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심 총장과의 환담에서 “군 복무 중에 순직한 분들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진정한 영웅”이라며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원인을 제대로, 그리고 신속하게 규명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강한 국방력 속에 해군도 상당히 중요한 한 축이다. 그냥 한 축 정도가 아니라 갈수록 육군 못지 않게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며 해군을 육군에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심 총장은 해군사관학교 39기다. 임기를 석 달 남겨놓고 지난달 사퇴한 엄현성 전 총장(해사 35기)과 4기수 차이가 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9월 임명된 엄 전 총장의 임기는 9월까지였다. 전시를 제외하고 육ㆍ해ㆍ공군을 망라해 4기수나 차이나는 참모총장 인사는 창군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심 총장은 두 번째 수치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장으로 승진했고, 이날 대장이 됐다. 그 사이 계급장에 달린 ‘별’은 9달 만에 2개에서 4개가 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파격 인사는 국방개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군에서 기수를 뛰어넘는 인사가 단행되면서 육군과 공군 인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해군 관계자는 “지난해 해군 장성승진 과정에서 38기 4명 가운데 대상에 올랐던 소장 2명 중 한 명은 비리 전력으로, 한 명은 다른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됐다”며 “결과적으로 대장 승진 대상자가 39기까지 내려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엄 전 총장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육사 39기), 이왕근 공군참모총장(공사 31기)보다 2기수가 높았다. 군 내 서열 1위인 정경두 합참의장(공사 30기)보다도 1년 위였다. 그러나 심 총장의 임명으로 이제 육군과 공군총장의 기수가 2년 높아졌다.
해군에는 35기 엄 전 총장 외에도 36기 1명, 37기 2명, 38기 4명 등 심 총장의 선배 기수 8명과 39기 동기 2명이 있다. 향후 일차적 인사 대상이다. 해군보다 총장 기수가 높아진 육군과 공군 역시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는 현재 ‘국방개혁 2.0’에 대한 대통령 보고를 앞두고 있다. 개혁안에는 430여명에 달하는 군 장성을 75명 가량 줄이는 과제가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특히 취임 전부터 군의 75%를 차지하는 육군에 대한 대대적 개혁에 나설 뜻을 밝혀왔다. 해군 출신의 송영무 국방장관에 이어 공군 출신의 정경두 합참의장을 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은 이날 보고식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특히 기무사령부가 작성해 논란을 빚고 있는 ‘계엄문건’은 육군에 대한 개혁 압박을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독립 수사팀 운영”을 특별지시한 배경에는 육사 출신 중심의 기무사가 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전 합참의장을 배제하려 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방부 산하 기무사 개혁위원장을 맡은 장영달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무사에 대해 국민 불신이 심해 개혁을 할지, 아니면 해체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지를 따져야 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방위사업청처럼 국방부 외청인 국군정보처(가칭)로 독립시키는 방법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