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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보쌈과 낙지볶음의 하모니

산야초 2017. 2. 15. 01:33

마늘보쌈과 낙지볶음의 하모니

    입력 : 2017.02.08 08: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부산 화명동 <황금마늘보쌈>

    돼지고기와 마늘의 찰떡궁합

    지난 주말과 휴일에 부산, 울산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주요 업무를 마치고 부산 북구 화명동에 있는 마늘소스 콘셉트의 보쌈집을 방문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역사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도중에 줄을 서서 먹는 핫도그 전문점이 보였다. 필자와 직원은 15분 이상 줄을 서서 그 핫도그를 먹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의 음식이라면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1500원짜리 모차렐라 핫도그는 기존에 먹던 핫도그 맛과 확실히 달랐다. 그렇지만 줄을 서서 먹을 정도의 풍미는 아니었다. 다음날 울산에서도 손님들이 동일한 브랜드의 핫도그 전문점에 줄을 서서 먹는 것을 목격했다. 반짝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인근에도 저렴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 있는데 가성비 좋은 음식이지만 이 아이템이 과연 오래갈까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각설하고 우리는 마늘보쌈 전문점에 도착했다. 몇 가지 메뉴 가운데 우리 일행은 낙지마늘보쌈(소, 3만2000원)으로 주문했다. 벽면에 ‘최초의 낙지보쌈’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전혀 이질적인 식재료인 낙지와 보쌈이 과연 어느 정도 서로 궁합이 맞을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가장 작은 소(小)자를 주문했더니 기본 반찬이 깔렸다. 맑은 콩나물국과 쌈채 달걀찜 들깨샐러드 김치전 등인데 보기에 깔끔했다. 식당에서 처음 반찬을 차릴 때 보면 그 식당의 수준을 70% 이상 가늠할 수 있다. 일부러 방문한 것이 별로 후회가 안 될 정도였다. 메인인 보쌈 요리도 나왔다. 기존 보쌈 전문점에서 봤던 담음새와 달랐다. 흑마늘과 마늘 소스가 위에 깔리고 낙지볶음을 올린 보쌈 담음새는 보기에도 색달랐다.

    우선 보쌈을 먹었다. 보쌈이 부드러웠다. 잘 삶았다. 사실 보쌈을 그다지 안 좋아한다. 주로 프랜차이즈 보쌈집에서 먹던 보쌈은 왠지 걸리는 맛이 있다. 유일하게 가끔 가는 <똑순이막국수> 보쌈은 워낙 좋은 원육을 사용해서 수준이 다르지만 이 식당 보쌈의 맛도 특별한 점이 있다. 보쌈을 마늘 소스에 찍어서 먹었다.

    소스 맛이 약간 달았지만 혀에 거스를 정도는 아니었다. 차가운 성질의 돼지고기 보쌈과 뜨거운 성질의 마늘은 찰떡궁합이다. 마늘 소스는 흑마늘 소스와 일반 마늘 소스 중 택일할 수 있는데 이 식당 업주는 일부러 멀리서 왔다며 두 가지 소스를 모두 제공했다.

    일반 마늘 소스는 깔끔한 맛이, 흑마늘 소스는 좀 더 진한 맛이 났다. 보쌈을 마늘에 찍어서 먹었더니 전혀 느끼한 맛이 없었다. 원래 보쌈을 잘 삶아서 먹기에도 편했지만 마늘에 찍어서 먹는 보쌈 맛은 특별했다. 또한 깻잎과 무절임 반찬에 보쌈을 먹었더니 입맛이 좀 더 개운했다. 보쌈에 올린 두부도 조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

    순한 맛의 보쌈과 매콤한 낙지볶음의 밸런스

    금상첨화는 낙지볶음이다. 낙지의 굵기가 큼직해서 우선 보기에도 좋았다. 낙지볶음은 맵지 않고 양념 맛이 진하면서 당기는 맛이 났다. 독특한 점은 보쌈을 먹고 낙지를 먹었더니 의외로 궁합이 잘 맞는 것이다. 원래 부산은 낙지요리가 센 지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낙지의 양념 맛이 전문점 이상으로 양호하다. 다만 직화로 구우면 좀 더 맛이 뛰어날 것이다. 유명한 경북 예천의 오징어불고기가 연탄불에 굽기 때문에 맛의 여운이 남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순한 보쌈과 매운 낙지 양념 맛이 밸런스가 잘 맞는다. 가장 조합이 맞게 먹는 방법은 ‘무쌈+깻잎’ 위에 보쌈과 낙지를 올려서 먹는 것이다. 개운한 맛과 약간 매콤한 맛이 확실히 입맛을 당긴다.

    전언한 것처럼 필자는 다소 밋밋한 보쌈을 그다지 안 선호하지만 이 집은 마늘과 낙지 등의 다양한 조합으로 음식 맛을 좀 풍요롭게 구현한다. 외식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런 타입의 보쌈요리는 수도권에서 잘 맞을 것 같다.
    보쌈을 먹고 후식으로 청국장(4000원)을 주문했다. 다소 심심한 청국장을 밥에 올리고 낙지 양념을 비벼서 먹었다. 마무리로 그만이다. 이 보쌈 외에 굴보쌈 등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식사를 마칠 즈음에 식당 안은 손님으로 가득 찼다. 대부분 가족 손님들이었다. 입지가 별로 안 좋은데도 손님이 많은 이유는 역시 특별한 맛 때문일 것이다. 전언한 것처럼 단기간에 손님이 몰리는 음식이 있다. 그렇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음식은 ‘반짝’으로 끝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허다하다.
    <황금마늘보쌈> 부산시 북구 용당로9번길 3, 051-364-3344
    지출(2인기준) : 낙지마늘보쌈(소) 3만2000원 + 청국장 4000원 + 공깃밥 2개 2000원 = 3만8000원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