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박근혜 정부의 집권 전반기의 그림자 실세를 꼽으라면 단연 ‘보좌진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총무비서관)·정호성(제1부속실장)·안봉근(국정홍보비서관)이었을 것이다. 임기 반환점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실세 그룹이 여권 내부에서 주목받는다. 황교안 총리를 중심으로 한 우병우(민정수석)·안종범(경제수석)·윤상현(정무특보) 의원이 그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신 4인방’이라고도 부른다. 이들은 정권 성공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반환점을 향해가는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실세그룹이 떴다. 여권 내에서 ‘신 4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의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황교안 총리·우병우 민정수석·안종범 경제수석·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겸 정무특보. [사진·중앙포토]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총리 후보로 직접 선택했다.”
황교안(58) 총리 후보자의 국회 총리 인준을 앞두고 있던 6월 12일, 여권 핵심인사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후보자를 검증하고 추천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얘기냐”고 묻자 “그런 뜻이 아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황 후보자는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지만 장관 재직기간 동안 매끄러운 일 처리와 두터운 신의를 (대통령이) 좋아한다. 대통령이 그를 국정을 총괄할 파트너로 ‘콜’했다는 말이다.” 황 총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황교안 총리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실세’로 주목받는다.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統轄)하는 헌법상의 기능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정권에서든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그림자 권력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현 정부에서도 대통령 국정운영의 ‘키맨’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있다. 친박계를 비롯한 여권 주류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안종범 경제수석, 윤상현 의원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이들 3인에 황 총리를 더해 ‘신진사대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진사대부는 새로운 정치세력이라는 의미다.
최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과정을 거치면서 여권 파워의 중심추는 친박 쪽으로 다시 쏠리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교통정리를 한 셈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여권 내 소식통들은 전한다. 공교롭게도 ‘키맨’ 3인은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주된 영역으로 두고 있다. 황 총리가 대통령의 신임 아래 국정을 통할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교감한다는 말이다. 인원은 소수지만 작은 정부를 구성했다고 해도 어울릴 만큼 짜임새를 가진 조합이다.
황교안 총리, 박 대통령이 ‘찜’한 인물
박근혜 대통령이 1월 26일 청와대에서 올해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신임 수석· 특보단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에 서 있는 이가 우병우 민정수석, 우 수석 왼쪽이 이명재 민정특보다.
박 대통령은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황 총리를 임명한 후 2년 3개월간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황 총리가 법무장관 시절 보여줬던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주변은 전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황 총리가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는다”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등 각종 국가적 이슈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심중을 잘 읽어 원만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황 총리의 경우 내정 당시 전관예우나 병역기피·사면 로비 의혹 등 논란의 소지가 많아 여권 내에서조차 인사청문회 통과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한 친박계 의원는 “황 총리가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젊고 소신 있게 일하고 당내에서도 평판이 좋으니 웬만한 흠결은 돌파하겠다는 청와대 의지가 강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인사에서 나이에 따른 서열을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최경환(60)·황우여(67) 부총리보다 연소한 ‘50대’의 황 총리를 내정한 것은 ‘파격’이었다. 황 총리에 대한 신임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의 내각 개편도 황 총리를 중심으로 단행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두고 황 총리를 기용한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설명했다. “최경환·황우여 부총리는 내년 총선 때문에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나이나 서열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스타일상 황 총리가 총리 업무에 익숙해질 내년에는 부총리도 황 총리보다 한두 살 아래인 사람이 오지 않을까 싶다.”
황 총리의 등장으로 사정정국의 도래를 예측하는 이가 많았다. 원래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는 입장에 있는 법무부장관을 총리로 발탁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의 강력한 사정(司正)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김성우 홍보수석의 인선 발표 브리핑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김 수석은 “(황 후보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했다. 이는 ‘정치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집권 후반기에도 검찰 등 사정 기관을 확고히 장악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공안통이자 법무장관을 지낸 그의 취임일성이 ‘성역 없는 부패척결’이다 보니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이 대단한 국무총리의 탄생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외교관 출신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취임한 이후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와의 소통은 김기춘 전 실장 때보다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은 느슨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황 총리 카드는 여권 내 이런 우려도 감안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조만간 사정태풍이 몰아친다느니, 공안정국이 도래한다느니 하는 각종 풍문이 돌았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도 여권 고위 인사가 사정 관련 압력을 받았다는 얘기가 회자됐다. 비박계 인사들의 뒷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도 뜬금없이 퍼졌다. 야권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사정정국은 오지 않았는데도 그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황 총리가 임명된 지 얼마 안 돼 검찰이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문희상 고문 등 야당 지도자급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성완종 리스트’ 관련 여당 인사들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 아닌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압박에도 김무성 대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연인지 친박과 비박 간 사퇴 공방이 이어질 때 김 대표 주변에도 사정설이 떠돌았다. 게다가 재계 사정설로 후반기 경제정책에 재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일각에서는 총리로 경제 전문가를 지명했어야 한다고 했지만 황 총리의 선택은 ‘신의 한 수’라고 말한다.”
‘강한 칼날’ 우병우 민정수석
황 총리의 경우 내정 당시 전관예우나 병역기피·사면 로비 의혹 등 논란의 소지가 많아 여권 내에서조차 인사청문회 통과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한 친박계 의원는 “황 총리가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젊고 소신 있게 일하고 당내에서도 평판이 좋으니 웬만한 흠결은 돌파하겠다는 청와대 의지가 강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인사에서 나이에 따른 서열을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최경환(60)·황우여(67) 부총리보다 연소한 ‘50대’의 황 총리를 내정한 것은 ‘파격’이었다. 황 총리에 대한 신임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의 내각 개편도 황 총리를 중심으로 단행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두고 황 총리를 기용한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설명했다. “최경환·황우여 부총리는 내년 총선 때문에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나이나 서열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스타일상 황 총리가 총리 업무에 익숙해질 내년에는 부총리도 황 총리보다 한두 살 아래인 사람이 오지 않을까 싶다.”
황 총리의 등장으로 사정정국의 도래를 예측하는 이가 많았다. 원래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는 입장에 있는 법무부장관을 총리로 발탁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의 강력한 사정(司正)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김성우 홍보수석의 인선 발표 브리핑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김 수석은 “(황 후보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했다. 이는 ‘정치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집권 후반기에도 검찰 등 사정 기관을 확고히 장악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공안통이자 법무장관을 지낸 그의 취임일성이 ‘성역 없는 부패척결’이다 보니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이 대단한 국무총리의 탄생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외교관 출신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취임한 이후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와의 소통은 김기춘 전 실장 때보다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은 느슨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황 총리 카드는 여권 내 이런 우려도 감안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조만간 사정태풍이 몰아친다느니, 공안정국이 도래한다느니 하는 각종 풍문이 돌았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도 여권 고위 인사가 사정 관련 압력을 받았다는 얘기가 회자됐다. 비박계 인사들의 뒷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도 뜬금없이 퍼졌다. 야권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사정정국은 오지 않았는데도 그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황 총리가 임명된 지 얼마 안 돼 검찰이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문희상 고문 등 야당 지도자급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성완종 리스트’ 관련 여당 인사들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 아닌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압박에도 김무성 대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연인지 친박과 비박 간 사퇴 공방이 이어질 때 김 대표 주변에도 사정설이 떠돌았다. 게다가 재계 사정설로 후반기 경제정책에 재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일각에서는 총리로 경제 전문가를 지명했어야 한다고 했지만 황 총리의 선택은 ‘신의 한 수’라고 말한다.”
‘강한 칼날’ 우병우 민정수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정무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재승박덕(才勝薄德). 재주는 많지만 덕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여권의 핵심인사가 전했다. 이 인사는 “대통령은 우 수석의 능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균형감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며 “이명재 전 검찰총장을 민정특보로 임명한 것은 이런 균형감을 채우기 위함이었다”고 부연했다.
우병우(48) 민정수석은 신진사대부 그룹 중에서 막내 격이다. 하지만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사진 한 장이 말해준다. 지난 1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첫 수석 비서관회의 주재를 앞두고 신임 수석·특보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그런데 우 수석이 양복 재킷 앞 단추도 잠그지 않은 채 이명재(72) 민정특보를 제치고 박 대통령 바로 옆에서 환하게 웃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70대’ 이명재 특보는 ‘40대’ 우 수석의 고향(경북 영주)과 대학(서울대 법대) 선배다. 게다가 사법시험 기수로는 우 수석(29회)이 이 특보(11회)보다 18기나 아래다. 한 여권 관계자는 “권력자 옆 자리는 ‘힘의 서열’을 보여준다”며 “이날 사진은 우 수석이 청와대 실세임을 증명하는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후광’에서 나온다는 평가가 많다. 김 전 실장은 우 수석을 추천했고, 총애한 것으로 전해져 주변에서는 우 수석을 ‘리틀 김기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비서관 발탁과 8개월 만에 민정수석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도 김 전 실장의 힘이 컸다고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여권의 한 인사는 “김기춘 전 실장은 우 수석을 총애했다”며 “일도 잘하지만 검찰을 다루는 우 수석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 수석의 ‘힘’은 검찰 장악력과 기획력에서 나온다. 일각에서 우 수석을 ‘박 대통령의 칼’이라고 부르며 “박 대통령의 부패개혁 드라이브에 황 총리가 선장으로 지명된 것이라면 우 수석은 조타수”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우 수석은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검찰 내 ‘우병우 키즈’가 있을 정도로 따르는 후배가 많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한 사석에서 “내가 (후배들을) 따로 찾지 않아도 연락해오는 후배들이 있다”며 ‘우병우 키즈’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
우 수석의 검찰 내 ‘파워’는 지난 2월 단행된 검찰 고위급 인사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우 수석(사법연수원 19기)의 선배기수인 16기와 17기 검사장 7명이 옷을 벗은 반면, 동기기수와 후배기수(20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거기다 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 각각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대구 출신)과 박성재(경북 청도 출신) 대구고검장이 임명됐다. ‘청와대 민정수석-대검 차장-서울중앙지검장’을 모두 TK(대구경북) 출신이 장악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은 2013년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검찰 내 서열 ‘2위’의 자리다. 주요 수사들을 도맡고 있어 실질적 힘에서는 검찰총장을 능가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검찰 인사로 우 수석의 활동반경은 상당히 넓어지고 편해졌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 수석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해 실질적으로 검찰 내 ‘힘’을 행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는 이명재 특보의 임명에 주목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한다. “대통령은 이병기 실장 체제에서의 검찰 장악력에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우 수석의 검찰내 반대 세력도 만만찮다. 이런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검찰내 신망이 두텁고 영향력이 큰 이명재 특보를 임명했다. 이 특보는 김진태 총장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인물이다. 우 수석이 가장 껄끄럽게 여기는 김 총장에 대한 지원사격을 이 특보에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민정 분야에 우 수석이 있다면 경제 분야에는 안종범 수석이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12일 청와대 ‘3기 참모진’의 일원으로 발탁됐다. 당시 현역 여당 의원이었던 안 수석이 금배지를 버리고 청와대행을 택한 것부터가 박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는 반응이다.
안 수석과 박 대통령의 인연은 황 총리나 우 수석보다 더 오래됐다. 안 수석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이전부터 박 대통령의 경제 관련 자문그룹의 5인방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그는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꿰뚫고 있는데다 추진력과 책임감이 강해 청와대 참모로서 적임자라는 설명이 따랐다.
대통령의 브레인과 복심, 안종범 수석·윤상현 의원
우병우(48) 민정수석은 신진사대부 그룹 중에서 막내 격이다. 하지만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사진 한 장이 말해준다. 지난 1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첫 수석 비서관회의 주재를 앞두고 신임 수석·특보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그런데 우 수석이 양복 재킷 앞 단추도 잠그지 않은 채 이명재(72) 민정특보를 제치고 박 대통령 바로 옆에서 환하게 웃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70대’ 이명재 특보는 ‘40대’ 우 수석의 고향(경북 영주)과 대학(서울대 법대) 선배다. 게다가 사법시험 기수로는 우 수석(29회)이 이 특보(11회)보다 18기나 아래다. 한 여권 관계자는 “권력자 옆 자리는 ‘힘의 서열’을 보여준다”며 “이날 사진은 우 수석이 청와대 실세임을 증명하는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후광’에서 나온다는 평가가 많다. 김 전 실장은 우 수석을 추천했고, 총애한 것으로 전해져 주변에서는 우 수석을 ‘리틀 김기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비서관 발탁과 8개월 만에 민정수석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도 김 전 실장의 힘이 컸다고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여권의 한 인사는 “김기춘 전 실장은 우 수석을 총애했다”며 “일도 잘하지만 검찰을 다루는 우 수석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 수석의 ‘힘’은 검찰 장악력과 기획력에서 나온다. 일각에서 우 수석을 ‘박 대통령의 칼’이라고 부르며 “박 대통령의 부패개혁 드라이브에 황 총리가 선장으로 지명된 것이라면 우 수석은 조타수”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우 수석은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검찰 내 ‘우병우 키즈’가 있을 정도로 따르는 후배가 많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한 사석에서 “내가 (후배들을) 따로 찾지 않아도 연락해오는 후배들이 있다”며 ‘우병우 키즈’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
우 수석의 검찰 내 ‘파워’는 지난 2월 단행된 검찰 고위급 인사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우 수석(사법연수원 19기)의 선배기수인 16기와 17기 검사장 7명이 옷을 벗은 반면, 동기기수와 후배기수(20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거기다 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 각각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대구 출신)과 박성재(경북 청도 출신) 대구고검장이 임명됐다. ‘청와대 민정수석-대검 차장-서울중앙지검장’을 모두 TK(대구경북) 출신이 장악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은 2013년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검찰 내 서열 ‘2위’의 자리다. 주요 수사들을 도맡고 있어 실질적 힘에서는 검찰총장을 능가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검찰 인사로 우 수석의 활동반경은 상당히 넓어지고 편해졌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 수석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해 실질적으로 검찰 내 ‘힘’을 행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는 이명재 특보의 임명에 주목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한다. “대통령은 이병기 실장 체제에서의 검찰 장악력에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우 수석의 검찰내 반대 세력도 만만찮다. 이런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검찰내 신망이 두텁고 영향력이 큰 이명재 특보를 임명했다. 이 특보는 김진태 총장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인물이다. 우 수석이 가장 껄끄럽게 여기는 김 총장에 대한 지원사격을 이 특보에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민정 분야에 우 수석이 있다면 경제 분야에는 안종범 수석이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12일 청와대 ‘3기 참모진’의 일원으로 발탁됐다. 당시 현역 여당 의원이었던 안 수석이 금배지를 버리고 청와대행을 택한 것부터가 박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는 반응이다.
안 수석과 박 대통령의 인연은 황 총리나 우 수석보다 더 오래됐다. 안 수석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이전부터 박 대통령의 경제 관련 자문그룹의 5인방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그는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꿰뚫고 있는데다 추진력과 책임감이 강해 청와대 참모로서 적임자라는 설명이 따랐다.
대통령의 브레인과 복심, 안종범 수석·윤상현 의원
황교안 국무총리(가운데)가 6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박 대통령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박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업무 스타일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안 수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 수석은 일 중독자로 유명하다. 잔머리 굴리지 않고 몸으로 부딪히는 스타일이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열정’과 ‘신의’를 두루 갖춘 셈이니 신임할 수 밖에 없다.”
안 수석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위스콘신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제분야에 대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불협화음이 많았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안종범 수석은 원래 유승민 의원과 가까웠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관계가 미묘하게 돌아가면서 지금은 최경환 부총리와 호흡을 맞춘다.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정책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유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도 안 수석은 유 전 원내대표와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의 경제 정책 행보에 대한 비판논리 구성도 결국 안 수석이 이끄는 경제수석실의 몫이라는 점에서 그의 청와대 역할을 유추해볼 수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과 각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공보단장과 수행단장을 맡아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나지 않는 몇 안 되는 국회의원으로 간주된다.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에는 청와대와의 소통에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지난해 7월 비박의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장악할 당시에는 청와대와 당의 가교 역할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2월 27일 청와대 정무특보에 임명됐다. 이 인사를 놓고 여당 내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박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핵심 측근이라는 의미다. 최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정국을 부른 여당의 권력지형의 변화 과정에서도 그는 친박계의 ‘키플레이어’로 활동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낙마 이후 당직개편 과정에서 친박계의 약진을 이끈 당사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사퇴 정국 초기만 해도 의원들이 유 전 원내대표를 재신임할 정도로 당내 세력판도에서 친박계는 수세에 몰리는 듯했다. 일부 친박계 실세는 수면 아래서 잠행하던 때에도 윤 의원은 전면에 나서서 사퇴 여론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그는 <월간중앙>에도 “당은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1차적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도 원활한 당·청 관계 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신진사대부’로 불리는 이들은 권력의 균형추일까, 아니면 권력의 무게추일까?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황교안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내년 총선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 본인들이 고사하더라도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순장조는 ‘보좌진 3인방’이다. 이들이 박 대통령의 퇴임 후를 보장할 원내 교두보 확보에 나설지도 모른다.”
오는 8월 25일이면 정권 임기의 반환점이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역대 대통령은 신뢰할 수 있는 측근 인사들을 국정의 요직에 전진 배치해 권력누수를 막으려고 애썼다. 이들 신진사대부가 그런 역할의 일부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권의 권력지형에 변화가 오는 요즘 이들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안 수석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위스콘신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제분야에 대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불협화음이 많았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안종범 수석은 원래 유승민 의원과 가까웠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관계가 미묘하게 돌아가면서 지금은 최경환 부총리와 호흡을 맞춘다.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정책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유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도 안 수석은 유 전 원내대표와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의 경제 정책 행보에 대한 비판논리 구성도 결국 안 수석이 이끄는 경제수석실의 몫이라는 점에서 그의 청와대 역할을 유추해볼 수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과 각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공보단장과 수행단장을 맡아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나지 않는 몇 안 되는 국회의원으로 간주된다.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에는 청와대와의 소통에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지난해 7월 비박의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장악할 당시에는 청와대와 당의 가교 역할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2월 27일 청와대 정무특보에 임명됐다. 이 인사를 놓고 여당 내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박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핵심 측근이라는 의미다. 최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정국을 부른 여당의 권력지형의 변화 과정에서도 그는 친박계의 ‘키플레이어’로 활동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낙마 이후 당직개편 과정에서 친박계의 약진을 이끈 당사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사퇴 정국 초기만 해도 의원들이 유 전 원내대표를 재신임할 정도로 당내 세력판도에서 친박계는 수세에 몰리는 듯했다. 일부 친박계 실세는 수면 아래서 잠행하던 때에도 윤 의원은 전면에 나서서 사퇴 여론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그는 <월간중앙>에도 “당은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1차적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도 원활한 당·청 관계 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신진사대부’로 불리는 이들은 권력의 균형추일까, 아니면 권력의 무게추일까?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황교안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내년 총선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 본인들이 고사하더라도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순장조는 ‘보좌진 3인방’이다. 이들이 박 대통령의 퇴임 후를 보장할 원내 교두보 확보에 나설지도 모른다.”
오는 8월 25일이면 정권 임기의 반환점이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역대 대통령은 신뢰할 수 있는 측근 인사들을 국정의 요직에 전진 배치해 권력누수를 막으려고 애썼다. 이들 신진사대부가 그런 역할의 일부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권의 권력지형에 변화가 오는 요즘 이들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