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식당서 코스요리 2만9000원으로 그녀에게 점수 땄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식사비용의 상한선을 '3만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에 맞춰 고급식당들도 3만원 이하의 코스요리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입력 : 2017.02.14 17:46
[Food: 3만원 이하로 즐기는 고급식당]

청탁금지법 이후 식사비 3만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미쉐린 1스타 한식당부터 유명셰프 식단까지 메뉴 다양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다섯 달이 가까워진다. 그 사이 생긴 학습 효과인지 요즘 식당 갈 때 무의식적으로 식사 비용 상한을 ‘3만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품 요리만 시켜도 3만원 훌쩍 넘는 식당이 많지만, 알고 보면 3만원 이하 코스 요리를 파는 분위기 좋은 고급 식당도 있다. 졸업·입학 철, 가족끼리 추억 만들 요량으로 가볼 만한 곳도 꽤 있다. 3만원(1인당) 이하로 즐길 수 있는 고급 식당을 알아봤다.
유명 레스토랑 출신 셰프가 만드는 코스
내로라하는 국내 레스토랑에서 일한 요리사들이 독립해 자신만의 공간을 차렸다. ‘이름 알리기 위해’ 점심 코스 요리를 3만원 이하로 매겼다. 구성이 탄탄하다. 신선한 재료, 아름다운 담음새, 고급스러운 분위기까지 삼박자를 이룬다.

지난해 10월 청담동에 문을 연 가디록(02-6404-6815)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키친’ 출신 동갑내기 요리사 이재민·권기석씨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평일·주말 관계없이 점심에 한해 1인 2만9000원을 내면 아뮤즈부쉬(웰컴푸드)부터 샐러드, 수프, 메인 요리 5가지(택1), 디저트까지 코스로 먹을 수 있다. 식용 꽃을 곁들인 ‘콜리플라워 스프’, 파스타에 곁들이는 직접 만든 ‘백김치’ 등 요리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뿍 담겼다. 메인 요리 중 ‘저온 조리 돼지 목살 스테이크’와 ‘살치살 스테이크’를 선택하면 각각 5000원, 1만원 더 내야 한다.

서울 장충동 서울다이닝(02-6325-6321)은 요즘 데이트·모임 공간으로 미식가들 사이에 소문난 곳. ‘세컨드키친’ ‘메종드라카테고리’에서 일했던 김진래씨가 다양한 재료, 이탈리아·프랑스식 요리로 ‘서울의 맛’을 선보인다. 화~토요일 2만5000원 런치 코스가 있다. 5가지 ‘스타터’ ‘메인 요리’ 중 한 가지씩 고른다. 스타터는 그날 수산 시장에서 산 신선한 해산물을 내놓거나 제철 채소 샐러드를 선보이는 식이다. 메인 요리는 ‘마포 돼지갈비’에서 영감 얻어 만든 숯불에 구운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인기. 5000원을 추가하면 양·소갈비 요리도 맛볼 수도 있다. 테이블은 방 2개를 포함해 9개가 전부다.

반포4동 YOON(윤·02-3481-5007)은 서래마을 골목 2층에 자리 잡은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출신 장정수 셰프가 주방을 책임진다. 점심 코스는 2만7000원과 3만원 두 가지. 전자는 애피타이저와 ‘리소파스타’ ‘오리라구파스타’ ‘파마산딸리아딸래’ 3가지 메인 요리 중 한 가지를 택한다. 리소파스타는 이곳 베스트 메뉴로, 시금치를 갈아 만든 퓨레로 면을 반죽해 초록 빛깔을 띤다. 후자는 메인 요리만 다르다. 치킨 요리, 저온 조리한 삼겹 요리 중 선택 가능하다. 커피는 모두 무료. 3500원 추가하면 디저트(프로마주블랑·소프트 초콜릿)도 맛볼 수 있다.
‘믿고 먹는’ 미쉐린 1스타 코스
알고 보면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받은 고급 식당에서도 3만원 이하 코스 요리를 판다. 세계적 식당 평가·안내서에서 뽑은 만큼 믿고 먹을 수 있다.
서울 신사동 하모(02-515-4266)는 진주 향토 음식점으로 이미 강남 사모님들의 모임 공간으로 소문났다. 음식과 분위기가 안정적이라는 평. 메인 요리 하나 가격이 3만~4만원 육박하는데 ‘하모 반상(1인 2만7000원)’ 하나 시키면 ‘진주 스타일’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조선 잡채’ ‘육전’ ‘석쇠불고기’ 등 메인 요리 3가지가 조금씩 나온다. 식사는 ‘진주비빔밥’ ‘헛제삿밥’ ‘된장칼국수’ 중 한 가지 고른다. 하모 반상은 평일, 주말 오후 4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단, 예약이 쉽지 않다. 룸은 2주 전, 홀은 1주 전 예약해야 한다.
서울 견지동 사찰 음식점 발우공양(02-733-2081)에서도 1인 3만원 코스 요리 ‘선식(禪食)’을 만날 수 있다. 점심 한정 메뉴다. 사찰 음식인 만큼 고기·해산물뿐 아니라 ‘오신채(五辛菜)’라는 파·마늘·부추·달래·흥거를 넣지 않는다. 구성은 6가지. 수행자들이 새벽에 먹는 음식 ‘죽상’, 겉절이·무침 등으로 구성된 ‘상미’, 밥·찌개·반찬 한 상 차림 ‘유미’ 등이다. 특유의 심심한 맛과 뒷맛이 깔끔해 더부룩하지 않다. 일주일 전 예약 필수.
장어, 파에야… 즐기는 이색 코스
한·중·일식, 서양식 등 기존 정형화된 코스 요리를 탈피해 이색 코스를 파는 고급 식당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단가 높은 편이지만 3만원대 이하가 없는 건 아니다.

‘장어집’ 하면 숯불 피우며 냄새 배는 공간이 떠오르지만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자리한 레스토랑 MA_N(만·02-514-4123)은 다르다. 런치 코스는 메밀롤, 육전·굴전 등의 모둠전, 그날 들어오는 싱싱한 횟감으로 만든 제철 모둠회, 그리고 무항생제 장어구이(소금·데리야키·고추장·된장 중 택일) 한 마리가 나온다. 1인 2만9000원. 2인분부터 판다. 장어구이 한 마리가 3만8000원, 1인 5만5000원의 저녁 코스와 비교했을 때 가성비 좋다. 김희성 대표가 광주에서 장어 요리 전문점과 양만장을 운영한다. 점심 땐 주부 모임이 많고 와인 좋아하는 남성들이 장어에 와인을 곁들이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총 72석. 조용하게 먹고 싶다면 룸을, 전망을 감상하고 싶다면 테라스를 선택한다.

서래마을 꼬시나 에스파냐(02-595-5558)는 지난해 연말 스페인 부엌 문화를 알리고자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한 김명진 셰프와 호텔리어 출신 외식 사업가 주은영씨가 함께 열었다. 1인 2만원대 런치코스를 판다. ‘런치A’는 샐러드, 스페인식 감자튀김, 해산물 파에야, 커피로 구성됐다. 2인 기준 5만원. ‘런치B’는 메인 요리가 다르다. 새우와 마늘 오일 요리 ‘감바스(gambas)’, 일명 국수 파에야라는 ‘피데우아(fideua)’를 맛볼 수 있다. 2인 기준 5만8000원. 총 28석(테이블 6개, 바 4석)으로 공간이 아담하다. 예약은 2~3일 전 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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