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석이 전문음식점 석이원의 대표 음식인 석이전복백숙. 오리·전복·문어·석이가 들어간 백숙의 국물은 오장에 좋은 한약재 5가지씩 25가지를 포함해 모두 30가지의 약재가 들어갔다. 갈색 맑은 국물은 보기엔 한약 같지만 약 냄새가 전혀 없다. 맛이 맑고 시원하며 구수하고 깊다. 떠있는 검은 조각들이 석이버섯이다. 따끈한 국물 한 대접 마시면 ‘맛있는 보약’ 한 첩 먹는 느낌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a5049bb3-4e28-4f94-9a3b-10940f9d460a.jpg)
대전 석이 전문음식점 석이원의 대표 음식인 석이전복백숙. 오리·전복·문어·석이가 들어간 백숙의 국물은 오장에 좋은 한약재 5가지씩 25가지를 포함해 모두 30가지의 약재가 들어갔다. 갈색 맑은 국물은 보기엔 한약 같지만 약 냄새가 전혀 없다. 맛이 맑고 시원하며 구수하고 깊다. 떠있는 검은 조각들이 석이버섯이다. 따끈한 국물 한 대접 마시면 ‘맛있는 보약’ 한 첩 먹는 느낌이다.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52e2829b-33ee-472a-b0d3-4935395c2e58.jpg)
지난달 말 해거름에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좋은 술이 있어 생각이 났다며 서촌 주막으로 오라고 했다. 맑은 술 380mL(2홉)들이 한 병을 내 몫으로 남겨뒀다. 전통주 불모지인 대전 술인데 이름이 ‘석로주(石露酒) 純’이었다. 술을 빚은 ‘석이원주조’ 이상권(56) 대표는 석이(石耳)와 한약재를 넣고 45일간 3단 발효해 3개월 저온 숙성한 삼양주라고 설명했다. 술에 혹해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맛부터 봤다. 첫 잔은 그저 그렇더니 마실수록 입맛이 당겼다. 한 병은 미진했다. 술이 궁금하고 더 마시고 싶기도 해서 주말(지난 8일)에 양조장으로 찾아갔다.
![비가 많이 오던 토요일 오후 1시인데도 음식점에는 손님이 많았다. 칸막이 벽에는 이상권 대표와 석로주를 소개한 각종 매스컴 기사 스크랩이 게시돼 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269427f2-74ec-4467-9afa-9608ceafba13.jpg)
비가 많이 오던 토요일 오후 1시인데도 음식점에는 손님이 많았다. 칸막이 벽에는 이상권 대표와 석로주를 소개한 각종 매스컴 기사 스크랩이 게시돼 있다.
![농산물 6가지, 해산물 2가지로 구성된 기본 8찬. 농산물 중 60%쯤은 직접 재배하고 나머지도 대부분 생산자에게 직접 구매한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d9d1fafc-99ea-4171-bd98-00d5966d60d1.jpg)
농산물 6가지, 해산물 2가지로 구성된 기본 8찬. 농산물 중 60%쯤은 직접 재배하고 나머지도 대부분 생산자에게 직접 구매한다.
![기본 8찬이 오른 석이전복백숙 상차림. 여기에 석이찰밥을 곁들이면 어른 3명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b07264ef-35b0-4c16-8601-e202db4182c0.jpg)
기본 8찬이 오른 석이전복백숙 상차림. 여기에 석이찰밥을 곁들이면 어른 3명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
![백숙에 따라 나오는 석이찰밥. 석이 채와 석이 우린 물로 밥을 지어 인산가 생활죽염으로 간을 했다. 백숙 국물에 말아서 먹으라고 나오지만 그냥 먹어도 아주 별미다. 따로 주문하면 3000원을 받는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be09e9f7-9bd7-4ffd-a993-a22fef2dc5e2.jpg)
백숙에 따라 나오는 석이찰밥. 석이 채와 석이 우린 물로 밥을 지어 인산가 생활죽염으로 간을 했다. 백숙 국물에 말아서 먹으라고 나오지만 그냥 먹어도 아주 별미다. 따로 주문하면 3000원을 받는다.
![석이원 여주인이 주방에서 상을 보고 있다. 음식 간을 죽염으로 하고 고추장·된장·간장도 죽염제품을 사용한다는 현수막이 주방 앞에 걸려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fa995270-7b44-4874-ac41-c016e49d0b90.jpg)
석이원 여주인이 주방에서 상을 보고 있다. 음식 간을 죽염으로 하고 고추장·된장·간장도 죽염제품을 사용한다는 현수막이 주방 앞에 걸려있다.
![음식점 입구에 걸려있는 ‘인산죽염 사용 음식점’ 표지. 2011년 제1호점으로 받았다. 주인 부부는 음식점을 열기 전 인산죽염 대리점을 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ba5d4002-9dc1-4892-9a89-9ba209767587.jpg)
음식점 입구에 걸려있는 ‘인산죽염 사용 음식점’ 표지. 2011년 제1호점으로 받았다. 주인 부부는 음식점을 열기 전 인산죽염 대리점을 했다.
![석이원 식탁마다 놓여 있는 인산가 3번 구운 생활죽염 통. 2011년 ‘인산죽염 사용 음식점’ 제1호 표지를 받았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0159dea5-63bb-4eea-a06f-4edfa6c939d9.jpg)
석이원 식탁마다 놓여 있는 인산가 3번 구운 생활죽염 통. 2011년 ‘인산죽염 사용 음식점’ 제1호 표지를 받았다.
대체의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그 많은 한약재와 효능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버지 우보 이재희(尤步 李載熙, 1926~1999) 선생은 재야 한약학자였다. 예산농전 교수와 대전고등학교 화학교사를 역임하고, 약사검정고시에 합격해 대전 성남동에서 ‘동일약국’을 오래 경영했다. 양약사지만 한방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해 대한약사한방동호인회 회장을 지냈다. 책도 많이 냈다.『도설한방진료요방』(1977), 『최신한방강좌』(1981), 『이재희 선생의 본초강좌』(1985), 『한방해석』(1986) 등이 현재도 팔리고 있다. 국내 제1호 약학박사로 서울대 약대 교수와 학장을 역임한 홍문화(1916~2007) 선생이 가끔 옥천으로 놀러 와 두 분이 밤새 얘기를 하고 가기도 했다고 이상권씨는 기억했다. 그런 밤이면 아버지 술 심부름 좀 했다고 한다. 집에서 빚은 술이다.
아버지는 생전에 집에서는 약술도 빚고 백숙도 했다. 들어가는 재료들을 어려서 본 것이라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느 날 생각이 나서 아버지께 여쭤보니 알려줬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서 25가지로 정했다. 백숙에 문어와 전복이 들어가는데 아버지는 전복이 없으면 모시조개를 썼고 문어가 없으면 오징어로 했다.
![석이전복백숙의 갈색 국물은 맑지만 맛은 진하고 깊다. 약재가 30가지 들어갔지만 약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이 음식을 개발하면서 맛이 제대로 나올 때까지 닭을 180마리쯤 삶아봤다고 한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35211c7f-1fd1-4ca0-93ef-d4c7094f6725.jpg)
석이전복백숙의 갈색 국물은 맑지만 맛은 진하고 깊다. 약재가 30가지 들어갔지만 약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이 음식을 개발하면서 맛이 제대로 나올 때까지 닭을 180마리쯤 삶아봤다고 한다.
![음식 이름은 ‘석이멍게숙회’이지만 흔히 부르는 이름은 석이멍게젓갈이다. 석이버섯 추출액과 멍게를 죽염·마늘·과일과 섞어 저온에서 숙성 발효한 다음 급랭했다. 이상권 대표가 40대 말 만학으로 대학 대체의학과에 다닐 때 개발해 2012년 특허를 받은 건강 기능성 식품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40031032-8cff-4810-b626-bddd821fc42f.jpg)
음식 이름은 ‘석이멍게숙회’이지만 흔히 부르는 이름은 석이멍게젓갈이다. 석이버섯 추출액과 멍게를 죽염·마늘·과일과 섞어 저온에서 숙성 발효한 다음 급랭했다. 이상권 대표가 40대 말 만학으로 대학 대체의학과에 다닐 때 개발해 2012년 특허를 받은 건강 기능성 식품이다.
![석이원의 석이멍게젓갈 포장판매 제품. 밥에 계절나물 몇 가지 넣고 들기름 쳐서 젓갈 올려 비비면 멍게비빔밥이 된다. [사진 석이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2149acfb-cdab-4519-a36b-10d34fe5a43c.jpg)
석이원의 석이멍게젓갈 포장판매 제품. 밥에 계절나물 몇 가지 넣고 들기름 쳐서 젓갈 올려 비비면 멍게비빔밥이 된다. [사진 석이원]
멍게젓갈을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지 않다. ▷석이버섯을 잘게 다져 시럽과 누룩 추출물, 유용 발효미생물균 가루와 섞고 당화, 발효시켜 추출액을 만들고 ▷손질한 멍게의 물기를 제거한 다음 ▷죽염·마늘·양파·과일(배·사과)을 혼합해 하루 한나절 발효한 다음 급랭해 보관한다. 냉동은 발효를 정지시키는 조치다. 발효가 계속되면 멍게가 물러지고 향은 사라진다.
![특허 받은 기술로 만든 멍게젓갈이 넉넉히 올라간 석이멍게비빔밥. 함께 나온 시래기 들어간 집된장찌개 국물을 두어 숟갈 넣고 비벼 먹는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78029609-93cd-4ca1-822b-8da1a48d204c.jpg)
특허 받은 기술로 만든 멍게젓갈이 넉넉히 올라간 석이멍게비빔밥. 함께 나온 시래기 들어간 집된장찌개 국물을 두어 숟갈 넣고 비벼 먹는다.
![석이와 여러 가지 버섯, 낙지가 들어간 석이버섯전골은 사골과 해물 육수를 섞어서 써 국물이 시원하고 구수하다. [사진 석이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fcb697a4-9cac-477e-af4b-d4dff68031a5.jpg)
석이와 여러 가지 버섯, 낙지가 들어간 석이버섯전골은 사골과 해물 육수를 섞어서 써 국물이 시원하고 구수하다. [사진 석이원]
![훈제오리고기에 석이버섯·무말랭이무침·부추를 올려 쌈채나 명이장아찌에 싸서 먹는 석이오리훈제보쌈. [사진 석이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bd77de93-7726-40f6-91b8-ae7369fcb640.jpg)
훈제오리고기에 석이버섯·무말랭이무침·부추를 올려 쌈채나 명이장아찌에 싸서 먹는 석이오리훈제보쌈. [사진 석이원]
![귀한 석이가 올라간 석이두부김치. [사진 석이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dee56876-e5f8-4db9-bfaf-82538ef15dd8.jpg)
귀한 석이가 올라간 석이두부김치. [사진 석이원]
![석이원에서는 강원도 원통에서 채취한 석이를 공급 받는다. 요즘 시세는 정기·대량 구매자 우대가격으로 1㎏에 13만원이다. 석이는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어야 그 기운을 받아 조금씩 자란다고 석이꾼들은 얘기한다. 1년에 직경 1~2mm쯤 자라는데, 상자에 담긴 크기로 자라려면 20~30년 걸린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e77badf6-e341-49d3-b344-4a34641587ca.jpg)
석이원에서는 강원도 원통에서 채취한 석이를 공급 받는다. 요즘 시세는 정기·대량 구매자 우대가격으로 1㎏에 13만원이다. 석이는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어야 그 기운을 받아 조금씩 자란다고 석이꾼들은 얘기한다. 1년에 직경 1~2mm쯤 자라는데, 상자에 담긴 크기로 자라려면 20~30년 걸린다.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석이원 주인 부부의 살림집 아래 밭에는 여러 가지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식당에서 쓰는 채소와 양념류 60%는 이 밭에서 나온다. [사진 석이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96a1ddb7-3464-4d9f-b75a-8d33c5ddf71a.jpg)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석이원 주인 부부의 살림집 아래 밭에는 여러 가지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식당에서 쓰는 채소와 양념류 60%는 이 밭에서 나온다. [사진 석이원]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 석로주 시음회를 열었다. 열흘 전(18일) 점심에 낙원동 한식집 ‘호반’에 6인이 모였다. 이상권 대표, 국내 최대 전통주 주점 ‘백곰막걸리&양조장’을 운영하는 이승훈·유이진 공동대표 부부, 중앙SUNDAY에 ‘오늘 한잔 어때요?’를 연재하는 이지민 PR5번가 대표, 술 빚는 요리사로 유명한 조성주 ‘한식주점 얼쑤’ 오너셰프와 나. 술에 관해서라면 나름대로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다. 13도 맑은 술인 석로주가 여러 순배 돌았다. 준비한 3750mL가 바닥났다. 술의 고수들이라 잔이 돌면서 깊이 있는 의견이 쏟아졌다.
![지난 18일 낮 12시 서울 낙원동 한식집 ‘호반’에서 내로라하는 애주가들이 모여 석로주 시음회를 열었다. 3명은 2015년 주류박람회 때 마신 석로주 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보다 술 맛이 많이 좋아졌다는 평을 들었다. 왼쪽부터 유이진·이승훈 백곰막걸리&양조장 공동대표 부부, 이상권 대표, 나, 이지민 PR5번가 대표, 조성주 한식주점 얼쑤 오너셰프.](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9b22772c-3718-44f8-8f34-cb48280b38b3.jpg)
지난 18일 낮 12시 서울 낙원동 한식집 ‘호반’에서 내로라하는 애주가들이 모여 석로주 시음회를 열었다. 3명은 2015년 주류박람회 때 마신 석로주 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보다 술 맛이 많이 좋아졌다는 평을 들었다. 왼쪽부터 유이진·이승훈 백곰막걸리&양조장 공동대표 부부, 이상권 대표, 나, 이지민 PR5번가 대표, 조성주 한식주점 얼쑤 오너셰프.
▷이승훈 대표: 지금 이 술 맛이 좋다. 2년 전 주류박람회장에서 맛봤을 때는 약재 맛이 튀어 부담스러웠는데 부드러워졌고 숙성된 맛이다. 그때는 마시면 탁 치고 올라오는 맛 때문에 대중성 확보 문제가 불안했다. 이 정도면 한식과 잘 맞겠다. ‘호반’ 순대랑 잘 어울린다. 오래 마실 수 있는, 물리지 않는 술 맛이다. 예전보다 대중성이 많이 넓어져서 다행이다. 이번 주부터 백곰 주점에서 판매를 시작하겠다.
▷유이진 대표: 맛이 잔잔하고 부드럽다. 손님들이 달거나 신맛을 좋아하는데 중간 맛의 우리 술을 찾으면 마땅한 답이 없다. 이 술은 은은하고 입에 붙어 그런 손님에게 권하면 좋아하겠다. 요리안주랑 함께 먹기에 좋다. 우리 음식과 잘 맞는다. 마실수록 매력이 있다.
▷조성주 셰프: 처음엔 밋밋하더니 좀 더 마시니 은은한 향이 올라온다. 주질이 나쁘지 않다. (※그는 아마추어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황금빛 오양주를 빚어내는 고수다.) 향이 좀 있는 식재료로 만든 안주가 좋겠다. 요리안주 종류와 궁합이 맞겠다. 한국 가양주의 문제들을 많이 해결한 술이다. 여러 병 마실 수 있겠다.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술이다. ‘얼쑤’에도 들여놔야겠다.
![석이버섯을 넣고 술을 빚어 45일 동안 세 번을 익히고 걸러서 3개월을 더 저온 숙성한 13도 맑은 술 삼양주인 ‘석로주 순’. 모든 생산과정을 손으로 하는 수제품이다. [사진 석이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0f45fc71-8dfe-4a03-9e26-adb7892f69ec.jpg)
석이버섯을 넣고 술을 빚어 45일 동안 세 번을 익히고 걸러서 3개월을 더 저온 숙성한 13도 맑은 술 삼양주인 ‘석로주 순’. 모든 생산과정을 손으로 하는 수제품이다. [사진 석이원]
![석로주를 아끼는 안문영 충남대 교수가 술 맛을 보고 임진년(2012년) 한 여름 보름 만에 지어서 써준 ‘석로주가’ 액자가 음식점 벽에 걸려 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b28b5ed8-1423-4af9-9a2e-61075e214f4e.jpg)
석로주를 아끼는 안문영 충남대 교수가 술 맛을 보고 임진년(2012년) 한 여름 보름 만에 지어서 써준 ‘석로주가’ 액자가 음식점 벽에 걸려 있다.
1980년 순천향대 물리학과 1기생으로 입학했다. 전두환씨와 신군부가 정권찬탈 작전을 강행할 때다. 5월에 광주민주화투쟁이 벌어졌다. 충청도 대학가도 조용하지는 않았다. 시위에 열심히 쫓아다녔다. 대학마다 장갑차가 진주한 후 얼마 안 있어 강제징집 영장이 날아왔다. 학교에서는 제적됐다. 제대 후 취직했지만 불법·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 때문에 회사와 마찰이 잦았다. 2년여 만에 회사를 나왔다.
1986년 부모님이 사는 옥천에서 사슴목장을 시작했다. 당시 사슴목장은 축산업이 아니라 특수가축으로 분류됐다. 사슴은 잘 자라고 목장도 나날이 커가던 1988년 4월 17일 동네 아주머니 중매로 한 마을 큰애기와 결혼했다. 사슴은 1마리에서 시작해 67마리까지 늘었다. IMF 외환위기의 광풍이 지나갈 무렵인 1990년대 말 사슴 부제병(腐蹄病; 발굽을 통해 감염하는 염증성 병)이 돌았다. 도살처분을 해야 했다. 보상금으로 시세 1500만~1700만원짜리 엘크 사슴은 180만~200만원, 150만~200만원 하던 꽃사슴은 10만~20만원을 받았다. 어린 꽃사슴은 5만원을 받기도 했다. 10%도 건지지 못했으니 도산이었다.
아이들과 살기 위해 대전 송촌동으로 나가 건강원을 차렸다. 2002년께부터 홍삼·인산죽염 대리점을 하면서 건강식품을 팔았다. 그게 인연이 돼서 2005년 전주대 대체의학과 1기로 입학했다. 녹음 테이프로 수업을 반복해 들으며 대전에서 전주까지 통학했다. 40대 초반의 만학이었지만 189명 중 1학기 수석, 2학기 차석을 했다. 그러나 생업과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워 1년만에 휴학했다.
![석이원은 건물 2층 260.86㎡(79평)를 모두 쓴다. 대부분 음식점이고 그 중 일부를 ‘석이원주조’가 사용한다. 술을 연구하고 빚는 공간인 ‘석이원주연재’로 들어가는 문.](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f2fb50b4-634c-413b-bf09-27a027e5ff26.jpg)
석이원은 건물 2층 260.86㎡(79평)를 모두 쓴다. 대부분 음식점이고 그 중 일부를 ‘석이원주조’가 사용한다. 술을 연구하고 빚는 공간인 ‘석이원주연재’로 들어가는 문.
![석이원주조의 연구실 겸 실험실이자 이상권 대표의 공부방. 벽에는 특허증·제조허가서·영업신고서 등 각종 증명서가 걸려있다. 벽으로 나뉜 옆 칸은 석이원 음식점이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78eb444f-019e-490a-a72f-32709da3a00b.jpg)
석이원주조의 연구실 겸 실험실이자 이상권 대표의 공부방. 벽에는 특허증·제조허가서·영업신고서 등 각종 증명서가 걸려있다. 벽으로 나뉜 옆 칸은 석이원 음식점이다.
음식점을 시작한 2008년 대학에 복학했다. 자연치유 관련 발효음식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멍게 발효 프로젝트를 맡아 1년간 수행하고 제품 개발도 했다. 2010년 대학을 졸업하고 2012년 11월 석이버섯을 이용한 멍게 젓갈 특허를 받았다. 생애 첫 특허였다.
![석이원 카운터에는 석로주·석이멍게젓갈·아로마 등 이상권 대표가 생산하는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현장 판매도 하고 택배도 가능하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1e05a2d5-6146-4455-851c-1023f9dc7bc7.jpg)
석이원 카운터에는 석로주·석이멍게젓갈·아로마 등 이상권 대표가 생산하는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현장 판매도 하고 택배도 가능하다.
신도시 중심인 탄방동으로 진출했지만 주차장이 없어서 곤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장애등급 판정을 받아 2012년부터 중기 인큐베이팅 지원(점포 지원 분야)을 받게 됐다. 1억2000만원을 5년 무이자로 융자해주는 조건이다. 응모 서류를 8~9번이나 수정해 신청했는데 뽑힌 25명 가운데 최우수 사례로 평가 받았다. 그 덕에 2012년 7월 1일 현재 위치로 음식점을 옮겼다. 그로부터 1년 정도는 비록 빚더미 위에서였지만 승승장구했다. 석이원 매출은 늘었고, 신제품도 연달아 나왔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공무원 도시 대전의 소비심리를 완전히 얼어붙게 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사람 많은 곳을 누구나 기피해 집객업소 타격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2016년 9월 김영란법 시행은 카운터 펀치였다. 전반적으로 음식점 경기는 그로기 상태가 됐다. 개발한 제품들은 ‘형장의 이슬처럼’(이상권씨 표현) 사라졌다. 벌어놓은 돈은 없었다. 올해 6월 말로 무이자 융자는 끝났다. 천신만고 끝에 올 7월 1일부터 신용보증기금 지원을 받아 빚을 내서 겨우 연명은 했다. 그는 “정말 용 쓰는 거죠. 너무 어려워요”라고 혼잣말을 했다.
![이상권 대표가 석이주 발효실에서 술에 들어가는 한약재를 보여주고 있다. 오장에 좋은 약재 5가지씩 25가지가 들어간다. 하얀 포가 덮인 항아리에서는 술이 익고 있다. 독 하나는 시험적으로 석탄주(惜呑酒; 향이 좋아 삼키기 안타깝다는 이름의 술)를 빚고 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42a9287e-0a94-4bfd-a2aa-e0613bfaf5c0.jpg)
이상권 대표가 석이주 발효실에서 술에 들어가는 한약재를 보여주고 있다. 오장에 좋은 약재 5가지씩 25가지가 들어간다. 하얀 포가 덮인 항아리에서는 술이 익고 있다. 독 하나는 시험적으로 석탄주(惜呑酒; 향이 좋아 삼키기 안타깝다는 이름의 술)를 빚고 있다.
![석로주 발효실에서 이상권 대표가 술 빚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발효실에서 세 번 익혀서 걸러 별도의 저온창고에서 3개월 더 숙성해야 술이 완성된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438e9b38-d43d-419b-8bfe-3fd11c7c2eaf.jpg)
석로주 발효실에서 이상권 대표가 술 빚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발효실에서 세 번 익혀서 걸러 별도의 저온창고에서 3개월 더 숙성해야 술이 완성된다.
![술독에서 익어가고 있는 석로주. 거뭇거뭇하게 보이는 것이 석이버섯이다. 술이 익을수록 석이는 서서히 녹아서 없어진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af0267fd-18ae-4e15-ae60-9be236a22025.jpg)
술독에서 익어가고 있는 석로주. 거뭇거뭇하게 보이는 것이 석이버섯이다. 술이 익을수록 석이는 서서히 녹아서 없어진다.
![석이멍게젓갈과 석이술 제조방법과 제품을 특허등록원부에 등록했다는 특허증이 나란히 걸려있다. 2012년 12월과 2013년 8월에 각각 받았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dc6299ad-4e21-4e11-a2ff-5e81a7f2f61b.jpg)
석이멍게젓갈과 석이술 제조방법과 제품을 특허등록원부에 등록했다는 특허증이 나란히 걸려있다. 2012년 12월과 2013년 8월에 각각 받았다.
![석이술 특허를 받은 2013년 이상권 대표는 차의과대학 통합의학대학원에 진학해 ‘석이버섯을 이용한 전통발효주 개발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2015년 8월 보완대체요법 석사학위를 받았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baef21fb-14c2-4700-9440-d323b970f469.jpg)
석이술 특허를 받은 2013년 이상권 대표는 차의과대학 통합의학대학원에 진학해 ‘석이버섯을 이용한 전통발효주 개발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2015년 8월 보완대체요법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무형문화예술교류협회에서 2014년 이상권 대표에게 수여한 전통주(석이주) ‘한국무형문화유산 명장증’. 석이주 특허를 받은 지 7개월 뒤에 받았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931f5b9c-21f4-4f62-a150-84fb5190638c.jpg)
한국무형문화예술교류협회에서 2014년 이상권 대표에게 수여한 전통주(석이주) ‘한국무형문화유산 명장증’. 석이주 특허를 받은 지 7개월 뒤에 받았다.
그가 술을 빚는 것에만 빠져있는 건 아니다. 우리술 문화을 연구하고 대전 지역에 전파하는 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내일 오후 4시부터 석이원에서 향음주회를 연다. 행사 이름은 제2회 석로주와 함께 하는 전통주 문화 이야기. 향음주회는 1000년 넘게 이어진 전통사회의 향음주례(鄕飮酒禮)를 현대사회에 적용해 술을 나누며 관심사를 논의하는 모임이다. 석탄주 맛보기, 우리술 빚기 체험, 근대 우리술 문화(대폿집 이야기) 강의 등이 진행된다. 참석 문의는 이상권 대표(010-7660-6688).
이런 일들을 하려면 알아야 하니 그 분야 공부를 꾸준히 했는데, 10년 전에 수강한 일을 잊지 않고 얼마 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통문화지도사 시험을 보라고 연락이 왔다. 지난달 말 시험 날 나는 그를 처음 만났다. 지난 6일 합격 통지를 받았다. 낙원동에서 시음회(18일)를 마친 그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멀지 않으니 합격증(전통문화지도사 자격증)을 수령해 대전으로 가겠다며 작별을 고했다. 걸어가는 뒷모습에 신바람이 일렁거렸다. “술로 번 돈은 한 푼도 없어요, 아내는 ‘언제나 빛 보느냐’고 묻는데 유구무언이지요”라며 풀이 죽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곧 빛을 볼 것 같다는 기대와 함께.
음식점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1시30분~오후 9시이고, 일요일엔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