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7 글로브마스터. [사진 미 공군]
지난 주말인 9일(현지시간) 밤 미국 남부에서 중서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의 하늘에 나타났던 ‘미스터리 불빛’이 미 공군의 수송기 편대들로 밝혀졌다.
갑작스럽게 야간에 여러 대의 항공기들이 안전등을 켠 채로 비행하자 미국인들은 이를 ‘미스터리 불빛(Mysterious Lights)’라고 부르면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목격담을 남겼다. 많은 사람이 미국이 침공을 당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했고 일부는 외계인의 미확인비행체(UFO)라고 주장했다. 미주리ㆍ켄터키ㆍ일리노이주 일대의 방송사인 KFVS12는 ‘하늘의 불빛이 미국의 심장부에 소동을 일으키다’는 뉴스에서 미스터리 불빛을 보도했다. 일리노이주의 지역 신문인 벨릴뉴스-데모크랫에서도 ‘일리노이주 남부에 반짝이는 불빛 목격’이란 제목의 기사가 나갔다.
그러나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더드라이브(The Drive)’는 당시 미국 전역에 배치된 30대가량의 C-17 글로브마스터 장거리수송기와 20대가량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들이 훈련을 위해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로 집결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C-17은 최대 77t의 화물을 싣고 최고 속도 시속 830㎞로 최대 1만390㎞를 날아갈 수 있는 수송기다. 지난 3월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미사일 발사대 2기를 미 본토에서부터 공수한 수송기가 C-17였다.
지난 3월 6일 미 공군의 C-17 글로브마스터 1대가 미 본토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
사드) 체계 미사일발사대 2기를 싣고 한국에 도착했다. [사진 주한미군]
단순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미 공군의 야간 훈련에 상당수 미국인이 들썩인 현상에 대해 최근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위기감이 높아진 증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JFEX에 참가한 미 공군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들. [사진 미 공군]
그런데 미 공군의 훈련 내용을 알면 정작 걱정할 사람은 미국인이 아니라 바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다. 훈련의 제목은 합동 공중강습 훈련(JFEX)이다. 목적은 미군의 다양한 자산을 이용해서 접근 거부벽을 쌓아 놓은 적국의 영토에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공중강습’이란 단어가 사용됐다. 미 육군과 공군이 유사시를 대비해 매년 여러 차례 치르는 대규모 병력ㆍ중장비 수송 훈련이다.
훈련에서 미 공군의 주력 수송기인 C-17과 C-130 수송기들은 실전처럼 이미 가상 적진에 투입한 공정통제사의 유도를 받는다. 공정통제사는 전시 활주로와 관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적진에서 아군의 수송 작전을 유도하는 공군의 특수부대다. 공수 부대의 대규모 낙하 작전도 이번 훈련에 포함됐다.
미 공수부대의 강하 훈련 장면. [사진 미 육군]
미 공군의 전투기들은 이날 C-17과 C-130 수송기들을 엄호했다. 또 정찰ㆍ전자전ㆍ지휘통제 등 다양한 임무를 가진 지원기들도 동원됐다.
이날 훈련은 평소와 달리 야간에 전국 규모로 이뤄졌다는 게 특징이었다고 한다. 북한과 같은 특정 국가를 놓고 한 훈련이라는 설명은 미 공군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꺼낼 수 있는 군사 옵션을 위해 준비하는 작업 중 하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