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고서화

800년 前 성 프란체스코 친필 기도문, 韓紙로 살아나다

산야초 2016. 12. 16. 23:18

800년 前 성 프란체스코 친필 기도문, 韓紙로 살아나다

    입력 : 2016.12.16 03:04

    [伊 도서병리학연구소서 복원]

    신현세 匠人의 '의령 한지'
    내구성 강하고 표면 고르며 광택 없어 복원용 종이로 적합
    해외 공인기관서 최초로 인증 "한지 세계화에 탄력 붙을 것"

    800년 전 가톨릭 성인인 성 프란체스코(1182~1226)의 친필 기도문이 우리나라 한지(韓紙)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지류(紙類) 문화재 복원 전문기관인 도서병리학연구소(ICRCPAL)가 최근 한지를 이용해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종이 '카르툴라(Chartula)' 등 중요 유물 5점을 복원했다고 15일 밝혔다. 도서병리학연구소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종이류 복원 기관으로 꼽힌다.

    카르툴라는 평생 빈자들과 함께하며 청빈과 겸손의 삶을 산 프란체스코 성인이 선종 2년 전인 1224년 지은 '하느님 찬미가'와 '레오 수사를 위한 축복 기도문'을 자필로 적은 양피지(10㎝×13.5㎝)로, 가톨릭 역사와 이탈리아 중세사에서 가치가 높은 유물이다. 도서병리학연구소는 경남 의령군 신현세(69) 장인(匠人)의 전통 한지 공방에서 제작한 한지를 이용해 카르툴라 하단의 훼손 부분을 보강, 원형을 되살렸다.

    13세기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 ‘카르툴라’가 경남 의령 신현세 장인이 만든 한지(韓紙)로 복원됐다. 1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개된 복원 카르툴라.
    13세기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 ‘카르툴라’가 경남 의령 신현세 장인이 만든 한지(韓紙)로 복원됐다. 1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개된 복원 카르툴라. /국립문화재연구소

    앞서 도서병리학연구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현세 장인의 한지를 정밀 분석하고 산성도·성분·투명도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한지가 문화재 복원 용도로 적합함을 공식 인증하고 이날 오전(현지 시각) 로마에 있는 도서병리학연구소 본부에서 인증서를 전달했다. 연구소는 "복원용 종이는 내구성이 강하고 유연성, 복원용 접착제와의 상호 유용성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의령 한지는 모든 항목에서 탁월했다. 물에 저항이 강하며 표면이 고르고 광택이 없어 우수하다"고 밝혔다.

    한지로 복원한 성 프란체스코의 카르툴라 원본도 이날 처음 공개 전시됐다. 김순관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이탈리아에서 프란체스코 기도문은 우리로 치면 국보·보물에 해당하는 유물"이라며 "전통 한지가 문화재 복원에 적합한 우수한 종이임을 해외 공인기관에서 인증받은 것은 처음이다. 한지 세계화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동안 유럽의 종이 문화재 복원은 일본 화지(和紙)가 독식해왔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종이 분석 전문가 파올로 칼비니(Calvini·69) 베네치아 카 포스카리(Ca' Foscari)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1966년 피렌체 대홍수 때 종이 문화재가 대거 손상된 이후 화지는 유럽 문화재 복원에서 99%로 압도적 위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한지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특히 한지의 내구성이 최대 8000년까지 지속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유럽 고문서·벽화·지도·고서화 등의 한지 복원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외교부와 주이탈리아 대사관,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협업하는 '한지 인(in) 유럽' 프로젝트다. 의령 한지에 이어 원주·안동·괴산·문경·전주·가평 공방의 한지에 대한 인증도 진행 중이다. 주이탈리아 대사관 홍진욱 공사참사관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 시장에 한지가 본격 진출한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6/20161216001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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