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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녹취록 “대통령 죽이고 다른 쪽과 얘기하는 게 낫다”“박근혜는 지는 해, 끝났다” 담겨

산야초 2017. 2. 17. 13:13

“대통령 죽이고 다른 쪽과 얘기하는 게 낫다”

배석준기자

입력 2017-02-17 03:00:00 수정 2017-02-17 09:06:29


朴대통령 대리인단, 고영태 측근 김수현 등 통화 녹취록 헌재에 제출
“박근혜는 지는 해, 끝났다” 담겨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측근 고영태 씨(41·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고 씨의 지인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이권에 개입하려 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정 농단 사건의 폭로를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와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의 통화 녹취록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죽이고(몰락시키고) 다른 쪽과 이야기하는 게 더 얻을 것이 많다”며 국정 농단 사건 폭로를 모의한 내용이 등장한다.

이 녹취록은 김 대표가 사실상 고 씨의 비서 역할을 하고 있던 지난해 7월 4일 류 전 부장과 1시간 23분에 걸쳐 통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소장님(최 씨)은 박근혜는 ‘지는 해’이기 때문에 끝났다고 봐요. 걔(박 대통령)한테는 받을 게 없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거(박 대통령)를 죽이는 걸로 하고 다른 쪽하고 이야기하는 게 더 크다고 봐요”라며 국정 농단 사건을 폭로하면서 다른 정치세력과 손을 잡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또 “이명박 때든, 노무현 때든 다 그렇게 끝났어요. 지금 친박이 힘 빠진다는 기사는 형도 많이 봤잖아요”라며 “만약 민간인이 문체부도 그렇고, 뭣도 하고 있다고 드러나면 국정감사든, 청문회든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최순실을 부를 텐데, 그렇게 되면 친박(친박근혜)에 있는 사람은 버티지 못하고 와해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녹취록에서 김 대표는 류 전 부장과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는 논의도 했다. 그는 “우리가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을 이사장으로 앉혀 놓자”며 “말 잘 듣고 선비 같은 사람한테 ‘월급이나 받아가고 우리가 하라는 거 사인만 하시고 연기만 해 달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류 전 부장도 지난해 1월 24일 김 대표와의 통화에서 “우리 세력을 제대로 꽂아야 된다”며 “(재단 돈) 700억 원을 곶감 빼 먹듯 먹고 권력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로 공개된 녹취록들은 김 대표가 고 씨 등 지인들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2391개 파일 중 일부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녹취록을 제출하면서 “녹음파일을 공개된 법정에서 틀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음성파일을 재판부가 충분히 듣고 판단할 것”이라며 완곡히 거부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http://news.donga.com/Main/3/all/20170217/82908363/1#csidx9d60cb68aae0687b664bbd4a9e2e830


[사설] 최순실 사태는 고영태 측의 기획폭로라는 놀라운 사실

기사입력 2017.02.16 오후 5:46
최종수정 2017.02.17 오전 12:58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 등장 이후 최순실 사태의 진실이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2391개에 달하는 이 파일은 최씨 수행비서였던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고영태 노승일 류상영 박헌영 씨 등 주변 인물들과의 휴대폰 통화를 앱으로 자동녹음한 기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들 간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고 한다.

한경이 녹음파일을 전부 입수해 들어본 결과는 상당히 놀랍다. ‘박근혜를 죽이고 다른 쪽과 이야기하자’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모의가 오갔다. 고영태와 측근들이 정치권과 결탁해 ‘국정농단 게이트’를 만들고 사익을 보장받으려 했다는 정황이 엿보인다. 그들이 K스포츠재단 자금을 최순실 몰래 별도로 설립한 (주)예상이라는 법인으로 빼돌리려 한 점도 밝혀졌다. 이런 녹취들은 그간 검찰이 설명해온 사건 개요와 크게 차이나는 것이다. 최순실이 고영태 노승일 류상영 박헌영 등과 공모해 국고를 빼돌리고 국정을 혼란으로 몰았다는 게 검찰의 기소내용이다. 그러나 녹음파일은 고영태 등이 공모와 기획폭로로 ‘최순실 게이트’를 터뜨렸으며, 그 결과로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것 아니냐는 본질적인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고영태 녹음파일’이 사건의 실체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헌재에 검증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파일은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오래전에 확보했지만 뒤늦게 대통령 변호인단에 의해 존재가 확인됐다. 고의인지 실수인지 알 수 없지만 검찰이 파일수사를 건성건성 한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출석 요구에 잘 응하지 않는 등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듯한 고영태 김수현 등을 헌재와 특검이 다그치지 않고 방관하는 것도 미심쩍다.

파일내용대로라면 최순실 사태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란 프레임에 근거한 탄핵의 타당성도 총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특검과 헌재가 ‘광장의 여론’에 영합해 서둘러 사건 종결에 몰두한다면 ‘의심의 산’만 더 높아질 뿐이다.


[출처] [한경 사설] 최순실 사태는 고영태 측의 기획폭로라는 놀라운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