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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의 맛집] 칼칼하고 부드러운 바지락술찜…포차가 이래도 되니

산야초 2017. 2. 11. 22:41

[식객의 맛집] 칼칼하고 부드러운 바지락술찜…포차가 이래도 되니

      
| 모델 이현이의 ‘메종 드 혁이네’

 
계절메뉴인 ‘꼬막무침’은 통통한 꼬막 알이 쫄깃하고, 깻잎·마늘대와 함께 먹으면 입안에서 향긋함이 더한다.

계절메뉴인 ‘꼬막무침’은 통통한 꼬막 알이 쫄깃하고, 깻잎·마늘대와 함께 먹으면 입안에서 향긋함이 더한다.


남도한정식집 안 부러운 꼬막무침
차돌박이에 싸먹는 낙지볶음 환상적
손님 말 듣다 가끔 황당 메뉴 개발도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몰래 데이트를 하던 선우와 보라는 늘 포장마차에서 만나 우동을 먹었다. 일명 ‘밥 파는 포장마차’였다. 요즘은 거의 다 사라졌지만 종종 그런 밥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번에 논현동에 새로 생긴 ‘메종 드 혁이네’가 딱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포장마차다. ‘맛깔 나는 밥’이 있는 곳.

혁이를 알게 된 건 왕십리의 한 술집에서였다. 당시 혁이는 한양대 앞에 있는 모 프랜차이즈 포차형 술집 사장이었다. 2층으로 구성된 상당히 큰 규모의 매장이었는데 항상 손님들로 꽉 찼다. 대학가 술집에 별다른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식재료도 혁이가 직접 다 고른다 하고 항상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참 성실한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재료가 믿을만하니 꼭 술자리가 아니더라도 식사를 위해 종종 혁이네 술집을 찾았다.

당시 대학가 술집의 안주는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정말 많이 시켜먹어도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계산할 때면 미안할 정도였다. ‘너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겠냐’ 물으면 혁이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많이 팔면 되죠’라고 대답했다. 박리다매로 매일 엄청나게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건데…. 실제로 혁이네 술집은 식재료 회전률이 빨라서 특히 해산물이 무척 싱싱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이 보통 그렇듯 드는 품에 비해 많이 남는 게 없었던지 혁이는 잘 되던 왕십리 술집을 정리하고 강동구 길동에 ‘해녀집’이라는 해산물 전문점을 차렸다. 해산물 산지마다 직접 거래처를 뚫고 매일매일 직배송을 받았다. 또 본인이 직접 조리를 해서 제법 입소문이 많이 났다. 서초동인 우리집에서 길동까지 상당한 거리였지만 1년 내내 믿고 먹을 수 있는 싱싱한 식재료 때문에 임신 기간 동안 해산물이 땡길 때면 혁이네를 찾았다.

언뜻 보면 역도선수 혹은 레슬링 선수같은 외모의 혁이는 사실 따뜻한 마음과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다. 오고가는 손님들이 그냥 툭 내뱉은 말도 다 귀담아 들었다가 가게운영에 반영한다. 모든 사람의 말을 다 듣다보니 가끔 황당한 안주메뉴도 개발한다. 기본적으로 손님들 말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는 건 음식점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음식을 먹는 사람을 존중하는 것 같아서 무척 신뢰가 갔다.

그런 혁이가 우리집 근처 논현동에 포차를 낸다고 하니 오픈 전부터 기대가 된 것은 당연하다. 가 오픈 기간에 득달같이 달려가서 여러 가지 메뉴를 먹어보고 오지랖 넓은 잔소리도 몇 마디 했다. 그랬더니 다음번 방문에 내 의견이 전부 반영돼 있었다. 내 말이 정답은 아닐 텐데 이렇게 바꾸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여러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장이니 분명 끊임없이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마스터피스를 만들 거라 생각한다.
 
실내포차인 ‘메종 드 혁이네’의 시그니처 메뉴 ‘바지락술찜’은 시원칼칼한 국물에 버터를 녹여 부드러움까지 더했다.

실내포차인 ‘메종 드 혁이네’의 시그니처 메뉴 ‘바지락술찜’은 시원칼칼한 국물에 버터를 녹여 부드러움까지 더했다.


현재 ‘메종 드 혁이네’의 시그니처 메뉴는 바지락술찜이다. 일반적인 바지락찜이랑 뭐가 다를까 싶지만 칼칼한 맛에 버터를 첨가해 부드러우면서도 얼큰하다. 술이 무한대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계절메뉴로 요즘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꼬막무침이다. 먹는 사람이 일일이 껍질을 벗겨내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통통한 꼬막 알만 쏙쏙 빼서 양념에 버무렸다. 곁들여 나오는 깻잎, 마늘대와 함께 먹으면 향긋한 맛까지 더해져 여느 남도한정식집 안 부럽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차돌불낙지볶음이다. 차돌박이를 한 장 깔고 그 위에 낙지를 올려서 돌돌 싸먹으면 진짜 발끝부터 몸서리가 쳐질 만큼 맛있다. 매운 낙지를 먹다보면 공깃밥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아직은 밥을 주문하면 안 된다. 차돌불낙지볶음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달라고 하면 이틀 굶은 사람처럼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다.

사장 혁이의 서글서글한 성격과 가게에 쏟는 정성 덕분인지 빽빽하게 들어찬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인 손님들도 모두 친근하고 여유롭다. 입에 착착 붙는 맛있는 메뉴에 술 한 잔씩 하다보면 어느새 건너 테이블에 있는 처음 보는 손님들과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기 일쑤다.
 
 
메종 드 혁이네
주소: 강남구 논현동 167-28(강남대로120길 13)
전화: 010-2540-0932
영업시간: 평일 오후 6시~익일 새벽 4시, 일요일 휴무
주차: 불가
메뉴: 바지락술찜 1만9000원, 꼬막무침 2만원, 차돌불낙지볶음 2만3000원
드링크: 소주 4000원, 한라산소주 5000원, 일품진로 2만원, 화요25도 2만원.

 
이주의 식객

이현이
모델. 2005년 이화여대 재학시절 슈퍼모델에 입상해 세계 4대 패션위크에서 활약. 결혼 후에는 ‘유부녀 모델’로 주가를 높이며 예능 방송인으로 도 활약중이다.



[출처: 중앙일보] [식객의 맛집] 칼칼하고 부드러운 바지락술찜…포차가 이래도 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