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국내 식재료를 창의적인 프렌치 요리로

산야초 2018. 8. 5. 23:06

[여성 셰프의 레스토랑 1]국내 식재료를 창의적인 프렌치 요리로

'더 그린테이블' 김은희 셰프

2018-03-13 18:11

취재 : 강부연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미디어에서 보이는 성공한 요리사는 대개 남성적 이미지다. <여성조선>은 매달 ‘셰프=남성’이라는 편견 속에서도 오직 요리 실력 하나만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여성 셰프들의 요리 철학과 음식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그 첫 번째는 우리나라 식재료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더 그린테이블’의 김은희 셰프다.

촬영협조 더 그린테이블(02-591-2672, www.thegreentable.co.kr)        

레스토랑을 연 지 9년째라고요.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레스토랑을 시작하면서 5년 정도는 매일 울고 걱정하느라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 것 같아요. 그런데 벌써 9년이라니 새삼 놀랍네요. 요리사가 되자고 결심한 계기는 작은 접촉 사고 때문이었어요. 어릴 때는 남들처럼 하고 싶은 일은 나중에 하면 된다고 미루고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거든요. 다만 초등학생 때부터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고, 명절 요리를 하거나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면 도와드리곤 했는데 그게 좋았어요. 막연히 요리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못 했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었죠. 대학 전공도 다른 쪽이었고, 직업도 요리와는 관계없는 분야였어요. 더 나은 삶(하고 싶은 일을 하는)을 살고 싶은 의지가 작용한 것인지 작은 교통사고가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만약에 오늘 내가 죽었다면 어땠을까? 오늘까지 내 삶이 만족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두려워서 계속 핑계 대던 일도 죽으면 그만인데, 뭘 그렇게 재고 살았나.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요리사가 되어 평생 요리를 하다가 죽으면 행복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후에는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따랐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저를 본 친구는 그때 제가 미친 사람 같았다고 하더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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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에 있던 레스토랑을 청담동으로 이전했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2009년 서래마을에 ‘더 그린테이블’을 오픈하고 약 7년 동안 운영하다 2016년 10월에 청담동으로 옮겼습니다. 레스토랑 위치가 달라진데다 찾아오는 고객들도 달라져서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방배동 ‘더 그린테이블’은 언니들과 함께 시작했었는데 레스토랑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인테리어를 비롯한 레스토랑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제 취향을 많이 반영하지 못했어요. 청담동은 인테리어부터 테이블웨어, 벽에 걸린 그림 한 점까지 제 취향을 담았죠.

식재료 공부나 레시피 개발을 위해 따로 시간을 투자하시나요. 거의 하루 종일 음식과 레스토랑 생각만 하는데요. 식재료는 재래시장이나 백화점 등을 돌아다니며 관심 가는 재료가 보이면 사다 요리를 하며 연구하고 레시피도 개발해요. 인터넷을 뒤지기도 하고 외국 요리책이나 우리나라 사찰 요리책 등을 보면서 영감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레시피도 비슷한데, 이전에 배운 것과 책에서 연구한 것 또는 식재료를 접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느낌 등을 요리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머릿속에 그리던 맛을 제대로 음식으로 표현했을 때 만족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단점이라면 재료 상태에 따라 레시피가 바뀌는 일이 많다 보니 그때마다 직원들에게 일일이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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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식재료를 이용해 프렌치 요리를 내는데요. 프랑스 사람이 ‘더 그린테이블’ 요리를 맛보고 평가한 적도 있나요. 신기해하더라고요. 프랑스인이 만드는 한식 같은 느낌이잖아요. 프랑스 요리사가 프랑스 식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것과는 다르지만 이건 프랑스 요리가 맞아 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원칙은 꼭 지키고 싶거든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오면 한식을 많이 찾기 때문에 외국인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오래 머물면 한식이 먹고 싶은 것처럼 외국 사람들도 저희 레스토랑에 와서 한국 식재료로 만든 프랑스 요리를 맛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셰프 분투기>라는 책을 읽었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여성이 셰프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고 체념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고 제가 선택한 삶이니까 더 열심히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매 순간 최상의 선택을 집중해서 하자! 그리고 더욱 정신 차리자’고요.

요리 외에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프랑스어와 영어 공부, 도자기와 전통주, 와인과 재즈와 보사노바 그리고 저에 대한 관찰을 하고 있습니다. 2년 전쯤 요가와 명상을 접하고 어릴 적부터 조금씩 공부하던 불교를 다시 공부하고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더딥니다. 가톨릭 신자가 되고 성경과 역사 공부를 하다 보니 궁금한 것이 확대되어 불교에 관한 책도 읽고 있어요. 요리도 요리지만 제 인생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일이 워낙 많아 실천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 맹점이지만요.

자신만의 요리 철학이 있다면요. ‘지키고 꾸준히 변화하자’예요. 클래식한 조리법과 스스로 익힌 요리 노하우를 버무려 발전하고 변화하는 요리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하고 또 깨닫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지금은 직원들과 한 팀이 돼서 저의 음식 철학으로 ‘더 그린테이블’을 찾는 분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다들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꿈은 곧 실현될 것 같아요. 노후에는 음식이 맛있어서 찾아오는 부티크 호텔에서 일하고 싶어요. 스트레스 받는 일상에서 벗어나 맛있는 걸 먹고 숙면을 취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해요. 그런 부티크 호텔을 만들기 위해 제 브랜드를 더욱 열심히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성조선> 독자들에게 어떤 레시피를 소개해주실 건가요. 비트와 검은보리로 만든 리소토, 건강하면서 부드러운 맛의 렌틸콩수프, 식감이 부드러운 전복구이에 싱그러운 봄나물과 채소샐러드를 곁들여보았습니다. 만들기도 어렵지 않고 맛과 영양은 물론 봄의 컬러까지 담았으니 가정에서도 한 번쯤 만들어보세요.
 
 
 
비트리소토 2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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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비트 1개, 양파 ½개, 마늘 1쪽, 치킨 스톡 2½컵, 검은보리(또는 찰보리)·파르메산 치즈가루 ½컵씩, 버터 약 2큰술, 식용유·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비트는 ½등분해 반은 포일로 감싸 175℃도 예열한 오븐에 45~50분간 익힌다. 오븐이 없다면 끓는 물에 넣어 15~20분간 익힌 후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잘 들어가면 꺼낸다. 2 익힌 비트는 식혀 껍질을 벗긴 뒤 큼직하게 자르고, 남은 비트는 껍질을 벗기고 3㎝ 길이로 채 썬다. 3 양파도 3㎝ 길이로 채 썬다. 4 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채 썬 비트를 넣어 5분간 볶는다. 여기에 양파를 넣고 3분 정도 양파가 투명해지도록 볶는다. 5 ④에 검은보리를 넣고 중간 불에서 식용유를 조금씩 넣어가며 바닥에 보리가 달라붙는 느낌이 날 때까지 3분 정도 타지 않게 볶는다. 6 ⑤에 치킨 스톡을 분량의 ⅓가량 붓고 끓이다 중간에 나머지 치킨 스톡을 넣어가며 주걱으로 저어가며 익힌다. 검은보리가 익으면 버터를 넣어 농도를 맞춘 후 파르메산 치즈가루를 부어 잘 섞는다. 접시에 담고 구운 비트를 올려 먹는다.
 
 

렌틸콩수프 4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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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그린 렌틸콩 80g, 양파 ¼개, 당근 ⅛개, 치킨 스톡 500㎖, 우유·생크림 1컵씩, 버터 약 1큰술, 식용유·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월계수 잎 1장, 타임 2줄기

만드는 법 1 그린 렌틸콩은 미지근한 물에 담가 1시간 정도 불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양파와 당근은 작게 깍둑 썬다. 냄비를 달궈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양파를 넣어 투명해지도록 볶다가 당근을 넣고 5분 정도 볶는다. 3 ②에 그린 렌틸콩을 넣고 볶다가 버터를 넣어 3분 정도 볶는다. 4 ③에 치킨 스톡, 우유, 생크림을 넣고 월계수 잎과 타임을 넣어 한소끔 끓으면 중약불로 줄이고 15~20분간 끓인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5 ④의 월계수 잎과 타임을 건져내고 믹서에 부어 곱게 간다. 이때 수프 농도가 되직하면 치킨 스톡을 조금 더 넣고, 묽으면 먹기 전에 조금 더 끓여 농도를 맞춘다.
 
 

전복구이와 나물허브샐러드 2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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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전복 4~6개, 콜라비 ¼개, 나물·샐러드 채소 적당량씩

드레싱 올리브 오일 2큰술, 레드와인 식초 1큰술, 매실청 ½큰술, 다진 양파 1작은술 , 디종 머스터드 ½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전복은 스푼을 이용해 껍데기를 떼고 내장을 제거한다. 고기 망치로 전복 가운데 부분을 두드려 부드럽게 한 후 5㎜ 간격으로 칼집을 넣는다. 2 콜라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평소 좋아하는 나물이나 채소 잎을 씻어서 물기를 빼고 먹기 좋게 손으로 뜯어 냉장고에 차게 넣어둔다. 4 볼에 레드와인 식초, 다진 양파, 디종 머스터드를 넣고 섞은 다음 올리브 오일을 조금씩 넣어가며 위스크로 젓는다. 매실청을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이때 기호에 따라 설탕을 약간 첨가해도 좋다. 5 팬을 달궈 칼집을 넣은 전복을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살짝 뿌려 앞뒤로 1분 정도씩 굽는다. 전복은 살짝만 익혀야 식감이 부드럽다. 콜라비는 기호에 따라 생으로 먹거나 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구우면 더 달큼하다. 6 볼에 준비한 나물과 샐러드를 담고 드레싱을 넣어 고루 버무린다. 7 접시에 전복, 콜라비, 샐러드를 담아낸다.
 
  

김은희 셰프

미국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의 AOS(21개월 전문 과정)를 졸업하고 ‘블레이’ ‘크루’ ‘파크 애버뉴 카페’ 등 뉴욕의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쌓았다. 2009년 가을 프렌치 레스토랑 ‘더 그린테이블’을 오픈하고 오너 셰프로 열정을 다해 레스토랑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