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갈비탕 맛에 국밥의 푸짐함 아우른 ‘갈비국밥’

산야초 2017. 12. 9. 00:23

갈비탕 맛에 국밥의 푸짐함 아우른 ‘갈비국밥’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7.12.06 08:00

    [서민식당 발굴기] 금화갈비

    갈비탕이 아닌 ‘갈비국’이라고?

    개인적으로 필자는 구운 고기보다 물에 끓이거나 삶은 고기를 더 선호한다. 고기 건더기가 그득한 탕반, 그중에서도 갈비탕을 아주 좋아한다. 갈비탕은 뼈째 우려낸 국물보다 매력이 있다. 잘 끓인 갈비탕은 나주곰탕 맛이 난다.

    필자에게 1980년대 후반 서울 신촌 모 갈빗집의 갈비탕은 축복이었다. 큰맘 먹고 들어갔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집 갈비탕은 국물 반, 고기 반이었다. 당시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온 덕을 본 것이다. 이젠  외국산 소고기도 가격이 예전 같지 않다. 요즘에는 아무리 외국산 수입 소고기라고 해도 1만2000원은 줘야 제대로 된 갈비탕을 먹을 수 있다.

    요즘 아내와 함께 소문난 갈비탕들을 하나씩 섭렵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괜찮다는 갈비탕 집에 다녀왔다. 듣던 바대로 맛과 양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다만 단 한 가지, 잡내가 났던 점이 아쉬웠다. 그에 비하면 지난주 친구와 함께 다녀온 <금화갈비> 갈비국밥(9000원)은 잡내까지 없었다.

    모처럼 연락이 된 친구와 <금화갈비>에서 점심을 먹었다. 궁금했던 이 집 갈비국밥을 친구와 함께 맛보고 싶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호기심에 먹어봤는데 만족도는 웬만한 갈비탕 이상이었다. 특이한 것은 이 집 갈비국은 ‘탕’이 아니라 ‘국’이라는 점이다. 뼈에 살이 붙은 갈비를 그대로 내온 갈비탕과 달리, 갈비뼈와 뼈 사이의 늑간살을 발라내 국으로 끓였다.

    늑간살만 들어간 게 아니라 스지도 반이 들어갔다. 스지와 갈비 늑간살을 오랜 시간 끓여 국물을 내고 그 건더기를 아주 푸짐하게 넣은 것이 이 집 갈비국밥이다. 스지는 삶는 시간에 따라 맛과 물성이 달라진다. 시간이 조금만 부족해도 제 맛이 안 난다. 그렇다고 적정시간보다 더 삶으면 물렁물렁하고 육질이 수축된다. 아주 잠깐 사이에 달라지기 때문에 스지 삶을 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갈비국밥은 말이 국이지 필자가 보기엔 탕이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것이 국보다 탕에 가깝다. 그런가 하면 갈비국밥이라는 이름에서는 함경도 가리국밥이 강력하게 연상된다. 서로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함경도 ‘가리국밥’ 닮은 서울 갈비국밥

    본디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부분을 가랑이라고 한다. 가랑이의 유사어들은 음절 어두에 ‘ㄱ'과 ’ㄹ'이 붙는다. 이미 신라 향가 처용가에 ‘가’라는 형태가 등장한다. ‘가’는 현대 지명에도 그 형태가 남아있다. 경인선과 경부선이 갈라지는 동네는 ‘구로’동이다. 동물 등뼈에서 갈라져 나온 뼈는 갈비뼈다. 갈비의 고어가 ‘가리’로 추측되는데 지금은 함경도와 강원 일부 지방 방언에 그 흔적이 보인다.

    함경도에서는 최근까지도 갈비 대신 ‘가리’를 쓰는 모양이다. 함경도 향토음식 가운데 가리국밥이 있다. 갈비와 양지로 육수를 내 선지·양지·두부를 곁들인 함경도식 국밥이다. 분단 이후 지금은 남한에서 거의 먹기 힘든 음식이다. 그나마 서울 어느 음식점에서 몇 해 전부터 다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름도 같고 갈빗살로 끓인 국이라는 점에서 함경도 가리국밥과 서로 통한다. 다만 함경도식 가리국에는 선지·양지·두부가 들어가고 이 집 갈비국에는 스지가 들어갔다. 갈비국밥은 밥을 따로 주는 점도 다르다. 이 집 주인장 고향이 강원도라고 한다. 함경도식 가리국밥을 현대적으로 심플하게 풀어낸 것은 아닌가 싶다.

    낮 소주를 부르는 든든한 안주 겸 식사 메뉴

    큼지막한 뚝배기에 갈비국밥이 나오자 우리 두 사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람을 질리게 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고기 중량이 무려 300g이나 된다. 삶은 후 무게 기준이다. 엄청난 양이다. 당면이나 그 어떤 부재료도 없다. 반은 국물이요, 반은 고기다. 그저 대파가 넉넉하게 들어갔을 뿐.

    시장했던 탓에 우리는 부지런히 갈비늑간살과 스지를 건져 육장에 찍어먹었다. 거의 수육 수준에 가까운 고기였고 잡내도 없었다. 한참을 먹어도 고기는 줄지 않았다.
    한우 잡뼈가 일부 들어가긴 했지만 갈비와 스지로 끓인 국물은 맑고 진했다. 곰탕 국물에 가까웠다. 이집 갈비국밥은 ‘갈비곰국’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친구는 오히려 갈비탕보다 더 국물 맛이 낫다고 했다. 밥을 말아먹기에 더 없이 좋은 국물이었다.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친구는 양념장(다대기)를 풀어서 밥을 말아먹었다. 필자도 어느 정도 먹고 나서 깍두기국물을 풀어서 먹었다.

    배가 불렀지만 고기는 남아있었다. 우리는 남은 갈빗살과 스지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다. 별도의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먹고 남을 정도였다. 둘이 ‘각 1병’씩 마시고 싶었지만 건강을 위해 ‘합 1병’으로 자제했다. 갈비국밥은 중장년층 손님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소주 한 잔에 식사까지 해결하기 좋은 메뉴다.
    지출(2인 기준)  갈비국밥 1만8000원(9000원X2)+소주 4000원=2만2000원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