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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자? 기획자?… "다 장악하자"던 고영태의 정체는

산야초 2017. 2. 11. 01:15

폭로자? 기획자?… "다 장악하자"던 고영태의 정체는

갈수록 의혹 커지는 고영태의 진실…'정의로운 폭로자'인가, '추악한 기획자'인가

입력 : 2017.02.10 11:48 | 수정 : 2017.02.10 14:52



고영태 전(前) K스포츠재단 이사가 최순실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정부 예산을 빼내 나눠 가지려 했고, 재단 장악을 위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폭로를 처음부터 기획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고 전 이사는 그간 최순실씨가 주도한 국정농단 사건의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서 나타난 그의 모습은 다르다. 최씨로부터 일방적으로 부당한 지시를 받다가 부당함을 견디지 못하고 사건을 폭로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번 사건에 깊숙이 개입해 최씨와 별도로 정부 돈을 빼돌리거나 재단을 장악하려 시도한 정황이 나타난다. 고씨도 사건의 ‘몸통’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 5명에 대한 4차 공판에서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김 대표는 고 전 이사와 함께 사업을 해 온 동업자로, 평소 고 전 이사의 측근들과 대화를 나눌 때 녹음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 대표의 컴퓨터에서 2000여개에 달하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이 녹음파일에는 고 전 이사의 측근인 최모씨와 이모씨가 부당하게 이득을 챙기려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씨가 “36억짜리 연구가 선정되게 해야 하는데 내가 밀고, 고영태는 누나가 알아서 처리해요”라고 말하자, 이씨는 “이런 거는 말이 나오면 안 되고 잘해야 해. 너, 고영태 등등 나누면 되는 거야”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들이 36억원짜리 연구과제를 문체부에 제안하고 나서, 최순실씨를 통해 압력을 행사해 예산이 나오면 나눠 가지려 한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에 대한 공판에서는 최순실측 변호인이 더블루K 직원 김모씨와 고 전 이사의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여기서 고 전 이사가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것”이라고 말하는 등 K재단을 장악하려는 뜻으로 이해되는 이야기를 나눈 정황이 나온다.

녹취에서 측근은 고씨에게 “저번에 말씀하신 러닝 찢고 노는 거 기대하고 있을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씨는 “에헤이. 내가 지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데, 같이 엮여야겠니?”라고 답했다. 이어 “내가 제일 좋은 그림은 뭐냐면, 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측근이 “근데 형이 아직 그걸 못 잡았잖아요”라고 묻자 고씨는 “그러니깐, 그게 일 년도 안 걸려. 일 년도 안 걸리니까 더 힘 빠졌을 때 던져라”고 했다.

고 전 이사는 “내가 (K스포츠)재단에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이사장하고 사무총장하고 쓰레기XX 같아… 정리를 해야지. 쳐내는 수밖에 없어”라며 “하나 땡겨놓고 우리 사람 만들어놓고 같이 가버리든가 해야지. 거기는 우리가 다 장악하는 거제. 미르재단도 한 번 봐야 돼… 결론은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 이거야”라고도 말했다.

이 녹취록 내용은 고씨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기 위해 ‘1년도 안 걸리는’ 기간 동안 치밀하게 무언가를 꾸몄을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이날 재판에서 최순실씨가 “고씨 등이 게이트를 터트린다 협박하고, 자료를 조작했다”고 말한 것도 전혀 근거없는 억지 주장이 아닐 수도 있다.

고씨는 형사재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 증인 출석은 피하고 있다. 지난 6일 재판 때 헌재 관계자가 법정으로 고씨를 찾아가 출석요구서를 전달하 려 했으나 고씨는 “따로 연락하겠다”고만 답하고 수령을 거부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순실 형사재판에서는 고 전 이사의 범행 사실을 추궁당할 일이 없지만, 헌재에 출석하면 대통령 측 대리인단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본인에 대한 의혹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으니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헌재 출석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0/20170210013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