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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시작 50대에 완성한 난자완스

산야초 2018. 4. 19. 22:12

10대에 시작 50대에 완성한 난자완스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8.04.13 08:00

[맛난 집 맛난 얘기] 송쉐프

얼마 전, 평양공연에서 열창했던 가수 조용필과 이선희의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그들의 목소리는 더 원숙해졌고 한층 깊은 맛을 냈다. 오래 숙성된 와인의 향기가 났다. 나이 들어간다는 게 그저 낡고 삭기만 하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분야는 다르지만 조리인도 마찬가지 아닐까? 서울 신사동 <송쉐프>는 작년에 개점한 신생 중식당이다. 17세 때 주방에 들어가 평생 조리인으로 살아온 주인장이 지천명을 넘겨 처음 차린 식당이다.

소고기 목심 갈아 만든 완자에 치즈 양파로 맛 내

고향 제천의 집을 나와 부산 <복성장> 조리실에서 처음 웍을 잡았던 열일곱 살. 그때만 해도 얼른 일을 배워 금방 내 식당을 차릴 줄 알았다. 세상과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홍안의 소년이 초로의 중늙은이가 돼서야 비로소 내 맘껏 내 요리를 펼칠 장소를 갖게 됐다. 그가 세월과 청춘을 지불하고 얻어낸 건 ‘내 식당’만이 아니다. 그의 손끝에서 맛이 살아나는 요리 솜씨는 기꺼이 수십 년의 시간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 집 단골손님들이 가장 아끼는 주인장의 솜씨는 난자완스(3만5000원)다. 연령층에 관계  없이 내방 손님 가운데 60~70%가 난자완스를 주문한다고. 보통 중식당에서는 탕수육을 식사 메뉴와 함께 주문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난자완스는 고기를 다져 만든 완자를 익혀 채소와 함께 소스를 부어 먹는 중국 요리다. 이 집에서는 소고기 목심으로 완자를 만든다. 아침마다 정육점에서 들여와 하루 사용분을 갈아서 사용한다. 난자완스도 일종의 완자(丸子) 요리다. 간 소고기를 완자 형태로 뭉쳐 먼저 기름에 튀겨낸다. 주인장에 따르면 난자완스는 고기 반죽이 중요하다고 한다. 잘못하면 딱딱해지는데 제대로 반죽하면 마치 빈대떡처럼 야들야들하고 부드럽다고. 반죽 과정에서 이미 맛의 좋고 나쁨이 어느 정도는 결정되는 것이다.

튀겨낸 소고기 완자를 죽순,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등 신선 채소에 넣고 소스를 뿌린다. 이때 치즈와 양파를 첨가해 맛을 낸 게 이 집 난자완스 맛의 차별 포인트. 튀긴 완자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씹으면 1차로 고소한 파열음 뒤에 2차로 흥건한 소고기 풍미가 입 안으로 밀려온다. 마치 잘 만든 멘치가츠를 씹는 것 같다.

여기에 죽순,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의 식물성 식감이 소스와 함께 가세한다. 튀긴 소고기가 주재료이지만 기본적으로 찜 요리임을 상기시켜준다. 강남 지역임에도 임차료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어서 음식 가격을 주변 중식당들보다 낮게 책정했다고 한다. 난자완스에 와인을 곁들여도 훌륭하다. 와인 콜키지는 무료다.
게 서거라! 게살볶음 맛 아니까

<송쉐프>에서 안 먹으면 서운한 요리가 있는데 게살볶음(5만5000원)이다. 게 요리 전문점보다 더 양도 푸짐하고 조리한 맛도 한결 낫다. 대게 먹으려고 껍질 벗기는 것도 귀찮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걸 생각하면 가성비가 높은 편이다.

게살은 대게를 3등분한 이른바 ‘3단게살’을 사용한다. 주인장에 따르면 게살볶음 한 접시에 게살 값만 3만5000원 정도 든다고. 그러니까 다른 식재료와 조리비용까지 합치면 업주 입장에서 수지맞는 메뉴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주인장이 다른 식당에서 일할 때부터 그의 게살볶음을 먹어왔던 단골들이 지금도 찾는 바람에 이 메뉴는 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게살볶음의 조리 특징은 양념을 과하게 넣지 않는 것이다. 참기름은 전혀 넣지 않고 약간의 조미료와 소금만 넣는다. 게살 자체의 염분과 향미를 살리기 위해서다. 완성된 게살볶음은 고추기름을 넣은 간장에 살짝 찍어먹는다. 담백하고 슴슴하면서 대게 특유의 맛이 그대로 혀에 와 닿는다. 연태고량주를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
다른 집에선 먹을 수 없는 특특한 잡채볶음밥(9000원)도 식사 메뉴로 있다. 예전, 주인장의 지인이 가끔 볶음밥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어주곤 했다. 하루는 그가 볶음밥에 잡채를 얹어 달라고 했다. 볶음밥이면서 잡채밥인 <송쉐프> 특유의 잡채볶음밥이 처음 탄생한 것. 불향이 풍부한 잡채 맛이 일품이다. 요리에 가까운 식사 메뉴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길 40   02-546-1178

글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사진 조경환(월간외식경영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