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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가 산으로 간 까닭은?

산야초 2017. 8. 30. 22:14

고등어가 산으로 간 까닭은?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7.08.30 08:00

    [서민식당 발굴기]
    경기 용인시 수지 <산으로간고등어>

    식당 이름에 호기심 느껴 찾았다가 이젠 자주 들러

    한 일 년 전쯤, 선승들 선문답 같은 식당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산으로 간 고등어’라니? 달마가 동쪽으로 간 것만큼이나 이름의 뜻이 얼른 와 닿지 않았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생선구이집은 퇴근길 우리 부부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함께 일하고 퇴근하는 우리 부부는 어차피 저녁식사는 매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식당은 마침 우리 퇴근길 동선 상에 위치했다. 자연스레 퇴근길에 한 달이면 최소한 두 세 번은 이 집에 들러 저녁을 먹는다. 이 식당은 아내가 특히 좋아하는 식당 가운데 한 곳이다.

    갈 때마다 여성 고객들이 참 많다. 식당을 가만히 뜯어보면 아내뿐 아니라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고루 갖췄다. 생선구이 자체도 질이 우수하지만 특히 양질의 산나물이 많이 나온다. 산나물은 중년인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인데 맛도 참 좋다. 산나물은 아내보다 실은 내가 더 좋아한다. 실컷 먹고 더 먹고 싶으면 셀프바에서 모든 반찬들을 양껏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산나물과 생선구이는 공통점이 있다. 집에서 주부가 요리하려면 여간 귀찮고 성가신 메뉴가 아니다. 산나물은 다듬고 삶고 무쳐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다. 생선 역시 옷에 기름 묻히고 집 안에 비린내 풍겨가면서 굽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렇지만 주부들이 꼭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이다.
    화산석 화덕에서 구워내는 육즙 풍부한 고등어구이

    지난주 조금 이른 퇴근길에 들렀다. 오후 세시부터 다섯 시까지는 쉬는 시간인데 벌써 줄서서 기다리는 주부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갈 때마다 우리는 주로 고등어구이(9000원)를 먹는다. 가끔 갈치(1만4000원)나 삼치구이(1만원)를 주문하기도 하지만 임연수어(1만원)는 맛을 본 적이 없다. 필자는 임연수어를 그다지 안 좋아한다. 그래도 아내가 임연수어 맛이 궁금하다고 해서 임연수어와 삼치를 하나씩 주문하고 고등어를 추가로 주문했다.

    이 집에 올 때마다 고등어는 반드시 추가로 주문해서 더 먹는다. 고등어 하나 추가는 6000원, 삼치나 임연수어는 7000원이다. 생선을 선호하지 않는 손님을 위해 숯불고추장불고기(250g 1만2000원)도 있다.

    이 집 생선은 잘 구운 고기처럼 겉은 노릇하게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촉촉하다. 살을 씹으면 생선 고유의 감칠맛이 살아있다. 이게 다 화덕에서 굽기 때문이다. 화산석으로 쌓은 화덕에서 500℃로 4분간 생선을 구워낸다. 지금까지 여러 번 시험을 해본 결과 가장 생선이 양호한 상태로 구워지는 온도와 시간이라고 한다. 오픈형 주방에 설치한 화덕은 홀 어디에서나 금방 눈에 들어온다.

    생선을 굽는 과정에 아보카도 와인을 뿌려 생선이 타는 걸 막는다. 아보카도 와인이 딱 먹기 좋은 정도로 익게 도와준다. 또한 미리 쌀겨로 생선 비린내를 잡아, 구워도 비린내가 덜 난다. 옛날에는 미인들의 살결을 희게 해줬던 화장품이나 가축의 사료로 쓰였던 쌀겨가 요즘 들어 더욱 쓰임새가 느는 것 같다.  

    보통 생선구이가 맛은 좋은데 너무 짜서 기피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집 생선구이는 천일염인 토판염으로 간을 해 짜지 않다. 필자가 고등어 한 마리를 더 먹어도 위에서 부담이 없다.
    산나물과 고등어구이, 맛과 영양 최적의 밸런스

    잠시 후 주문한 생선구이가 나왔다. 늘 그렇지만 나는 산나물에 먼저 젓가락이 간다. 나물 종류도 많고 맛도 좋다. 산나물들을 정신없이 먹다가 고등어 한 조각을 떼어 먹는데 갑자기 한 깨달음이 나를 흔들었다. 아, 그렇구나! ‘산으로 간 고등어’가 바로 이런 경지를 이르는 말이었구나! 기름지고 감칠맛 나는 고등어와 담백하고 구수한 산나물이 입 안에서 하나가 되고 있었다.

    스승이 주신 화두를 깨우친 선승처럼 기뻤다. 나중에 계산하면서 주인장에게 물어봤더니 나의 깨달음이 틀림없었다.

    생선과 산나물 모두 산지에서 직접 품질을 확인해 보고 구매한다니 더 맛있는 느낌이 들었다. 곤드레 등 산나물은 강원도 영월과 평창에서 구매한다. 특히 고등어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서쪽으로 550km 떨어진 올레순까지 날아가 직접 물 좋은 고등어로 1년 치 물량을 들여온다. 이렇게 한꺼번에 쟁여놓는 것이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고등어 맛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구수한 곤드레 된장국 역시 짜지 않아 훌훌 마셨다. 국을 끓인 된장도 10개월 숙성시킨 재래식 된장으로 무척 구수하다. 밥 한 술 뜨고 고등어 살 한 점 뜯고 나물 한 번 먹었다. 더덕무침, 곤드레 나물, 산상추 무침 등 모든 나물들이 향과 맛이 월등했다. 주인장 부인이 직접 담근 알타리도 맛있게 익었다. 들깨와 양파가 들어간 영양부추 겉절이는 생선 비린내를 입에서 쫓아냈다.
    역시 고등어의 비린내를 완화시켜주고 기름진 맛과 조화를 이루는 음식으로 산나물보다 나은 재료는 없다. 맛 뿐 아니라 영양도 서로 밸런스가 맞는다. 먹으면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등어가 산으로 가길 정말 잘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즉석에서 내린 레몬차와 원두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레몬차는 입 안에 남은 마지막 비린내를 말끔하게 가셔냈다.
    지출(2인 기준)  삼치구이 1만원+임연수어구이 1만원+고등어 추가 6000원 = 2만6000원
    <산으로간고등어>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로 126, 031-263-6823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