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텔릭”(Operation Telic)은 2003년 3월 19일 시작된 영국의 이라크 전쟁의 작전명이다. 당시 미국을 도와 영국은 4만6천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영국이 원거리에서 치른 전쟁중 가장 큰 규모의 파견이다. 포클랜드 전쟁때도 영국은 약 3만명의 병력을 보내, 이라크전에 가장 많은 병력을 투입한 것이다. 당시 미국 국방부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의 자서전 노운 언노운(Known Unknown, 알려진 無知)에서도 당시 미국과 함께 이라크 작전에 투입된 영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서전을 보면 지도까지 동원해 상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미군과 함께 남부지역에서 진격한 영국의 제1기갑부대는 이라크 동남부의 항구도시인 바스라(Basra)를 격파, 티그리스강을 따라 북진했다.
미국과 한몸처럼 싸운 영국의 전례…
영국은 미군의 중앙사령부(CENTCOM)에 장성급 지휘관을 보내, 전쟁을 실시간으로 진두지휘했다. 영국의 모든 작전은 미국과 함께 한몸처럼 신속하게 추진됐다. 이 때문에 이라크 전은 단 21일만에 끝이 났다. 이라크는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미국과 영국의 공세에 맥없이 무너졌다. 최근 한반도 긴장 국면에서 잊혀진 이라크전을 보면 오늘의 북한이 보인다. 지난 이라크전을 보면 미국은 원거리 전쟁에서 혼자 움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월남전 이후 원거리 전쟁에서 쓴맛을 본 미국은 독자적인 전쟁 수행의 후폭풍을 뼈저리게 깨우쳤다. 이점은 마크 밀리 미 육군참모총장이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던 지난 7월 기자회견장에서 “우리가 원거리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 재확인됐다. 미국이 임하는 원거리 전쟁의 양상은 현재 진행중인 시리아전도 다르지 않다. 미국 외에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으로 뭉친 연합합동군(Combined Joint Task Force)이 시리아에서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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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한 학습시설을 둘러보다 컴퓨터를 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
민주국가인 미국은 정의전쟁(jus in bello)을 실현하기 위해 명분(casus belli)없이 쉽게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전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고 전쟁에 임할경우 국제적인 공조로 임하는게 미국이 벌인 전쟁의 전례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유사시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한과 전쟁을 벌이기 보다는 동맹과 공조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거의 모든 미국의 전쟁에 함께한 영국은 뗄래야 뗄수 없는 전쟁의 동반자다. 따라서 영국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국 매체, 한반도 전쟁 대비해 항모까지 투입하는 전쟁 계획 준비중
그런데 최근 영국이 한반도 전쟁을 대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월 경 영국의 데일리 메일과 텔레그라프 등 영국의 매체는 북한을 염두에 둔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텔레그라프는 “영국이 북한과의 전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Britain ‘draws up battle plan for war with North Korea’)”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영국의 한반도 전쟁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다.
해당 기사의 서두는 12월 14일 미국의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발언 내용과도 일부분 일맥상통한다. 그는 미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다시 발사한다면 미국이 군사옵션을 사용할 확률이 30%,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면 군사행동의 가능성은 70%”라고 말했다. 텔레그라프는 미국은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하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할 것이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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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때 군용헬기가 석양을 배경으로 비행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영국의 국방부 내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영국은 현재 시험중인 항공모함을 한반도로 급파하는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은 최근 새로 건조한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HMS Queen Elizabeth)를 영국왕립해군에 인도했으며, 현재는 항모 위에서 전투기를 띄우는 연습(Flight Trial)을 하고 있다.
그런데 비행연습을 다 마치지 않더라도 유사시 한반도에 항모를 투입, 대북억제력에 미국과 함께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영국의 이런 대비책은 미국 트럼프의 대북기조와 다르지 않음을 뜻한다. 트럼프는 앞서 북한에 대해 “지난 25년간 대화는 실패했고, 오직 한가지만 먹힐 것(only one thing will work)”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말한 오직 한가지는 군사옵션을 뜻하며, 영국도 이 말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영국의 정부 고위관료 등은 “북한은 지리적으로 미국보다 영국에 더 가까워,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은 미국의 로스엔젤레스보다 더 쉽게 도달할 수 있다”며 북한의 도발을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美 英 항모까지 총 4대 전개되고, 항공력 총 500대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영국이 새로 건조한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은 6만7천톤급이며, F35 최신예 전투기를 최대 36대까지 탑재할 수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다양한 종류의 군용기를 탑재하는 것과 달리 영국은 함재기의 수는 적지만 모두 스텔스 전투기로 무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강한 전력이다. 특히 이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F-35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로 알려졌다. 영국은 총 138대의 F-35를 주문했으며 현재까지 약 10여대가 인도됐다. 이외에도 영국은 타이푼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대공 능력을 업그레이드 중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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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전투기 F-35B가 항모 위에서 수직으로 이륙 중이다. 사진=위키미디어 |
현재 영국의 구체적인 한반도 전개 시나리오 상으로 항공모함에 12대의 F-35 전투기 등을 싣고, Type-45과 Type-23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을 보낸다고 알려졌다. 이 계획과 현재까지 미국이 보여준 해상훈련의 전례 등을 토대로 계산하면 한반도에는 미국의 항공모함 3대와 영국의 항공모함 1대, 총 4대가 모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니미츠급(CVN) 항모들은 각 항모당 약 70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미국의 함재기는 약 210대, 영국의 함재기 약 30대, 총 240대가 투입되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FA-50, F-15K, KF-16 등의 수 약 260 여대를 합치면 연합군의 항공력은 500대 정도다.
이라크전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전쟁에 앞서 영국은 공군력 등을 이라크 주변국으로 보내 전쟁 돌입전 준비에 임했다. 과연 지금은 어떨까. 영국은 이미 작년 10월경 일본과 한국에 영국왕립공군의 타이푼 전투기를 보내 군사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영국은 올해 중순 일본 해군과도 해상훈련을 마쳤다. 내년초 또다시 일본으로 영국 구축함을 보내 해상 훈련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영국은 한반도에서 군사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춰본 셈이다.
이미 한반도에서 손발 맞춰본 영국
현재 내년 계획된 영국과 일본의 해상훈련 이유는 일본의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2년이나 남은 올림픽을 대비해 영국이 일본에 군함을 보낸다는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일본은 비교적 막강한 해군력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원거리에 있는 영국해군까지 나설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영국이 유사시 한반도 전개까지 염두에 둔 훈련일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이를 종합하면 영국은 미국을 도와 언제든지 북한을 공격할 준비를 마친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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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당시 미국의 지도부, 울프위츠 국방차관(좌), 럼스펠트 국방장관(중), 부시 대통령(우)가 발표중이다. 사진=위키미디어 |
올 12월 영국의 언론은 미국이 준비하는 전쟁은 일부 국지전이나 위협 부위만 도려내는 서지클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가 아니고, 전면전(all-out war)이라는 기사도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내에서도 감지된다. 앞서 언급한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발언 외에도 워싱턴에서는 앞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북한이 발사한 화성-15의 완성도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완전히 확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핵능력도 한차례 정도만 더 하면 북한이 바라던대로 모든 카드를 손에 쥐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북한이 이 두 카드를 손에 쥐도록 절대로 내버려두지 않겠다는게 워싱턴의 분위기다.
북한과 전면전 대비하는 미국과 영국…
이런 내용은 미국의 팩트탱크(Fact tank)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최근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1월에 게재된 조사에서 미국 국민들에게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군사력을 동원할 것으로 생각하냐?”라고 물었고, 조사에 응한 미국민 84%가 “그렇다”고 답했다. “북한의 지도부가 미국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65%가 “그렇다”고 답했고,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닿을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64%가 “그렇다”고 응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위협을 단순히 말뿐인 말폭탄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위협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미국이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감행하는 준비 등이 포착되면 물리적인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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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신형 항공모함, HMS 퀸 엘리자베스다. 사진=위키미디어 |
이런 심각한 미국과 영국의 상황과 달리, 현재 한국의 여론은 영국과 미국의 군사적 준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으며, 전쟁 가능성에 “설마”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정부는 중국을 방문, 사드 3불원칙(사드 추가배치 불가·미국 MD체제 불참·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을 약속했다. 앞서 미국의 38노스는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을 격추하려면 한반도에 최소 사드 2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올해 9월 경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한미전략포럼에서 에이브러험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아시아국장은 “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에서 간과된 일본과의 연대와 한미일 군사훈련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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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항공모함 3척이 2017년 11월경 한반도를 향해 가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
글=김동연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