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기행 | 정유년 닭 요리 열전]
아낌없이 주는 닭, “치느님을 사랑합니다”
입력 : 2017.01.10 10:58
예부터 닭백숙, 삼계탕 등으로 즐겨 먹은 닭요리
고단백 보양식으로 으뜸…삼계탕, 프라이드치킨 등은 고열량 조심해야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적으로 닭만큼 음식재료로 사랑받는 가축도 드물다. 이슬람 국가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힌두교 국가에서는 쇠고기를 먹지 않지만 이들 모두 닭고기는 즐겨 먹는 것만 봐도 돼지, 소보다는 한 수 위다.
외국에서는 닭을 주로 굽거나 튀기고 수프나 국물요리로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닭 요리법이 정말 많다.
닭백숙, 삼계탕, 초계탕, 닭볶음탕, 닭갈비, 닭꼬치, 닭강정, 닭죽 등 요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닭의 해를 맞아 우리 생활에 가장 친숙한 닭 요리들을 소개한다.
닭 요리하면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국민 보양식’ 삼계탕(蔘鷄湯)이다. 삼계탕은 영계의 배 속에 인삼, 찹쌀, 마늘, 대추를 넣고 푹 고아 만드는 탕으로 인삼(蔘)과 닭(鷄)이 합쳐진 말이다.
보양식으로 으뜸 삼계탕
삼계탕의 유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음식전문가들은 초기 철기시대 이후 닭을 먹어 왔으며, 백제시대에 인삼을 일본에 수출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닭과 인삼으로 만든 요리가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1670년 발간된 우리나라 첫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는 연계찜(영계찜)과 수증계(닭찜) 조리법이 나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삼계탕 조리법과는 조금 다르다. 최초의 삼계탕 조리법으로 볼 수 있는 기록은 방신영의 1921년판 <조선요리제법>에 처음 등장한다.
이 책에는 ‘닭국(鷄湯)’이라는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닭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뱃속에 찹쌀과 인삼가루를 넣은 뒤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게 잡아맨 후 물을 붓고 끓인다’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인삼 재배가 자유화되면서 이 닭국에 인삼을 넣어 먹기 시작했고 이는 ‘계삼탕(鷄蔘湯)’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다. 계삼탕이 삼계탕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닭보다 비싸고 귀한 인삼의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요즘은 삼계탕에 전복, 낙지, 문어 등을 곁들인 ‘해계탕(海鷄湯)’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삼계탕은 단백질이 풍부한 닭과 영양의 보고 인삼, 그리고 마늘, 대추, 감초, 밤, 찹쌀 등이 고루 들어가 예부터 삼복더위에 먹는 보양식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사실 삼계탕은 고지방 고열량 음식이다. 반찬이나 부재료와 곁들이면 삼계탕 한 그릇의 칼로리가 1,000kcal에 육박한다. 이는 성인 하루 권장 섭취 열량 2,000kcal의 절반가량이나 된다. 따라서 삼계탕을 먹을 때는 가급적 살코기만 먹고 국물을 적게 먹되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이들은 먹는 횟수를 줄이는 편이 낫다.
삼계탕과 더불어 닭 요리의 대표는 바로 닭백숙이다. 닭백숙은 남한산성 아래 성남 단대동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가파른 산에서 기르던 토종닭에 마늘, 인삼, 대추, 밤 등을 함께 넣어 3~4시간 푹 고아낸 것이 백숙의 시작이다. 오래 끓여야 하는 만큼 산에 올라갈 때 미리 주문을 받고 내려오는 길에 음식을 내놓곤 했다. 지금도 성남 단대동에는 백숙 식당 20여 곳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남한산성 밑에서 백숙이 인기를 얻자 다른 산 밑에도 으레 닭백숙을 내는 식당이 많이 생겼다.
이처럼 산 아래에 닭백숙을 내는 식당이 많이 있지만 약수터 주변에도 닭백숙 식당이 많다. 청송에는 달기약수가 있고, 이 약수에 넣어 끓인 닭백숙이 유명하다. 약수터 주변 식당에서 내는 닭백숙은 약수에 닭을 넣고 그대로 끓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물이 좋기에 따로 향신료나 양념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 각종 한약재를 넣으면 보양닭백숙이 된다.
청송 약수닭백숙은 영천제(靈泉祭)를 지내며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영천제는 매년 오월 단옷날을 전후로 약수를 솟게 해주는 지신(地神)에게 감사의 제를 올리는 행사다. 주민들은 지신에게 올리는 제물로 약수에 넣고 끓인 백숙을 제상에 올렸다. 제사가 끝난 뒤 제물을 나눠 음복하면서 약수닭백숙을 보양식으로 먹는 풍습을 낳았다고 한다.
원래 닭백숙은 물에 닭만 넣어 끓여 먹는 것이 정석이지만 요즘은 각종 한약재나 누룽지 등을 넣어 풍미와 영양을 더하기도 한다. 그러나 닭고기 본연의 담백하고 감칠 나는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최소한의 재료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음식전문가들은 말한다.
달기약수터 닭백숙집에선 ‘콤비’로 내는 음식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청송식 닭불고기다. 닭백숙이 주로 식사용이라면, 닭가슴살에 고추장과 마늘, 물엿 등 양념을 버무려 석쇠에 구운 닭불고기는 술안주로 딱 좋다. 매콤달콤한 맛에 불향이 가미된 닭불고기는 떡갈비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닭가슴살을 사용해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닭가슴살에 닭발을 손질해서 같이 버무려 놓으면 씹는 맛이 더 좋아진다.
한국인 치고 ‘치맥’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더우나 추우나 시원한 생맥주 한 잔과 어우러지는 프라이드치킨은 그야말로 ‘완전 소중한’ 조합이다. 프라이드치킨은 18~19세기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이 백인 주인들이 로스트치킨(오븐에 구운 치킨)을 요리하고 남은 날개와 발, 목 등 살이 없는 부위를 가져다가 기름에 튀긴 것이 유래라 전해진다.
이 요리법을 점차 백인 주인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고 켄터키 주에서 프라이드치킨을 팔던 커널 샌더스가 1952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로 건너가 ‘KFC’라는 가게를 열어 전 세계적으로 ‘켄터키프라이드치킨’이 퍼져나갔다.
요즘 우리나라는 ‘한 집 건너 치킨집’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치킨 소비량이 많다. 정통적인 프라이드치킨을 넘어 양념치킨, 간장치킨, 파닭, 치즈치킨 등 수많은 맛의 치킨들이 ‘치느님(치킨+하느님의 합성어)’이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프라이드치킨은 기름에 튀겼기 때문에 고열량 음식에 속한다. 특히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맵고 짜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나트륨 함량이 많고 포화지방 함량도 무척 높아 비만을 야기할 수 있으니 ‘치느님’은 사랑하되 너무 자주는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
서민을 위한 닭갈비와 닭똥집 튀김
드디어 나왔다. 춘천의 명물 닭갈비. 정작 춘천 사람들보다는 전국적으로 더 인기가 높은 음식이다.
강원도 농업기술센터는 춘천닭갈비의 유래를 찾아 나선 바 있는데, 그 결과 춘천닭갈비의 발상지는 춘천시 중앙로2가 18번지의 조그만 돼지갈비식당이었다. 1959년에 생긴 이 식당의 주인 김영석(작고)씨가 당시 돼지파동으로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대신 닭을 토막 내 돼지갈비양념을 발라 구워 판 것. 당시에는 연탄이나 숯에 뼈가 있는 닭갈비를 구워 먹는 형태였으나 1970년대에 들어 현재와 같이 둥근 철판이 등장했고, 이 철판 위에서 볶아 먹는 닭갈비가 춘천닭갈비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굳어졌다.
현재 춘천에는 300여 개의 닭갈비 식당이 있다고 한다. 모두 자기가 원조라고 자부하지만 김영석씨가 세상을 뜨고 식당이 없어지면서 ‘진짜 닭갈비 원조’는 없다고 보면 된다. 굳이 원조의 명맥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춘천 명동 중앙시장 맞은편에 있는 ‘원조숯불닭불고기집’을 꼽을 수 있다. 지금의 주인은 이모에게 가게를 물려받았고, 그 이모 또한 가게를 물려받았는데, 그곳이 바로 김영석씨의 가게였다는 것. 그래서 춘천에서는 이 식당을 김영석씨의 가게를 잇는 ‘원조’로 보고 있다. ‘닭불고기집’이라는 이름처럼 숯불에 굽는 방식의 닭갈비를 낸다. 닭내장과 닭모래집 구이 등도 내는 드문 곳이다.
‘닭갈비’란 음식은 춘천보다 앞서 홍천에 있었다고 한다. 홍천의 닭갈비는 국물이 있는 닭볶음탕 형태다. 태백에서도 광부들이 ‘물 닭갈비’란 이름의 음식을 먹었다. 생김새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닭갈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이 그러하듯 닭도 버릴 것이 없다. 대구 사람이라면 대부분 ‘닭똥집 튀김’을 안다. 동대구역과 가까운 평화시장에는 닭똥집 골목도 있다. 4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목이다. 2015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음식테마 거리’에 선정되었다.
닭똥집 튀김은 1972년 평화시장 내에서 삼아통닭을 운영하던 부부가 막노동하는 인부들을 위해 닭똥집을 튀겨 서비스 안주로 내던 것이 유래다. 그 안주가 인기를 끌며 본 메뉴를 제치고 인기서열 1위로 등극한 것.
현재 닭똥집 골목에는 삼아통닭, 평화통닭, 꼬꼬하우스, 대구통닭, 제일통닭 등 닭똥집골목 1세대 식당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시대에 따라 메뉴도 ‘프라이드 반, 양념 반’에서 간장똥집, 누드똥집, 마늘똥집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가격도 7,000원부터 1만 원대로 프라이드치킨에 비하면 무척 저렴해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닭고기 그대로도 훌륭하지만 닭은 국물을 내는 데에도 훌륭한 재료다. 냉면 육수를 내기에도 좋고 일본식 라멘 국물을 내는 데도 쓰인다. 여름 별미 초계탕은 닭으로 시작해 닭으로 끝난다.
흔히 초계의 계(鷄)를 닭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초(醋)는 식초를 뜻하고, 계는 겨자를 일컫는 평안도 방언 ‘계자’에서 유래했다. 현재 초계탕은 시원한 육수로 여름철에 주로 먹는 냉국이지만 본래는 궁중 연회에 올렸던 냉국으로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서 겨울에 먹던 음식이었다.
보통 닭고기를 넣어 우린 육수를 차갑게 식혀 잘게 찢은 닭고기와 표고버섯, 달걀지단, 오이 등을 고명으로 얹어먹는다. 여기에 식초와 겨자로 새콤하게 간을 해 먹는다.
초계탕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곁들이 음식이 메밀전, 녹두전 등의 전 종류와 육수를 내고 남은 닭날개다. 이 닭날개는 육수를 내면서 기름기가 쫙 빠져 쫄깃하고 담백하다. 마지막은 닭무침이 장식한다.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양념에 잘게 찢은 닭고기살을 무친 닭무침은 소주 안주로 최고다.
귀한 손님에게 내던 닭장떡국
전라도에서는 ‘닭장’이라는 토속음식이 있다. 닭장은 돼지고기 장조림처럼 닭고기를 다진 마늘·생강 등과 함께 재래간장에 조려 만든 것으로 주로 국물을 낼 때 쓴다. 이 닭장으로 주로 해먹는 음식이 바로 떡국으로 이 닭장떡국 때문에 ‘꿩 대신 닭’이라는 말도 나왔다.
원래 떡국 국물은 꿩고기를 넣어 만들었는데, 꿩고기 구하기가 어려운 서민들이 꿩 대신 닭을 넣어 우린 육수로 떡국을 끓여 먹은 것에서 기인한다. 전라도에선 집에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이 닭장떡국을 내곤 했다.
지금은 AI로 먹기 곤란하지만 해남이나 여수, 순천, 화순 등의 남도 지역에선 닭을 회로 먹기도 한다. 닭회는 일본에서는 흔히 먹는 요리다. 갓 잡은 닭으로만 요리할 수 있는데 잠시만 냉장고에 보관해도 맛이 달라진다.
닭회는 껍질과 가슴살, 모래집, 생간을 깨끗하게 씻어 회를 떠 참기름과 깨로 양념한다. 닭발의 뼈를 제거한 후 살을 잘게 다져 회무침을 만들기도 한다. 전라남도에서 주로 먹는 음식으로 타 지역 사람들은 닭회 자체를 모르고, 먹는다 하더라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입맛에 맞으면 참치회나 소고기 육회보다도 더 맛있다는 게 맛 좀 아는 이들의 주장이다. 신선한 닭의 회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고 한다. 단독메뉴보다는 닭 코스요리를 시키면 그중 하나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닭 요리를 만들어 보자
닭장떡국
재료(4인 기준) 토종닭 1/2마리, 떡국떡 1kg, 국간장 1/3컵, 다진마늘 1큰술, 대파 약간, 달걀지단
만드는 법 1 토종닭을 잘게 잘라서 국간장, 마늘을 넣고 장조림 정도의 간으로 닭장을 만든다.
2 냄비에 닭장, 물을 넣고 끓이면서 기름기를 걷어낸다.
3 떡은 찬물에 담갔다가 국물이 끓으면 떡을 건져 넣는다.
4 떡국이 끓으면 어슷어슷 썬 대파와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5 그릇에 담고 지단을 썰어 고명으로 올리면 완성.
더치오븐 닭백숙
재료(4인 기준) 손질한 닭 2마리, 마늘, 황기, 대추, 소금,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손질한 닭을 더치오븐에 넣는다. 취향에 따라 닭 껍질을 제거해도 된다.
2 마늘과 대추, 황기 등의 재료를 넣는다.
3 닭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1시간 10분 정도 삶는다.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젓가락으로 닭을 찔러보며 익은 정도를 본다. 기호에 맞게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
4 완성. 닭고기를 먹고 난 후 남은 국물에 찹쌀과 당근, 버섯, 파 등을 넣어 푹 끓이면 닭죽이 된다.
Q&A로 푸는 조류독감(AI) 상식
Q 조류독감이 사람에게도 치명적인가?
A 우리나라에선 2003년부터 6차례의 조류독감이 발생했지만 현재 인체감염 사례는 없다. 중국에선 사망한 사례가 있지만 감염자는 감염된 닭이나 오리를 직접 만지거나 접촉한 것으로 고열로 조리한 음식으로 인해 감염된 사례는 없다.
Q 달걀도 위험한가?
A 조류독감에 걸린 닭과 오리는 알을 낳지 못한다. 또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달걀 안으로 침투할 수 없으며, 시장에 나오기 전 철저히 위생 처리하므로 시판되는 달걀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Q 식당에서 조류독감으로 죽은 닭으로 요리해 판매할 수도 있나?
A 조류독감으로 죽은 닭은 살색이 검붉어지는데다 털을 뽑을 수 없을 만큼 딱딱해져 식당을 통해 판매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Q 집에서 생닭을 요리한다면?
A 조류독감은 음식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75℃ 이상의 온도에서 5분 이상 조리, 100℃에서는 즉시 사멸하므로 고온에서 충분히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기본적으로 일회용 장갑을 끼고 생닭을 만지고, 닭을 자른 칼과 도마로 다른 채소 등을 다듬지 않아야 식중독 등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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