벽면에 방음처리를 한 뒤 깔끔하게 정돈해 놓은 사랑채는 건축주가 지인들을 초대해 담소를 나누고,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사적인 음악실

건축주가 시간이나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내부에도 있다. 서까래를 살리고 나무 소재로 인테리어해 옛 정취와 함께 자연스러움을 풍긴다.


현대식 주방

아궁이가 있던 주방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단열과 난방을 보강하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 현관문을 주방으로 가져왔다. 이 집의 오랜 전통을 담은 낡은 평상과 의자를 버리지 않고 주방 밖에 배치했다.


하나의 방, 세 가지 공간

두 개의 방을 붙여 하나의 방으로 만든 생활공간이지만, 독립된 공간이 필요한 책상과 침대 사이에는 벽을 남겨두었다. 침실과 서재, 거실의 쓰임을 한 칸의 방에 담았다.


INTERIOR

내벽 마감재 : 실크벽지 / 천장 마감재 : KCC 단열퍼티

나무 마감재 : 천연 옻스테인 / 바닥재 : LG하우시스 자연애

욕실 및 주방 타일 : 바스텍코리아 자기질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하나싱크

조명 : 공간조명 LED조명 / 현관문 : LG하우시스 터닝도어

방문 : 영림도어


좌식 탁자를 두고 넓은 거실처럼 사용하는 생활공간의 일부분에는 건축주가 사용하던 손 때 묻은 가구를 들여놓았다. 


옛집의 정취를 간직하고 싶어 했던 건축주를 위해 남향의 문은 재활용했지만 단열에 취약한 것을 고려해 툇마루 밖으로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툇마루 위의 처마를 연장했던 부분은 철거해서 남향인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낡은 것은 떼고, 필요한 것은 더해 건축주에게 기능적으로도 꼭 맞는 집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쓴 과정들이다.

집을 나서면 마당의 흙을 밟고, 밝은 햇빛을 마주할 수 있는 집. 덕분에 평생 아파트에서 살며 고창의 아름다움을 잘 모르고 살았다는 건축주는 매일 자신이 사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되었다. 마음을 이해해주는 디자이너를 만나 새로운 얼굴을 찾은 집은 앞으로도 아름다운 음악소리와 함께 자연 속에 녹아들 것이다.

취재_이아롬  |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0월호 / Vol.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