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함께 놀자] 거제도 해금강, 외도, 우제봉오
마이뉴스 임현철 입력 2016.07.21 14:11
[오마이뉴스임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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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우제봉에서 본 섬 등의 풍경은 뭔가 부족했던 2%를 찾아주었습니다. |
ⓒ 임현철 |
"차 점검도 안 하고, 어떻게 각시를 태우고 장거리 운행을 할 수가 있어?"
티격태격 한바탕 부부싸움까지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신혼 초의 사랑 놀음인 부부싸움이 그립기도 합니다. 하여간, 철사 등으로 고정한 후 비상등을 켠 채 천신만고 끝에 겨우 당도했던 거제. 똥차에 대한 씁쓸한 기억이 아름다운 거제도 추억이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네요.
해금강은 안 가고 외도만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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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승 제2호인 거제도 해금강입니다. |
ⓒ 임현철 |
"난 외도는 안 갈란다. 너무 자주 갔다. 니 혼자 갔다 와라."
이번 거제 여행의 최대 목적지인 해금강과 외도 중 하나가 사라질 판이었습니다. 딸랑 둘이 움직이는 여행에서 안 간다는 사람 붙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삐쳐봐야 자기만 손해. 이 일을 어이 할꼬? 거제 토박이들은 일하느라 바쁜 상황. 하여튼 해금강이라도 갈 요량으로 바람의 언덕 밑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해금강 안 가고, 외도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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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해금강 십자동굴에 들어가야 하는데 못들어가고... |
ⓒ 임현철 |
"해금강은 안 갑니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크게 실망하며 나왔습니다. 지인 "2코스는 갈낀데?" 합니다. 코스별 출항기준이 있더군요. 그걸 모르고 해금강만 고집했던 겁니다. 외도 안 간다던 지인, 실망한 저를 보며 "2코스 가자"며 달래더군요. 알고 보니 2코스는 해금강 주변~ 외도 상륙 포함 2시간 10여 분이 걸리데요. 감지덕지, 승선권을 끊었습니다.
섬에서 섬으로의 여행은 설렘, 해금강과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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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거제도 외도입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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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외도 풍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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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곶리 갈개마을 남쪽 약 500m 해상에 위치한 바위섬을 해금강이라 부른다. 두 개 섬이 맞닿은 해금강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되었다.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이라 붙여진 '갈도(갈곶도)'보다 바다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더 불린다. 십자동굴을 비롯해, 사자바위, 부처바위, 촛대바위 등 기이한 암석이 많다."
어째 이런 일이. 유람선이 섬을 한 바퀴 핑 돌고 맙니다. 해금강의 백미인 십자동물 속을 구경조차 못하다니. 절로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왜냐하면 명승 제1호인 백도를 지난달에 돌아 본 터라 비교감에 실망이 더 큽니다. 어쩌겠어요. 또 "그런가 보다" 했지요. 유람선은 그길로 외도로 내뺐습니다.
'외도'. 아시다시피 희귀 아열대 식물이 어우러진 이국적 풍광을 자랑하는 섬, 부부가 열정을 바쳐 나무를 가꾼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노사연이 부른 '바램'이란 노래 가사 중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란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외도, 18년 전 찾았을 때와 다른 점은 자연이 좀 더 깊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익어가는 사람으로서 깊어진 섬에서 차 한 잔의 여유,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해금강을 앞마당으로 둔 '서자암', 대단한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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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우제봉 오르는 길에 암자가 있더군요. 서자암 입구에 놓인 의자와 코앞에 보이는 해금강입니다. 이곳에 자리잡은 안목 대단합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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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우제봉 오르는 산책길은 아늑했습니다. |
ⓒ 임현철 |
"용호 형이 해금강과 외도 본 후 꼭 우제봉 갔다 와라 캤다. 우리 우제봉 가자."
유람선에서 내려 우제봉으로 향했습니다. 100m쯤 갔을까. 내려오는 일행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상이 여기서 먼가요?"
"저희는 가다가 되돌아오는 중입니다."
"왜, 무슨 일 있으세요?"
"올라가는 사람도 없고, 딸 신발이 시원찮아 돌아오는 겁니다."
숲길 포근합니다. 땅 참 기름집니다. 땅 기운 따뜻합니다. 아늑합니다. 인적 없어 더 상쾌합니다. 암자까지 있습니다. 암자 입구에 의자 두 개 놓였습니다. 해금강을 앞마당으로 둔 암자 '서자암'. 대단한 안목입니다. 법당 부처님께 삼배 올리면 뭐든 다 들어 줄 것 같은 풍광이랄까. 법당 가는 길목에 만난 인기척. 저녁 공양 중입니다. 넉살좋게 스님께 탁발 혹은 차 한 잔하고 싶으나 갈 길 멀어 참습니다.
여행, 올려다보는 것과 내려다보는 것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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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했던 2%를 채워주었던 거제도 우제봉입니다. |
ⓒ 임현철 |
그랬습니다. 아내도 거제 여행길 동행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업무 과다로 포기했습니다. 하여, 아내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 우제봉의 감흥을 사진으로 보냈습니다. 헉, 아내 "목 좋은 자리에서 장범준 콘서트를 봤다고 짱"이라며, 오히려 호들갑입니다. 그래, 해금강과 외도 사진 보냈더니, 그제야 반응입니다. 이쯤에서 숨겼던 속마음 꺼냅니다.
"우리 다음에 거제 추억 여행 꼭 같이 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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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우제봉 아래에 마련된 포토존입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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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 흘려 오른 곳에서 삶의 현장인 아래를 내려 본다는 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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