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철로 찾아가는 양평의 청정계곡
숲 우거진 깊은 계곡에서 시원한 여름 보내기
중원산(中元山·800m)은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와 중원리 사이에 위치한 독립된 산이다. 이 산 동쪽 능선에 도일봉(863.7m)이 솟아 있는데, 두 봉우리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가 바로 중원계곡이다. 깊고 아늑한 느낌이 자랑인 중원계곡은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산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 일대의 산줄기는 ‘경기의 금강산’으로 불릴 정도로 산세가 웅장해 보는 맛도 특별하다. 여름철 특히 인기 있는 중원계곡을 통해 도일봉을 오르는 코스를 찾았다.
용문까지 전철이 개통된 이후 양평 주변의 산을 찾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제 평일에도 많은 이들이 오직 등산을 위해 용문행 전철을 탄다. 2009년 12월 23일 중앙선 전철이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양평이나 용문은 제법 거리감이 느껴지던 여행지였다. 열차는 운행 횟수가 많지 않았고, 주말이면 도로는 늘 정체됐다. 하지만 이제 전철이라는 일상의 교통편을 이용하게 되면서 확실히 가까운 느낌이 든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용문행 전철에 올랐다. 평일임에도 배낭을 둘러멘 등산객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나 둘 역을 지나며 등산객이 늘어나더니, 열차가 서울을 빠져나갈 즈음 등산열차 분위기로 변했다. 평일에도 이 정도니 주말이나 휴일이면 더욱 많은 등산객들이 이 열차를 이용할 것이다.
용산역에서 출발한 전철은 1시간 반 만에 용문역에 닿았다. 중간에 예봉산역이나 국수, 양평 등에서 내린 등산객도 제법 됐다. 하지만 중앙선 전철을 이용하는 등산객 중 많은 수가 용문역까지 자리를 지켰다. 아무래도 용문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산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용문역 앞에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다. 버스가 자주 다니는 용문사 방면으로 가는 등산객은 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이동했다. 하지만 중원계곡 입구는 버스가 자주 없어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고민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중원리로 향했다.

인공 시설물 없이 깨끗한 계곡
펜션과 민박집으로 가득한 중원리 입구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일이지만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철 중원계곡의 인기는 역시 대단했다. 계곡 초입의 공원에도 여러 팀이 앉아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취사장에는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피서철이 벌써 시작된 듯 부산한 모습이었다.
계곡 초입의 통제소를 지나면 거친 돌이 널려 있는 산길이 시작된다. 마지막 펜션을 지나 한 굽이를 돌면 간이 화장실이 나오고 이어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타난다. 주차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심산유곡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중원계곡의 자연미가 뛰어난 것은 상류에 시설물이 없기 때문이다. 산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찰이나 기도원, 별장이 전무하다. 오직 맑은 물과 푸른 숲만 가득하다. 사방을 에워싼 산자락을 뒤덮은 울창한 수림이 계곡을 메워 따가운 여름 햇살을 거의 완벽하게 피하며 계곡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다리를 지나 계곡 옆에 조성된 널찍한 길을 따라 잠시 가면 산사태를 막기 위해 쌓은 시설이 보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물굽이를 따라 돌면 나무 계단과 데크가 앞을 막는다. 계단을 따라 몇 걸음 오르면 왼쪽 아래 계곡에 중원폭포 표지석이 늠름한 모습으로 등산객을 반긴다. 피서철에는 물놀이를 즐기려는 이들로 가득한 곳이다. 물놀이객들은 이곳 중원폭포 이상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다. 수영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눈에 띈다.
중원폭포를 지나쳐 5분간 짙은 숲 속의 계곡길을 따라 들어서면 왼쪽으로 중원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 삼거리에서 샛길로 빠져 중원산 정상에 먼저 오른 다음, 북릉을 타고 싸리재로 이동해 중원계곡을 타고 내려올 수도 있다. 능선보다 계곡으로 내려오며 시원한 물가에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인기다.
도일봉으로 가려면 계속해 계곡길을 따른다. 중원산 갈림길에서 20분 계곡을 따라 들어서면 오른쪽 도일봉 갈림길이 나타난다. 갈림길에서 먼저 도일봉 정상으로 오를 경우, 정상에서 싸리재 방면 능선을 타고 첫 번째 삼거리에서 왼쪽 중원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또는 싸리재까지 나아간 다음, 남쪽 중원계곡으로 내려서기도 한다.
도일봉 오름길은 급경사
도일봉 갈림길에서 계속해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울퉁불퉁한 돌밭을 걷는다. 5분 거리인 치마폭포를 지나면 단풍나무와 상수리나무 군락이 유난히 짙은 숲을 이룬다. 유일하게 햇볕이 드는 집터를 지나 25분 올라가면 10m 폭포가 시원한 물거품을 토해낸다. 규모는 별로 크지 않지만 깊숙한 계곡 속에서 만나는 폭포가 상쾌하다.
10m 폭포를 뒤로하고 15분 올라가면 오른쪽 도일봉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는 치마폭포 아래 삼거리에서 도일봉을 오른 경우 싸리재로 가다가 이곳으로 하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이곳에서 도일봉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는 치마폭포 아래 삼거리로 하산하게 된다.
도일봉이 목표라면 이 삼거리에서 오른쪽 지계곡을 따라 오르는 것이 유리하다. 갈림길에서 도일봉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니 중원계곡이 순식간에 멀어진다. 산길은 가느다란 계곡을 따르다가 급경사의 비탈을 곧바로 치고 오른다. 덩치 큰 돌덩이가 쌓여 있는 산자락을 지그재그로 치고 오르면 저 멀리 하늘이 보인다. 싸리재에서 도일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하지만 워낙 경사가 급해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능선 위의 삼거리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남쪽으로 200m 정도 떨어진 도일봉을 오른다. 가파른 돌산이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위 턱을 넘어 도착한 정상은 의외로 평범한 헬기장이었다. 도일봉이라고 쓴 희미한 글씨가 남아 있는 바위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었다. 한쪽에 서 있는 등산로 안내판도 햇빛에 바래 희미했다.
주변의 산줄기가 시원스럽게 조망되는 장소지만 희뿌연 가스가 가득한 날이었다. 건너편 중원산이 가까스로 보일 정도로 시야가 좋지 않았다. 조망을 포기하고 곧바로 계단으로 내려섰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는 정상부의 바위 지대에 앉아 요기를 한 뒤 긴 능선을 타고 하산을 시작했다. 군데군데 나타나는 바위지대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며 계곡을 향해 내려갔다.
도일봉에서 중원계곡 중간의 삼거리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2.7km 길이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 거리는 2km가 조금 안 된다. 그러나 경사가 생각보다 가팔라 시간이 제법(1시간 정도) 걸린다. 능선길을 통과해 중원계곡으로 내려서니 계곡물에 실려 오는 서늘한 바람이 더위에 지친 등산객을 반겼다. 여름철 계곡산행은 바로 이런 맛에 하는 것이다.

INFORMATION
산행 길잡이 중원계곡은 울창한 숲과 크고작은 폭포와 소·담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골짜기다. 계곡의 길이가 약 6㎞로 한여름이면 들머리에 조성된 산촌마을에서 중원폭포에 이르는 약 300m 구간이 물놀이 인파로 혼잡스럽다. 산행기점과 약 8㎞ 떨어진 용문까지 용산역을 출발하는 전철 중앙선으로 접근할 수 있어 피서철 교통체증을 피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중원계곡은 자연휴식지로 지정돼 양평주민 외에는 부녀회에서 이용료를 받는다.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는 무료.
찾아가는 길 국철 회기역에서 용문행 용산발 전철중앙선이 평일·토요일 05:13~23:36 약 30분 간격 운행. 일요일·휴일은 05:33, 이후 06:18~22:54 약 30분 간격 운행. 정류장 17개소, 약 57㎞, 1시간10분. 요금 1,800원(카드 1,700원).
서울 청량리에서 양평을 거쳐 용문으로 1일 9회(07:00~23:00) 운행하는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40분이면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귀경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요금은 편도 3,500원으로 조금 비싼 편.
중원계곡 노선버스는 용문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용문시외버스터미널(031-773-3100)에서 금강운수 시내버스가 출발한다. 07:15, 09:10, 11:00, 12:30, 14:10, 17:00, 18:30. 약 15분, 1,100원. 용문역 앞에서 중원 계곡 입구까지 택시 요금은 약 1만3,000원. 용문택시부 031-773-4608.
자가용 차량은 수도권에서는 양평을 거쳐 접근한다. 양평→6번국도 홍천 방향 약 20㎞→마룡 나들목→용문산 국민관광지 안내도 바라보며 북쪽 331번 지방도로로 진입→약 2㎞→덕촌교 건너 덕촌삼거리에서 우회전→4번군도 따라 약 6㎞→중원계곡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