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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의 진화]② '방금 조리한 맛 그대로' 특수포장 경쟁 '후끈'..."비용이 과제"

산야초 2017. 6. 26. 23:24

[간편식의 진화]② '방금 조리한 맛 그대로' 특수포장 경쟁 '후끈'..."비용이 과제"

  • 윤민혁 기자


  • 입력 : 2017.06.13 11:26 | 수정 : 2017.06.13 14:01

         

    “어때요? 스킨포장으로 보존하니 수분이 날아가지 않아 원래 맛이 살아 있죠?”

    지난 9일 이마트의 간편식 피코크 제조업체 HJF의 강화도 공장. 초여름임에도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공장 내 시식대 앞에서 피코크 통마늘 닭똥집(근위볶음)을 먹어봤다. 시식 후 느낌은 “포장마차에서 흔히 먹던 맛과 똑같다”였다. 냉장 포장을 거친 제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고기에선 기존 육가공 간편식에선 느낄 수 없는 촉촉함이 느껴졌고, 마늘과 고추 등 야채는 막 볶아낸듯 아삭했다. 간편식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봤자 인스턴트 음식에 불과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스킨포장 제품은 ‘쫄쫄이 슈트’를 입은 듯 빈틈없이 포장과 접해 있다. 전자레인지에 용기 채로 넣고 가열하면 식품에서 증발한 수분 때문에 포장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이때 증기가 포장지 내에서 돌면서 음식을 쪄낸다. 이용대 HJF 식품연구소장은 “기존 진공포장 제품은 포장에 구멍을 내 가열하는 것이 필수여서 조리 시 음식의 수분을 보존하기 힘들다”며 “스킨포장은 음식의 수분을 99% 이상 보존해 맛과 식감을 살리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강화도 HJF 공장 내부 스킨포장 라인. 용기에 담긴 음식은 10여초간 기계를 거쳐 딱 달라붙는 스킨포장 제품으로 완성된다. /이마트 제공
    인천시 강화도 HJF 공장 내부 스킨포장 라인. 용기에 담긴 음식은 10여초간 기계를 거쳐 딱 달라붙는 스킨포장 제품으로 완성된다. /이마트 제공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마치 방금 요리한 음식과 같은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식품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핵심 기술 중 하나는 포장이다. 과거 식품 포장이 제품의 변질을 막는 것에 급급했다면, 최근 업계는 음식이 지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포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 피코크의 스킨포장, 롯데푸드 쉐푸드의 스팀팩 포장 등 특수 포장 기술이 대표적이다. 다만 아직 단가 문제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비용 부담을 낮추는 게 관건인 셈이다.

    ◆ 이마트·롯데·CJ, ‘음식 맛 그대로' 전자렌지 가열 최적화 포장 기술 ‘경쟁'

    온도와 수분은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덜 익어 차갑거나 지나치게 조리돼 타버린 음식을 달가워하는 소비자는 없다. 조리와 함께 수분이 날아가 버려 딱딱해진 음식 또한 꺼려지긴 마찬가지다.

    이마트의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에 도입된 스킨포장은 제품에 피부를 씌우듯 포장하는 기술이다. 포장을 벗겨낼 필요 없이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특수 용기 및 비닐을 적용했다. 음식 포장 자체가 일종의 ‘찜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음식을 고르게 가열하고 수분을 99% 이상 보존한다. 여기에 냉장포장을 거치기 전 음식이 지닌 맛을 최대한 살려낼 수 있는 비결이 있다.

    현재 대부분 냉장식품은 ‘진공포장’을 거쳐 유통되고 있다. 진공포장은 비닐로 제품을 싼 뒤 내부의 공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밀봉하는 기술이다. 밀봉 후 고온 살균 등을 거치면 일반적인 레토르트 식품(가공 조리한 후 살균해 포장한 제품)이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세균을 제거해 유통기한을 확보하고, 꽁꽁얼린 냉동식품보다 나은 맛을 낸다.

    문제는 조리였다. 간편식은 편의성을 중시하는 특성상 조리도 간편한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하기 마련이다. 또 진공포장된 제품을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하기 위해선 포장을 완전히 뜯어내거나 일부 구멍을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대로 조리할 시엔 비닐 포장이 터지거나 심한 경우 녹아내려 음식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뜯어진 포장 사이로 음식의 수분이 날아가 버려 맛을 잃게 된다. 이용대 소장은 “육류 제품은 수분이 맛과 식감을 좌우한다”면서 “기존 진공 포장은 구멍을 내 가열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 고기 본연의 맛을 지키기 힘들었다”고 했다.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는 제품 특성상 균일하게 가열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이 소장은 “진공포장 일부분을 뜯어 가열하면 뜯긴 부분만 온도가 높아져 과조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HJF는 스킨포장 덕에 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 HJF의 지난해 제품 출고량은 33만4000여개로 2013년 13만여개의 두배 반으로 증가했다. 스킨포장으로 제품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고 소비자들이 인정한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스킨포장한 통마늘 닭똥집(왼쪽)과 일반 진공포장한 통마늘 닭똥집(오른쪽) /이마트 제공
    스킨포장한 통마늘 닭똥집(왼쪽)과 일반 진공포장한 통마늘 닭똥집(오른쪽) /이마트 제공

    롯데푸드는 지난 2월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쉐푸드’의 신제품 ‘쉐푸드 육교자’를 출시하며 ‘스팀팩 포장’ 기술을 도입했다. 스킨포장처럼 음식에 딱 달라붙진 않지만 방식은 같다. 봉지째 전자레인지에 조리하면 포장지가 부풀어 오르며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가열된 증기가 대류하며 찜 조리 효과를 내 육즙을 보존하고 촉촉한 만두피를 만든다. 조리 약 1분 40초 이후부터 증기배출구를 통해 조금씩 스팀이 빠져나가 2분이면 조리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롯데푸드는 올해 1월 연면적 6500평 규모의 평택공장을 열고 최신예 간편식 생산 라인을 갖췄다. 평택공장 가동으로 롯데푸드의 간편식 생산 능력은 50%가량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쉐푸드 육교자를 시작으로 스팀팩 포장을 도입한 제품 출시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CJ제일제당은 균일하게 가열되지 않는 전자레인지 조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특수 포장을 개발했다. ‘햇반’ 용기 아래 주름진 비닐 포장을 적용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전자레인지의 전자파 투과율을 조정해 햇반이 고르게 가열되도록 했다.

    지난해 출시한 ‘비비고 김치’에는 특수 설계한 투명 누름판을 적용해 용기 내부의 김치 상단을 덮어 효모 발생을 최대한 억제했다. 또 발효제품 특성상 내부 가스 배출이 필요한 만큼, 외부 산소유입을 방지하는 동시에 내부의 가스를 배출하는 일방형 밸브를 채택했다. 비비고 김치는 최근 국제 패키징 어워즈인 ‘듀폰 포장 혁신상(DuPont Packaging Innovation Award)’에서 금상을 받았다.

    듀폰 포장 혁신상을 받은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CJ제일제당 제공
    듀폰 포장 혁신상을 받은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CJ제일제당 제공
    ◆ 특수포장, HMR 시장 이끈다…비용 절감은 과제

    최대 과제는 비용이다. 스킨포장에 쓰이는 비닐(필름)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스킨포장 원가는 진공포장에 비해 40%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현재 특수포장이 주로 적용되는 제품은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기류다. 고기류 음식이 단단한 만큼 딱 달라붙는 포장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킨포장을 사용하는 HJF는 현재 피코크 닭발구이, 닭똥집, 고추장삼겹살, 닭갈비, 돼지불고기, 오리불고기 등 고기류만 생산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선 스테이크와 감자샐러드 등을 레스토랑에서 서빙하기 직전 모습 그대로 포장을 입혀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국산 포장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국내에서도 다양한 특수포장 HMR 제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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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3/2017061301215.html#csidxeed622f4bea34d88ede7dfaafb915c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