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 좋은 종자산, 짙은 숲 그늘이 한 여름 더위를 잊게 한다!
[피서지 한탄강 특집 | 종자산 르포]
바위 능선 걸으며 한탄강 조망하는 以熱治熱!
입력 : 2017.08.17 10:50

성곽 같은 종자산 능선 전망 좋아… 여름에는 숲 그늘도 짙어
“바로 이 맛에 뜨거운 여름에도 산에 오르지요.”
바위에 앉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모자를 쥐어짜던 등산객이 산을 오르던 기자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취재팀 말고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한여름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뜨거운 사우나에서 방금 나온 것처럼 온몸이 흠뻑 젖은 사람들이 바위에 앉아 힘겨워하는 모습은 코미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고생을 사서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산행의 고통 끝에 맞는 시원한 바람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다. 더위를 잊게 만드는 한 순간의 짜릿함에 ‘이열치열’의 마음가짐으로 산을 오르는 것이다. 그래도 요즘 햇볕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뜨거워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너무 긴 시간을 걷기에는 버거운 날씨다. 그래서 고른 곳이 만만해 보이는 종자산이었다.

종자산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다. 먼 옛날 천지가 개벽해 세상이 물바다가 됐을 때 이 산 정상이 마치 종지그릇을 엎어 놓은 만큼 조금 남았다 하여 ‘종지산’으로 불렀다는 이야기가 그 첫 번째. 또 다른 설은 이 산의 바위굴성岩窟城에서 아이를 못 낳은 3대 독자 부부가 백일기도를 올린 뒤 아들을 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하는데, 때문에 씨앗을 보았다는 뜻으로 ‘씨앗산’으로 불리다가 이를 다시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종자산으로 됐다는 것이다.

산으로 가는 길목인 한탄강 영로교에서 보는 종자산은 난공불락의 산성을 연상케 한다. 능선마루는 물론 산허리까지 온통 바위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영로교는 6·25 때 이곳 주둔 연대장이었던 김영로 대령 주도로 건설했으나, 인민군의 남진을 막기 위해 공들여 만든 다리를 폭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래서 6·25 직후에는 ‘한국판 콰이강의 다리’로 불린 적도 있다.
지금은 바로 옆에 새로운 고가도로가 생기며 한적한 다리가 됐지만, 지금도 평야 밑을 파고들며 흐르는 한탄강 구경을 위해서는 영로교를 건너는 것이 유리하다. 종자산 산행은 이 영로교 북쪽 한탄강변 중2리 늘거리마을에서 오르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취재팀도 이곳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늘거리 버스정류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50m쯤 이동하니 ‘해뜨는마을’과 ‘버드나무집’ 식당이 보였다. 두 건물 사이에 있는 대형 초록색 철조망 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문 앞에 종자산 산행안내판이 서 있지만 사진이 낡아서 주요 지점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 약 100m 가니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 울창한 밤나무 숲 속의 계곡길을 걷기 시작했다.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숲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니 산길이 오른쪽 사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본격적인 급경사의 시작이었다.
바위지대가 성곽처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종자산 주능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된비알을 피할 수 없었다. 긴 밧줄이 설치된 바위지대와 너덜길을 통과하니 커다란 절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물이 흐른 흔적이 남아 있는 건폭이었다. 벽 밑에는 습기가 가득했지만 고여 있는 물도 볼 수 없었다. 이곳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려면 비가 내린 직후에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와! 여기 엄청나게 큰 동굴이 숨어 있어요.”
선두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산을 오르던 김종연씨가 뭔가 발견한 듯 후미를 향해 외쳤다. 종자산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바위굴성’ 밑에 도착한 것이다. 거대한 야외음악당 같은 바위굴성은 높이 20m에 폭 30m가 넘는 오버행 절벽이었다. 우기에는 처마를 이룬 바위꼭대기에서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려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아쉽게도 취재팀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작은 물줄기 하나가 천장에서 떨어지고 있을 뿐이다.
바위굴성은 옛날 백일기도를 드리고 득남했다는 전설과 함께 이 산 이름의 유래가 된 곳이다. 그러나 주저앉아 흉물스러운 움막과 주변에 널린 쓰레기들이 경관을 망치고 있었다. 깨끗하게 정리해 관리하면 재인폭포나 비둘기낭폭포에 버금하는 지역의 명소가 될 수 있는 곳인데 아쉬웠다.
바위굴성을 빠져나와 왼쪽의 바위지대를 타고 오르면 시원하게 전망이 터지는 큰 바위에 올라선다. 바로 아래 바위굴성이 내려다보이고 산행기점인 늘거리 마을과 굽이치는 한탄강이 멋지게 조망되는 곳이다. 날이 흐려 먼 산들은 흐릿했지만 가까운 지역의 조망은 탁월했다. 하지만 방목하는 염소들의 배설물이 곳곳에 쌓여 있고 악취가 풍겨 조금 찝찝했다.

고도가 높아지며 한탄강의 모습이 좀더 선명해졌다. 평야를 파고들며 흐르는 한탄강의 특성 때문에 강줄기 조망에는 높은 곳이 유리했다. 뚜렷하게 선을 긋는 물굽이와 강변의 단애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파른 암릉 지대가 끝나면 종자산 남서릉 상의 삼거리인 620m봉에 닿는다. 산을 타고 넘어온 시원한 바람을 만날 수 있는 필수 휴식처였다. 이곳에서 땀에 흠뻑 젖은 등산객들을 만났다. 지긋지긋한 더위에 대한 험담을 주고받으며 잠시 웃음꽃을 피웠다. 언제나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법이다.

620m봉에서 북쪽 주능선을 밟고 정상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남서쪽으로 뻗은 이른바 ‘노송능선’은 군부대 사격장과 가까워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몰래 다니는 사람들도 있지만 위험하니 피하는 것이 좋다. 620m봉에서 10분 거리의 종자산 정상은 시원하게 조망이 터지는 바위지대였다. 북동쪽으로는 한탄강 건너 명성산과 운천이 보이고, 희미하지만 남으로는 포천 왕방산과 국사봉이 멀리 도봉산, 수락산과 함께 펼쳐진다. 그 옆으로 소요산과 북한산, 한강봉 등이 함께 조망됐다.
뙤약볕이 쏟아지는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숲이 우거진 북쪽 능선을 타고 진행했다. 하산은 610m봉과 590m봉을 거쳐 중리저수지로 이어지는 능선 코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계속 주능선을 타면 사기막고개를 거쳐 지장산地藏山(877.2m)까지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무더운 한여름에는 만만치 않은 코스다.

590m봉에서 5분 거리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중리저수지로 향했다. 잠시 뒤 나타나는 억새밭과 관목지대를 통과하니 완만한 능선이 한동안 이어졌다. 조망이 잠시 터지는 바위지대 이후 나타나는 길고 가파른 내리막을 끝으로 산행은 끝났다.
사실 종자산 주능선은 숲이 짙어 답답했다. 게다가 바람도 한 점 없어 몸의 뜨거운 기운이 빠져나갈 틈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저수지 상류의 계곡물이 얼음물처럼 차가웠던 것은 다행이었다. 곧바로 배낭을 벗고 물에 뛰어들어 온몸을 담갔다. 올 여름 첫 계곡 물놀이를 종자산에서 했다.
종자산
642.8m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연천군 연천읍
산행 거리 5.8km
산행 시간 4시간
산행 난이도 중(가파른 비탈길)

산행길잡이
종자산 산행기점은 중2리 늘거리마을과 중3리 마을회관, 중리저수지 세 곳이다. 이 기점들을 적절히 연결하면 한나절 코스의 산행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중2리 늘거리에서 출발해 중3리 마을회관이나 중리저수지로 하산하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중2리 늘거리 버스정류소를 출발해 바위굴성~620m봉 삼거리를 경유해 정상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1.7km로, 2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바위지대를 거슬러 오르는 가파른 코스지만 조망이 뛰어나고 ‘바위굴성’ 등 볼거리가 많아 종자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산길이다.
중3리 마을회관에서 출발해 낙엽송 숲 삼거리~15m 바위~북릉 삼거리~610m봉을 경유해 정상으로 가는 코스는 약 3km로 2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중리저수지 주차장을 출발해 북동지릉~억새밭~590m봉~610m봉~정상 코스는 약 4.1km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찾아가는 길
서울 동서울터미널→포천 1일 15회(06:00~20:35) 운행하는 신철원행 3000번 또는 3001번 동송행 버스 이용, 포천에서 하차. 이 버스는 노원역(전철 4, 7호선), 아차산역(전철 5호선), 성북역에서 연결된다.
서울 상봉터미널→포천 1일 16회(05:35~21:00) 운행하는 포천행, 1일 5회(06:55~21:00) 운행하는 동송(철원)행 버스 이용, 포천에서 하차.
포천→중리 포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150m 거리인 신읍7동, 기업은행 앞 시내버스정류소에서 중리행 59번 일반버스 이용. 종자산 산행기점 늘거리(중2리)와 심재(중3리)를 거쳐 운행한다.
중리저수지는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으므로 87번 국도변의 중리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관인면 택시(031-533-1655)를 불러서 지장산 산행기점 간을 이동할 수 있다. 면소재지에서 출발할 때부터 미터를 시작해 목적지까지의 요금을 받는다.
숙박(지역번호 031)
지장산계곡 중리저수지 주변에 호수의아침펜션(532-2274), 지장산펜션(010-6271-6260), 다은이네펜션(010-6332-9351) 등 펜션들이 모여 있다. 중3리에는 몬순이하우스(010-3000-0253)가 있다.
지장산계곡 삼거리에 있었던 지장산막국수 본점(533-1801)이 중3리 큰길 옆으로 이전해 운영하고 있다. 종자산 주변에서는 가장 큰 식당이다.
한탄강 주변의 명소
1 고석정(孤石岩)

지표면으로 솟구친 용암이 굳어 현무암이 될 때는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발달하는데, 오랜 세월 강물의 침식작용으로 암반이 떨어져 나가면서 고석암 같은 기암이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의적(義賊)으로 이름 날린 임꺽정이 은신처로 삼아 활동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2 비둘기낭폭포

3 재인폭포

평지가 움푹 내려앉아 큰 협곡이 생기면서 생긴 폭포로 그 모습이 장관이다.
폭포 입구에 마련된 스카이워크에 서서 조망이 가능하고, 철제 계단을 통해 폭포 아래로 내려가 볼 수 있다. 밑에서 보는 폭포의 모습이 압권이다.
4 지장산 막국수 본점

5 폭포가든 매운탕

6 동막계곡

전곡읍에서 3번국도를 타고 연천읍으로 가다 재인폭포 입구를 1km 지난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동막리가 나온다.
7 직탕폭포

8 송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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