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능력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남측이 절대적 우위에 서 있는 비대칭 전력이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인근과 그 위쪽 40∼90km 이내에 장사정포와 미사일, 병력 등을 촘촘히 배치해 놓고 있지만 미군의 고고도무인정찰기(UAV) 글로벌호크를 비롯해 U-2S 정찰기, 한국군의 RF-16 정찰기, 군단급 UAV 등의 정찰감시전력이 북한군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북한은 작전능력을 갖춘 정찰기 등 정찰자산이 거의 없다. 군사분계선 인접 작전을 수행할 최신예 전투기도 없다. 그런데 군사분계선 인근에 비행·정찰 금지구역이 설정되면 북한은 내놓는 것 없이 한미 군의 정찰전력을 걷어내 ‘눈’과 ‘귀’를 가리는 효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군사분계선 대치 상황은 과거 유럽의 동서 대치와는 엄연히 다르다. 판문점∼평양은 215km인 반면 판문점∼서울은 불과 62km다. 북한은 군사분계선에서 평양∼원산 라인 사이에 무기·병력의 70% 이상을 집중시켜 놓고 있다. 최전방의 일부 전력을 감축한다고 해도 서울 등 수도권을 기습 공격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 반면 남한은 최전방의 전력이 감축되면 북한의 기습 공격용 전력을 선제적으로 섬멸해 수도권을 방어하는 능력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군사분계선 지역의 긴장 완화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 첫걸음은 북한의 남한 수도권 기습공격용 전력부터 후방으로 돌리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의 2500만 인명과 재산을 인질로 삼고 있는 장사정포는 북한이 결코 방어용이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한미 정찰전력을 비롯해 군사분계선 지역의 한미 전력은 기본적으로 방어용이다. 방어전력은 공격전력과 동시에 줄여가는 게 아니라, 공격전력의 실질적인 퇴거 이후에 감축돼야 한다.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앞세워 군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낡은 전술적 사고를 버리지 않는다면 김정은의 진정성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