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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ㅣ김천·무주 대덕산] 한자리에서 '일몰일출' 감상하는 '고산 백패킹'의 즐거움!

산야초 2016. 12. 8. 22:37

[특집 백패킹 송년산행 르포ㅣ김천·무주 대덕산]

한자리에서 '일몰일출' 감상하는 '고산 백패킹'의 즐거움!

입력 : 2016.12.07 09:49


덕산재~대덕산~초점산~대덕2리 능선 밟으며 한 해 마무리

다사다난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어지러운 세상사에 지친 마음 달래러 산으로 올라간다. 산길 한 번 밟고 오는 것만으로 잡념을 떨치기엔 역부족인 시국. 산꼭대기에 드러누워 온전히 세상과 격리된 하룻밤이 절실하다. 커다란 배낭에 무거운 짐을 담아 허벅지 터지도록 가파른 길을 걷는다.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높은 산에 올라 우주 속의 나를 확인할 시간이다.

늦가을부터 산에 갈 때면 입산통제 현황을 잘 살펴야 한다. 산불예방기간이 시작되며 등산이 통제되는 곳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입산을 막는 산들은 백패킹은커녕 산행도 안 된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국립공원이나 대도시 주변 산의 주요 등산로는 열려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텐트치고 머물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산을 고를 때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시기다.

일반적으로 산에서 즐기는 백패킹은 이동 거리가 길지 않은 나지막한 봉우리를 선호한다. 텐트와 침낭, 의자와 테이블까지 모두 챙겨가려면 배낭이 크고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이동 거리가 길고 경사가 급한 곳은 접근과 탈출이 어려워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높은 산에서 즐기는 백패킹은 대자연의 중심에 서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남대른 매력이 있다.

운해가 깔린 산야를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 남다른 하루였다.
운해가 깔린 산야를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 남다른 하루였다.
대덕산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길은 겨울빛이 완연하다.
대덕산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길은 겨울빛이 완연하다.
고도가 높은 산을 찾다 보니 백두대간으로 대상지가 좁혀졌다. 입산 가능 조건까지 만족시키는 곳을 고르니, 전북 무주와 경북 김천의 경계에 솟은 대덕산(1,290m)이 최종 낙점됐다. 김천시 대덕면에 문의해 보니 “산불예방기간이 시작됐지만 지금은 대덕산 산행을 막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산불 위험이 높아지면 통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11월 초에 입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 후 산행을 준비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는데, 춥지 않게 겨울산행 준비를 철저하게 해오세요.”

괜한 노파심에 산행을 함께하기로 한 일행 모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필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 산행을 잡은 것이다. 높은 산은 더 추울 테니 계절에 앞서 한겨울을 경험하게 됐다. 하지만 속으로는 추운 날씨가 주는 맑은 하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번 가을은 때 아닌 미세먼지와 안개로 제대로 시야가 터지는 날이 많지 않았다. 강추위가 몰려오면 멀리까지 쨍하게 나온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대덕산은 덕유산에서 민주지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위에 솟은 봉우리다. 둥그스름한 형태를 지닌 전형적인 육산으로 산길 또한 유순한 편이다. 덕유산과 가야산 등 걸출한 산줄기와 인접해 정상 조망이 좋은 것도 특징이다. 반면 산 자체의 볼거리는 많지 않은 비교적 평범한 곳이다.

그러나 대덕산 꼭대기에는 넓은 헬기장이 있다. 정상에서 초점산(삼도봉) 방향으로 100m 거리의 능선 위에도 헬기장이 하나 더 있다. 이 헬기장들 주변은 억새밭으로 둘러싸여 조망이 시원스럽다. 텐트를 치고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기 좋은 장소다.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물론 대덕산 꼭대기는 해발 1,300m에 가까운 높은 곳이라 바람이 심하고 춥다. 가을이지만 한겨울 장비를 모두 지고 올라가야 하는 장소다. 산의 덩치가 커서 정상까지 가는 여정도 만만치 않다. 해발 644m 덕산재에서 정상까지 가려면 646m 고도를 치고 올라야 한다. 위험한 곳은 없지만 쉽지 않은 비탈길 3km 극복해야 최종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추위와 바람 속에 보낸 하룻밤

덕산재에 차를 세우고 짐을 정리했다. 취재팀은 모두 5명. 취재팀의 큰형님 백은식씨와 목포에서 합류한 임연택씨가 먼저 길을 나섰고, 사진기자 염동우씨와 그의 산악부 후배 김희주씨 그리고 기자가 천천히 뒤를 따랐다. 커다란 배낭에 식수까지 잔뜩 짊어지고 걸으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거운 짐에 적응하기 위해 한동안 용을 썼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로 뻗은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나무가 울창한 전형적인 백두대간 종주길이 한동안 펼쳐졌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자 앙상한 나뭇가지만 가득한 활엽수림이 시작됐다. 바닥에는 푸른 산죽이 융단처럼 깔려 있고 산길에는 낙엽이 수북했다. 마을 주변은 가을이 한창인데 산 위는 벌써 겨울이었다.

쉬엄쉬엄 호흡을 조절해 가며 산을 오른다. 거대한 왕릉처럼 솟아 있는 대덕산 줄기를 올려다보니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꾸준하게 인내를 가지고 걸어야 간신히 오를 수 있는 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허벅지에 힘을 주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했다.

수리봉 바위지대에서 산 밑을 조망하고 있는 김희주씨.
수리봉 바위지대에서 산 밑을 조망하고 있는 김희주씨.
산정에서 무사히 하룻밤을 보낸 취재팀이 가야산 방면에서
산정에서 무사히 하룻밤을 보낸 취재팀이 가야산 방면에서 떠오른 태양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덕산재를 떠난 지 1시간 만에 해발 840m에 위치한 ‘어름폭포’에 도착했다. 대간 길 바로 옆 작은 골짜기를 따라 쏟아지는 맑은 물을 보니 가슴이 시원해졌다.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급경사를 치고 오르기 위해 산길은 정신을 잃고 갈지자로 흐느적거린다. 긴장의 끈을 놓았다가는 균형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는 구간이었다.

해발 1,100m 부근의 얼음골약수터에 닿을 즈음 다리가 풀릴 정도로 체력이 고갈됐다. 오랜만에 무거운 짐을 지다 보니 온 몸의 근육과 뼈마디가 ‘죽겠다’며 비명을 질러댔다. 약수터의 파이프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물 한 모금으로 정신을 차리고 숨을 돌렸다. 이제 완만한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일만 남았다.

대덕산 정상에 도착하니 바람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다. 쉴 새 없이 불어대는 찬바람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미친 듯이 흔들리는 억새를 바라보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바람이 너무 심해 야영을 할 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바람을 피할 만한 곳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헬기장으로 이동했다.

억새가 무성한 다소 좁은 헬기장이지만 확실히 정상보다는 바람이 덜했다. 서둘러 배낭을 풀고 텐트를 쳤다. 이미 해가 덕유산 머리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태양이 사라지자 순식간에 기온이 떨어졌다.

야경을 보려고 잠시 밖에 서 있었지만 손끝이 시려 버틸 수 없었다. 상상 밖의 추위에 깜짝 놀라 텐트로 쫓겨 들어온다. 좁은 텐트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일찌감치 자리를 폈다. 하지만 밤새도록 멈추지 않는 바람에 쉽게 잠들 수 없다.

대덕산 개념도
지리산까지 보이는 환상적인 시야

새벽이 되자 거짓말처럼 세상이 고요해졌다. 잠시 깊은 잠에 빠졌다가 날카로운 새소리에 눈을 떴다. 어느새 여명이 찾아들고 있었다. 보온병에 담아 둔 따뜻한 차 한 잔을 들이키고 텐트 밖으로 나선다. 세상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지평선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일출이 임박했다.

청명한 날의 해돋이는 짧고 강렬했다. 가야산 어깨에서 얼굴을 드러낸 태양은 불과 몇 십초 사이 바라보지도 못할 만큼 밝은 빛을 내며 솟아올랐다.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뜨거운 햇빛이 순식간에 세상을 뒤덮었다. 해가 올라오니 확실히 추위가 덜했다. 간단히 요기를 한 뒤 서둘러 텐트를 접었다.

대덕산에서 초점산(삼도봉·1,249m) 사이 1.5km 구간은 고도차가 35m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그마한 봉우리들을 네 개나 오르내려야 하기에 수월한 구간은 아니었다. 그래도 줄곧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어서 마음이 가벼웠다. 오른쪽에는 삼봉산과 덕유산 줄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왼쪽에는 가야산으로 뻗은 웅장한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졌다. 정면 멀리 하늘 위에 솟은 봉우리는 지리산 천왕봉이다.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능선길이었다.

초점산(삼도봉)은 전북 무주, 경북 김천, 경남 거창이 만나는 지점이다. 거창군에서 올린 정상석과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동·서·남쪽 방향으로 막힘없이 조망이 터졌다. 초점산 꼭대기에서 한참 동안 쉬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청명한 날씨에 운해가 깔린 산야를 바라보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초점산에서 길은 두 가닥으로 갈린다. 남쪽으로 뻗은 능선을 계속 타면 소사마을을 거쳐 삼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이고, 동쪽 능선을 선택하면 덕산2리 마을로 떨어진다. 우리는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정표에 2.8km로 표기되어 있는 덕산2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능선길은 모자바위를 거쳐 커다란 암봉이 있는 수리봉을 거친다. 이후 급경사 비탈길을 무사히 통과하면 완만한 능선으로 산길이 이어졌다. 초점산 정상에서 2km쯤 진행하면 산길이 동쪽 비탈로 급격하게 방향을 튼다. 이어 운동기구가 보이고 잠시 뒤 마을길이 시작됐다. ‘고산 백패킹’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한겨울을 방불케 한 날씨로 춥고 힘든 산행이었지만 확실히 높은 산은 우리에게 많은 볼거리를 줬다. 하룻밤 겨울 체험은 덤이다. 


주변 명소

나제통문 - 신라와 백제의 국경

나제통문
나제통문
무주군 설천면의 나제통문(羅濟通門)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국경을 이루던 곳으로 설천면의 소천리와 두길리가 경계를 이루는 석견산(石絹山)에 위치한 바위굴이다. 높이 3m, 길이 10m. 작은 바위산인 석견산 능선으로는 본래 설천과 무풍을 오가던 사람들이 넘어다니던 고갯길이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 때 무주에서 김천과 거창으로 이어지는 신작로를 개설하면서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굴을 뚫었다. 옛날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다는 유래에서 나제동문(羅濟洞門), 혹은 나제통문(羅濟通門)이라 부르게 됐다. 휴게소와 주차장이 갖춰져 있다.


무주덕유산리조트 - 설천봉으로 이어진 관광곤돌라

무주덕유산리조트
무주덕유산리조트
덕유산국립공원 구역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대형 리조트다. 설천봉 북사면에 골프장과 스키슬로프, 곤돌라, 호텔 등의 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사철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 특히 겨울철 덕유산의 설경을 보기 위해 관광곤돌라를 이용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선로 길이 2,659m의 관광곤돌라는 20분 만에 해발 1,520m의 설천봉에 오를 수 있는 시설물로 시간당 2,4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이용 정보는 무주리조트 홈페이지(www.mdysresort.com) 참고.


반디랜드 - 숙박 가능한 통나무집 갖춰

반디랜드
반디랜드

무주군 설천면 청량리에 위치한 반디랜드는 무주의 으뜸 자랑거리인 반딧불을 특화한 복합 테마공원이다. 이곳에는 곤충박물관을 비롯해 생태온실, 반딧불이 생태전시관, 환경테마공원, 천문대 등은 물론이요, 하룻밤 숙박이 가능한 통나무집과 청소년야영장이 들어서 있다.

반디랜드의 메인 공간은 반딧불이를 비롯한 2,000여 종 1만3,500여 마리의 희귀곤충 표본을 갖춘 곤충박물관이다. 천문과학관(http://star.muju.go.kr)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천문과학관 뒤의 왼쪽 계곡 주변으로는 청소년야영장, 오른쪽 숲속으로는 통나무집이 위치한다. 반디랜드의 통나무집은 휴양림에 뒤지지 않은 환경을 자랑한다. 홈페이지(www.bandiland.com)를 통해 이용 예정일 30일 전 오전 9시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주소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청량리 1104. 문의 063-324-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