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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연합사 아닌 태평양사로 對北작전한다 -이정훈 군사전문기자-

산야초 2017. 10. 5. 18:59

미국은 연합사 아닌 태평양사로 對北작전한다

by 이정훈      

 

 

9월23, 24일 밤에 있었던 미국 태평양 공군의 동해 NLL 침투 작전 개요도--동아일보

 

 

F-15를 잇는 제공기 F-22. F-22는 스텔스 기능이 있어 역시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 폭격기를 엄호하며 은밀한 편대군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 폭격기. 9월 23일 밤 미국은 B-2와 F-22도 동원해 성동격서 작전을 하지 않았을까.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미국이 동해 NLL(북방한계선) 너머의 북한 공역으로 공격 편대군(群)을 보낸 사실이 확인돼 한반도가 뜨거워지고 있다.

뉴욕에 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트럼프가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북한은 전쟁으로 달려갈 것인가.

미국의 의도와 북한의 대응을 점검해보기로 하자.
작전이나 전쟁을 할 때는 반드시 영역을 정해놓고 한다. 그래야 제3국이나 제3자가 그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위해 정해놓은 큰 구역을 ‘전구(戰區, theater)’라고 한다.

한국과 미국이 한국전에 대비해 그어놓은 전구를 ‘한반도작전구역(KAO: Korean Area of Operations)’라고 하는데, 전시에 KAO을 책임지는 것은

한미연합사(연합사)다.

 

 

 

DIME 작전에 대한 문 정부의 오해

 

 

연합사는 한미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 붕괴’처럼 합의한 목표를 하달해줘야 가동될 수 있다.

그러한 지시가 발령되면 한국군과 미군은 전투부대를 보내고, 연합사는 준비해둔 작전계획에 따라 이들을 가동해 작전을 펼친다.

그러나 양국 대통령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연합사는 가동되지 못하는데, 이것이 연합사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는데도 대화를 강조해왔다.

국제정치학과 전쟁학에서는 적국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외교(Diplomacy)와 정보(Intelligence) 군사(Military), 경제(Economy)적 방법을 모두 써야 한다”며 DIME을 강조한다.

DIME은 전쟁 전에 상대를 누르는 방법인데, 이때의 군사력 동원은 강한 위협을 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적대국이 도발을 중지하지 않으면 바로 공격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DIME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공격인지 위협인지 모호하게 군사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는 오로지 대화만 강조해왔으니, 미국은 연합사를 통한 DIME 작전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군사적 위협을 극대화 해 상대의 도발을 막았던 것이 냉전이다.

미 CIA(중앙정보국)는 1980년대 DIME을 구사해 동유럽에 어어 소련을 무너뜨린 것을 최고의 업적으로 여긴다.
그러한 CIA가 한국의 19대 대선이 있은 지난 5월 ‘한국임무센터(Korea Mission Center)’ 만들었다. 국명을 붙인 임무센터로는 11번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반인들은 CIA가 김정은 정권을 붕괴하기 위해 이 센터를 만들었다고 봤지만,

전문가들은 CIA는 촛불시위는 물론이고 문재인 후보의 성향도 분석해왔기에 한국의 신정부를 다루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것으로 예측했다.
1978년 연합사 창설 전까지 주한미군은 태평양사령부 소속이었다. ‘책임구역(AOR)’으로 불리는 태평양사의 전구는 한반도와 중국, 인도, 동남아, 인도양의 절반과 태평양 전체로 어머어마한 규모다. 그 유명한 작전계획 5027도 태평양사 예하로 있던 8군이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연합사가 가동되지 못하거나, 가동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되면, 미국은 태평양사로 하여금 북한과 전쟁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주목할 것이 지난 8월말 태평양사령관, 전략사령관, 미사일방어청장의 방한이다. 전략사는 핵 위협이 있는 곳은 모두 전구로 삼는다.

때문에 눈치 빠른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합사 대신 태평양사와 전략사로 북한과 전쟁하려고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에 대한 방어작전은 미사일방어청, 응징 핵작전 준비는 전략사에 하달 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리고 9월 23일 밤 미국 공격 편대군의 NLL 월선 사건이 일어났다.

 

 

스텔스 기능이 없는 미 공군의 제공기 F-15C. 미 공군은 북한에게 보여주기 위해 비 스텔스기로 동해 NLL을 넘어가는 작전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스텔스 성능이 약한 B-1B. 9월 23일 밤 미 공군은 왜 스텔스 기능이 약한 B-1B와 F-15C 만으로 동해 NLL을 넘어가는 작전을 했을까.

 

 

 

 

태평양사는 예하에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작전은 태평양공군이 단독으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일본에 있는 해병대용 F-35B나 해군용 F-18 전투기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태평양공군은 괌에서 B-1B를 출격시키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F-15C를 출격시킨 후 미리 띄워놓은 급유기로 공중급유를 해주고 경보기의 지휘 아래

이들을 NLL 너머까지 북상시켰다.


오키나와와 괌에는 중국에 협조하는 스파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미군기의 출격을 확인해 암호로 중국에 알려주는데, 중국은 필요시 이를 북한에 알려줄 수가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피하려면 밤중에 출격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야밤 출격을 해도 북한 레이더는 피하지 못한다.

 

 

김정은 전용기가 내리는 원산 갈마비행장 인근 위성 사진. 아래 왼쪽을 유심히 보면 산 정상에 유사시 대공미사일을 배치할 자리가 만들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구굴어스 사진

 

 

원산 갈마비행장 인근 산 정상에 북한이 만들어 놓은 대공미사일 발사 기지. 이러한 기자는 원산 주변에 제법 있다. 북한은 미 공군의 공격 편대가 유사시 이 기지에 배치할 대공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길 기다렸는지도 모른다,--구글어스 사진

 

 

원산에 배치된 북한의 대공미사일

 

 

B-1B와 F-15C 스텔스기가 아니니 인근으로 날아오면 북한은 알아차린다.

그런데도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공군은 빈약한 항공기 전력은 포기하고 대공미사일로 적기를 잡는 반(反)항공군 위주로 편제돼 있다.

원산에는 김정은이 자주 찾는 갈마국제비행장과 산속 활주로에 숨겨 놓은 TEL을 꺼내 미사일을 쏘곤 하는 강다리비행장 등 전략시설이 많다.
북한 공군은 대공 미사일로 SA-3와 5를 갖고 있는데, 이중 신형이고 최대 사거리가 250km라고 하는 SA-5는 평양과 원산에만 배치해놓았다.

레이더는 24시간 하늘을 감시하는 탐지레이더와 탐지레이더가 발견한 수상한 물체를 미사일로 요격하기 위해 그곳으로만 빔을 쏘는 추적레이더로 대별된다.

 

추적레이더의 빔은 강력하기에, 이 빔을 맞은 공군기에서는 자동으로 경보가 울린다.

이 경보가 울리면 적이 쏜 대공미사일이 바로 날아올 수 있으니 공군기는 빔을 산란시키는 채프 등을 쏘고 회피기동을 해야 한다.
아니면 그 빔을 거꾸로 따라 들어가는 미사일을 쏴 추적 레이더 기지를 파괴하게 하고, 자신은 회피기동을 해야 한다.

9월23일 밤과 다음날 새벽 동해 NLL 넘어 간 미군기들은 이러한 기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는 미 공군기들이 SA-5 사거리 바깥에 있어 북한은 추적 레이더를 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북한은 미 공군기 접근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사정권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매복’을 한 것인데, 미군 또한 거기에 걸려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공군의 작전은 이것만이었을까.

미 공군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 폭격기와 F-22 전투기도 갖고 있다.

 

중국 스파이 등을 의식한 미 공군은 본토에서 B-2를 띄워 공중급유를 받으며 한반도로 날아오게 하고,

오키나와에서 이륙시킨 F-22와 합류한 다음 서해를 통해 북한 영공으로 들어가는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 작전을 했는지도 모른다.

 

한국군이 서해로 들어오는 이들을 몰랐다면, 북한군은 더 ‘깜깜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유사시 폭격해야 할 곳을 확인하고 빠져나가자 동해로 진격했던 공격 편대군도 철수했을 수 있다.

이러한 성동격서 작전은 태평양 해군도 할 수 있다.

동해로 레이건 항모를 집어넣어 요란하게 작전하면서 스텔스기보다 더 은밀한 LA급 잠수함은 다른 곳으로 침투시켜 유사시 토마호크로 때려야 할 표적을

 확인할 수도 있다. 태평양사는 해공군과 해병대 합동으로 더 큰 성동격서 작전을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모든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겠다”고 한 것은 가벼이 들을 내용이 아니다.

미국이 전략사와 미사일방어청으로 하여금 만약에 대비하게 해놓고 태평사를 통해 이러한 작전을 거듭하면 북한은 예민해져 더욱 도발적이 될 수 있다.

주한미군사는 사드를 배치했으니 방어작전만 준비하고 연합사는 한국의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미동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한반도 사태에 대한 참여권을 상실하는 ‘코리아 패싱’ 상황에 놓여 버린다.

 

 

뉴욕에서 만난 한미 정상. 한미 공조는 이상이 없는 것인가? 북핵 위기가 자심한 때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지 않고 아프리가 국가 대표를 만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청와대 사진

 

 

코리아 패싱을 피하려면

 

 

코리아 패싱을 완화하려면 한국이 50% 지분을 행사할 수 있는 연합사가 한반도 작전을 맡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한미 공조가 선결 조건이다.

청와대는 한미공조에 이상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 파괴하겠다는 유엔 총회연설을 할 때 뉴욕에 가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아프리카 대표를 만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했다.


미국이 여러 안보기관에 대(對)북한 작전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는 것은 예사 소식이 아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현실화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한반도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달리는 자동차에도 탑승이라도 하려면 우리가 50% 지분을 행사할 수 있는 연합사가 대북 작전을 주도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9월 28일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작권 조기 환수를 거론했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연합사는 해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국은 단독으로 한반도 작전을 할 수 있지만, 미국 역시 한국과 적당한 상의만 하고 태평양사 등을 동원해 바로 대(對)북한 작전을

바로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한국 단독이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서 막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잘 알기에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동맹의 상징이 연합사인데, 문 정부는 연합사를 해체하는 길로 가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안보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다는 암시가 된다.

그가 말한 한반도 운전자론은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다.


한 전략가는 “CIA는 북핵 문제를 활용해 중국을 소련처럼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소련 붕괴 작전을 할 때 서독과 미국의 공조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경험이 있는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성향을 돌려놓기 위해 모든 수를 쓸 것이다.

친미노선을 분명히 한 아베는 이러한 변화를 눈치 챘기에 중의원을 해산시켜 권력을 강화하는 길로 가고 있다.

 

한국은 선택을 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