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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얼음골|금수산에서 더위 씻고, 얼리고, 쓸어내자!

산야초 2018. 8. 26. 22:41

[한국의 얼음골|<3> 제천 금수산 얼음골 르포] 금수산에서 더위 씻고, 얼리고, 쓸어내자!

입력 : 2018.08.06 10:02 [586호] 20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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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강구곡 산행 후 얼음골 체험… 하산 길에는 용담폭포까지 있어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8월 중순까지 한 달 넘게 폭염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올해 장마기간은 불과 16일로 지난 1973년 단 6일 동안의 장마 이후 45년 만에 가장 짧은 장마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온열환자가 폭증하고 심지어 사망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서는 한낮의 무더위 시간대를 피하고 충분히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산행해야 한다. 또한 물을 구하기 어렵고 햇빛에 노출되는 능선산행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요컨대 폭염을 피해 산행해야 한다. 피서산행이다. 아니, 피서避暑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뛰어넘어서 냉기를 찾아가야 한다. 얼음골 산행이다. 이것이 가능한 곳이 바로 충북 제천에 위치한 금수산이다. 산림청 100대 명산인 금수산 안에는 국립수목원이 선정한 25개 풍혈 중 하나인 한양지 얼음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양지 얼음골로 오르는 길은 월간<산>이 지난 달 공개한 한국의 구곡 102개 중 23번째 구곡인 능강구곡을 따라 오른다. 하산길에는 금수산의 제1경 용담폭포가 흘러내린다. 피서산행의 구색을 완벽히 갖췄다.

    금수산錦繡山(1,015.8m)은 원래 백운산으로 불렸다. 금수산 남쪽 산자락에 위치한 마을 이름이 백운동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조선 중기 단양 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李滉(1501~1570)이 단풍이 든 산의 모습을 보고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며 감탄한 뒤 산 이름을 금수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단양 소금정공원에서부터 뻗어 올라온 금수지맥이 금수산 암봉을 지나 제천시내로 가지만 금수산 정상은 금수지맥에 속하지 않는다. 지맥 주능선에는 작성산(848m), 남근석으로 유명한 동산(896.2m), 말목산 등 700~800m 높이의 산들이 북쪽의 제천 시내까지 이어져 갑산지맥과 만난다.

    산행은 능강교에서 시작해 능강계곡을 거슬러 올라 얼음골에 도착한 뒤, 얼음골재에서 망덕봉 능선을 타고 지능선을 따라 상천리 백운동 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능강계곡 상류는 물이 맑고 시원하며 탁족을 즐길 만한 곳이 많다.
    능강계곡 상류는 물이 맑고 시원하며 탁족을 즐길 만한 곳이 많다.

    능강교 주변에 1~6곡 몰려 있어

    산행 들머리는 ES리조트 콘도 맞은편에 위치한 능강교다. 네이버 지도상에 능강교는 정확히 위치가 표기되지만 능강계곡이 두 개, 얼음골도 한양지와 안양지 두 개가 검색된다. 남쪽에 위치한 안양지 얼음골과 능강계곡은 잘못이다. 망덕봉 북동쪽 골짜기가 실제 한양지 얼음골이며, 여기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계곡이 실제 능강구곡이다.

    능강교는 청풍호자드락길 2코스와 3코스가 만나는 기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2코스 이정표를 따라가면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정방사로 이어지는 길이며 3코스가 능강구곡을 따라 오르는 얼음골생태길이다.

    능강구곡의 설정 시점과 설정자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1760년대에 편찬된 <여지도서輿地圖書> 청풍부에 능강동凌江洞의 못과 폭포, 암벽에 대해 묘사한 기록이 남아 있어 조선 후기 이전부터 경승지로 이름이 났음을 알 수 있다.

    능강구곡에 대한 최초의 기록도 정확하지 않다. 1797년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풍부읍지淸風府邑誌>에 능강구곡의 1곡부터 9곡의 이름이 열거돼 있지만 정확한 연대는 미상이다. 

    조선 후기인 19세기 청풍부사를 역임한 이계원이 제2곡 몽유담을 두고 “몽유담은 꿈속을 보는 것 같다”고 감탄한 기록과, 일제강점기 때 편찬된 <조선환여승람朝鮮寰輿勝覽>에서 능강계곡을 제천의 명소로 소개하며 구곡의 이름을 나열하고 전체 길이가 총 7리(2.8km)에 달한다고 서술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조선 말기에는 구곡이 구체화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능강교 아래 관주폭이 이룬 못이 수량이 많아 흘러넘치고 있다.
    능강교 아래 관주폭이 이룬 못이 수량이 많아 흘러넘치고 있다.

    섣불리 이정표를 따라가기 전에 잠시 능강교 아래쪽으로 내려가 계곡 하류 방면으로 나아가면 능강구곡 1~3곡인 쌍벽담雙璧潭(두 절벽이 있는 연못), 몽유담夢遊潭(꿈에 노니는 연못), 와운폭臥雲瀑(구름이 누워서 흘러가는 듯한 폭포)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쌍벽담 너머로 청풍호로 유입되는 계곡 끝이 보일 정도로 하류다.

    제천시청 이순여 문화관광해설사는 “원래 1~3곡은 상류에 설정된 구곡이었는데 충주댐 건설 후 지역이 수몰돼 지금처럼 하류에 위치하게 됐다”며 “청풍호의 수위가 올라가면 보이지 않고 갈수기에만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풍호는 1978년 착공해 1985년 완공된 충주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내륙호수다. 충주댐은 수도권지역의 용수난을 해소하고 한강의 수위를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청풍호는 주변 산세와 잘 어울려 호반 관광지로 유명세를 떨쳐 상호이득을 올리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능강구곡은 예외다. 청풍호로 인해 능강구곡의 1~6곡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충주댐으로 인해 1~4곡은 주기적으로 수몰되고, 제5곡인 용주폭도 1984년 건설된 능강교로 본래의 모습을 상실했다. 능강교 상류에 위치한 금병대 역시 본래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으나 반석이 소실됐다. 문명의 부작용이다. 약간의 손상에도 불구하고 1~6곡의 자태는 여전히 아름다워 아쉬움을 달래준다.

    다시 차도로 올라와 2분 정도 올라가면 능강교 바로 아래부터 4~6곡인 관주폭貫珠瀑(진주 물방울이 흐르는 것 같은 폭포), 용주폭龍珠瀑(구슬이 절구 방아를 찧는 듯한  폭포수), 금병대錦屛臺(병풍으로 두른 듯한 자연대석)가 연달아 나타난다. 차도와 계곡의 거리가 있어 작년에 설치한 작은 대리석으로 된 표지석을 잘 찾아야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관주폭은 구곡 중에 제일 넓은 데다 능강교주차장 바로 아래에 있어 피서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용주폭이나 금병대는 유량이 많지 않거나 물살이 세지 않으면 건너볼 수도 있다.

    관봉스님이 쌓은 각양각색의 돌탑들.
    관봉스님이 쌓은 각양각색의 돌탑들.

    조선 선비처럼 구곡을 거닐다

    6곡인 금병대까지 돌아본 후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얼음골생태길 이정표를 따라 다리를 건너면 금세 울창한 수림에 둘러싸인 계곡길이다. 맑은 능강천이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며 계곡 양편의 단애와 우거진 숲이 절경을 이룬다. 5분쯤 나아가면 7곡인 연자탑燕子塔(제비가 날아갈 듯한 형상의 기암)이 빽빽한 나무 사이로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연자탑 바로 옆 족두리바위는 한 기생이 이 바위에서 일본장수와 칼춤을 추다가 떨어져 소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어 ‘기생바위’로도 불린다. 이로 인해 연자탑 바로 밑에 위치한 수경소를 ‘기생소’라 부르기도 한다. 잎이 떨어진 겨울이 아니면 전체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연자탑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길이 넓어지면서 민가 한 채가 나오며,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돌탑들이 길을 따라 줄 지어 서 있는 기이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돌탑을 만든 이는 근처 금수암에서 수행한 관봉스님이다. 3년에 걸쳐 등산객의 안녕과 통일에 대한 열망을 담아 쌓았다고 한다. 이 해설사는 “사실은 ‘굴러다니는 돌들을 정비하면서 쌓다 보니 돌탑이 쌓였다’고도 한다”고 귀띔해 줬다.

    각양각색의 돌탑은 얼음골생태길의 명물이다. 그러나 정작 돌탑을 쌓은 관봉스님은 근처 대원사로 적을 옮겼다. 이 해설사는 “원래 수행하던 금수암이 무허가 건물로 판별돼 헐렸기 때문”이라고 하며 “지금은 돌탑 옆 민가에 거주하는 한 부부가 스님의 유지를 이어 받아 돌탑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뒷맛이 씁쓸하다.

    다음 8곡을 만나기 위해서는 제법 걸어야 한다. 8곡인 만당암은 능강교에서부터 1.7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만당암으로 가는 길 주변 곳곳에 너른 공터가 있다. 화전민 터다. 상류로 갈수록 이러한 집터들이 더 빈번히 발견된다. 돌로 쌓은 제방도 보이고 제법 평평한 지대를 형성하고 있어 나무 벤치를 설치해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1960년대 화전민 정리기간 이전에 총 26세대가 돌담 집과 통나무집을 짓고 거주했다고 합니다. 화전민들은 통나무를 베어 사각형으로 포개어 얹고 억새풀과 갈대로 지붕을 이어 하루 만에 통나무집을 지었다고 해요. 지금도 남아 있는 돌담은 화전민들이 쌓은 석축입니다. 화전민들이 일군 밭은 소출이 많지 않아서 주로 숯을 구워 팔거나 장작을 패 청풍장과 수산장에 내다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해요.”

    울창한 신갈나무와 졸참나무 숲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아찔할 정도로 세찬 물살 위로 놓인 통나무를 엮은 다리를 건너며 숲길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제8곡 만당암晩塘岩(수십 명이 너럭바위에 앉아서 시를 지었다는 명소)이다. 너른 바위 어딘가에 ‘만당晩塘’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만당암에서 50m쯤 위로 가면 ‘얼음골 와불臥佛’이 나타난다. 마치 부처가 상류 쪽에 머리를 두고 옆으로 누워 있는 모습의 5m 길이 바위다. 정작 탐방객들은 이를 모르고 와불 위에 앉아 탁족을 즐긴다고 한다.

    마지막 9곡 취적대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원래 계곡을 따라 오르는 1.1km 코스가 너무 짧고 고저변화가 없어 산행에 재미가 없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북쪽 신선봉 산자락을 살짝 걸쳐 오르는 1.5km 코스를 신설했다고 한다. 취향에 따라 골라 걸으면 된다.

    쪽동백, 일본잎갈나무와 낙엽송 군락 사이로 부는 골바람이 시원하다. 여기서부터 폭신폭신했던 숲길이 너덜길로 바뀐다. 흘러내리는 시원한 계곡 소리 위로 매미소리가 3도 화음을 쌓고 곤줄박이, 뻐꾸기, 종달새들이 합창으로 5도 화음을 쌓는다. 생명으로 들끓는 아름다운 너덜길이다. 능강계곡은 구곡으로 설정되지 않은 곳도 저마다 빼어난 형상으로 흐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상천리 방면 하산길은 경사가 매우 급해 아찔할 정도다.
    상천리 방면 하산길은 경사가 매우 급해 아찔할 정도다.

    제9곡인 취적대로 가기 직전에 나오는 넓은 못이 취적담이며, 이곳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취적폭포다. 여기서 50m쯤 더 올라 길 오른편 계곡 위쪽에 위치한 넓적한 바위가 취적대翠滴臺(푸른 비취색의 물방울이 떨어지는 넓적한 바위)다. 취적대부터 취적담에 이르는 풍광은 기암괴석과 계곡, 폭포가 어우러져 능강구곡의 으뜸 절경으로 꼽힌다.

    취적대를 지나 얼음골로 가는 길은 오지 계곡을 탐사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험한 너덜길이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지만 길이 험하고 꾸준한 오르막이라 제법 빠듯하다. 하지만 굴참나무 등 참나무 군락이 햇빛을 가려주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계곡 갈림길까지 2.3km를 더 나아가면 얼음골 방향으로 설치된 큰 출렁다리가 나온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신선봉 쪽으로 나아가면 학현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연결돼 신선봉을 오를 수 있지만 등산로는 매우 희미한 편이다. 계곡을 버리고 출렁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금수산 8부 능선 골짜기로 오른다. 골짜기에 접어들자마자 냉기 섞인 바람이 골짜기 위에서부터 불어 내려와 땀을 식힌다. 오르는 길 전체가 너덜이지만 등산로는 잘 다져져 있어 위험은 적은 편이다.

    얼음골 냉풍은 추울 정도

    300m쯤 오르면 큰 데크와 함께 사면 전체가 너덜로 이루어진 한양지寒陽地 얼음골이다. 여름에도 얼음이 얼 정도로 추워 찰 한寒자가 붙은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처음 한양지가 언급된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지형도에는 한양지漢陽地로 기록돼 있다. 이후 <제천군지>, <한국지명총람>에서 계속 한나라 한漢자로 언급된다. 본래 한나라 한자를 쓰지만 얼음골의 지리적 특징이 반영돼 어느 순간 명칭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얼음골 너덜 위에 올라서면 발목 주변에 시린 한기가 느껴진다. 옹달샘의 물은 차갑다 못해 시리다. 취재 당일에는 장마가 끝난 무렵이라 아직 날이 무덥지 않아 얼음은 찾기 어려웠으나 풍혈 바람체험을 위해 조성해 놓은 나무 등걸에 앉자 강한 냉풍이 온몸을 휘감아 추울 정도였다. 이 해설사는 “얼음골의 얼음은 더위가 한창 왕성한 중복과 말복에 가장 잘 볼 수 있다”고 했다.

    얼음골 풍혈 체험장.  걸터앉은 나무등걸 밑에서 냉풍이 휘몰아쳐 올라온다.
    얼음골 풍혈 체험장. 걸터앉은 나무등걸 밑에서 냉풍이 휘몰아쳐 올라온다.

    “얼음골에서 나는 얼음을 먹으면 위장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옛날 조상들은 농번기가 끝나면 솥단지를 이고 여기까지 올라와서 백숙을 해먹고 얼음을 캐다가 냉면도 해먹었다고 합니다.”

    씁쓸하게도 얼음골의 환경은 다소 훼손된 모습이었다. 원래 얼음골은 골짜기 전체가 너덜이었는데 풀이 점점 얼음골 안쪽으로 침범해 오고 있어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또한, 시에서 세운 안내판에 얼음골 체험은 5인 1조로 해야 한다고 적혀 있음에도 인터넷에 떠도는 금수산 얼음골 체험 사진들을 보면 수십 명이 동시에 올라간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 해설사는 “너덜지형이라 풍혈 체험을 한다고 해서 환경이 크게 훼손되진 않는다”며 “다만 얼음을 캔다고 돌을 잔뜩 뒤집어 놓고 다시 정돈해 놓지 않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성숙한 관광의식이 촉구되는 상황이다.

    이제 얼음골 바로 옆에 서 있는 망덕봉 이정표를 따른다. 얼음골재로 오르는 가파른 된비알이다. 30분 정도 빠듯하게 오르면 얼음골재에 오를 수 있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금수산 정상으로 가는 주능선이며, 우회전하면 망덕봉(926m)이다. 우회전해 능선을 따라 나아가다보면 망덕봉을 100m 앞둔 곳에 상천리주차장 방면 하산 기점이 나온다. 망덕봉에 오르면 정상석이 놓여 있으나 떡갈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조망은 없다.

    “망덕봉이 조망은 없지만 산악회 분들이 자주 찾아와요.

    여기서 서쪽으로 이어진 능선이 마치 설악산의 용아장성과 모습이 흡사하다고 해서 소용아릉이라 불리는데 조망이 좋고 산행 난이도가 매우 높은 암릉 구간이어서 인기가 좋거든요.”

     망덕봉에서 소용아릉으로 가는 길은 산행금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동아등산지도에는 더 많은 등산로가 나오지만 이정표를 설치한 곳 외에 등산로는 전부 산행금지 플래카드로 막혀 있다.

    암릉구간 옆 지능선에 솟아 있는 독수리바위.
    암릉구간 옆 지능선에 솟아 있는 독수리바위.
    금수산 등산지도

    장쾌한 조망에 이어 용담폭포로 마무리

    다시 길을 되돌아와 상천리주차장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 길은 경사가 가파른 암릉 구간이라 난이도가 높다. 그러나 올해 새로이 데크 계단을 놓고 전망대를 설치해 아주 위험한 구간은 없다.

    지능선 중턱까지 내려가면 급작스럽게 조망이 훤하게 터진다. 바로 앞에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는 가은산 능선 옆으로 청풍호가 고요하게 반짝인다. 왼쪽 뒤로는 금수산 정상이 보이고, 오른쪽에 소용아릉이 기괴한 모양으로 굽이친다. 청풍호 너머 멀리에는 월악산 영봉이 칼날처럼 날카로이 솟아 있다. 장쾌한 전망이다.

    청풍호로 다가가는 길 위엔 이름처럼 바람이 가득하다. <삼국사기지리지>에 따르면 청풍의 옛 이름 ‘사열이沙熱伊’는 상쾌한 바람이란 뜻의 순우리말인 ‘사여리’를 한자음을 빌어쓴 신라의 향찰 표기다. 이것을 다시 한자로 바꿔 청풍淸風이 됐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 걸음씩 내딛는다. 독수리처럼 생긴 독수리바위를 지나면 왼편 금수산 자락의 계곡에서 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폭포와 세 개의 작은 못이 보인다. 위에서부터 상·중·하탕 3개로 나뉘는 선녀탕과 높이 30m의 용담폭포다.

    “옛날 주나라 왕이 세수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오라’ 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용담폭포였다고 해요. 또 금수산을 지키는 청룡이 살았는데 주나라 신하가 금수산이 명산임을 알고 꼭대기에 묘를 쓰자 크게 노해 승천했는데, 이때 남은 발자국이 선녀탕이라고도 합니다.”

    선녀탕의 상탕과 중탕은 계곡을 따라 접근할 수 있지만  안전상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용담폭포는 바로 아래까지 접근할 수 있는데 용담폭포를 맞으면 피부병과 위장병에 좋다고 해 예부터 칠월칠석이 되면 폭포 아래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용담폭포를 지나치면 바로 상천리 백운동마을이 나온다. 계곡과 얼음, 호반의 시원한 절경과 경쾌한 폭포에 이르기까지 더위가 끼어들 틈이 없다.

    제천 금수산

    산행 길잡이

    금수산에는 총 3개의 들머리가 있다.

    첫 번째는 능강교에서 얼음골을 통해 오르는 코스, 두 번째는 제천 상천리 백운동마을에서 오르는 코스, 세 번째는 단양 적성면 상리 상학마을에서 오르는 코스다.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고, 금수산 정상을 빨리 오르고 싶다면 북단양IC에서 접근이 용이한 상학마을 코스가 가장 적합하다. 이 코스는 정상까지 오르는 가장 짧은 등산로지만 단조로운 능선길이 전부라는 단점이 있다.

    금수산을 오롯이 즐기는 코스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상천리 백운동 원점회귀 코스다. 상천리주차장이 구비돼 있어 차를 대기 편하며, 용담폭포를 사이에 두고 망덕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금수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뉘어 있어 원점회귀지만 다른 길을 통해 오르고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천리와 상학을 잇는 종주산행은 금수산을 가장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코스지만 양쪽을 잇는 도로가 매우 멀며, 상천리와 상학마을 모두 대중교통편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능강교에서 오르는 능강구곡 코스는 걷기길에 가깝기 때문에 계곡산행이 주안점이 아니라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정규 탐방로를 이용한다면 기점마다 이정표가 있고 등산로가 뚜렷해 길 찾기 쉽다. 산행 금지된 등산로들은 설치된 로프 등이 노후해 위험하다.

    교통

    제천시내에서 상천리까지 버스가 제천시 금용아파트 앞에서 05:40, 12:20, 16:20에 출발한다. 휴일에는 06:40에 추가 배차된다. 상천리 초경동이 종점이다. 상천리에서 제천으로 나가는 버스는 07:00, 13:40, 17:40에 있다. 제천시내와 상천리 백운동마을 간에 택시비는 3만5,000~4만 원 선이다.

    숙식(지역번호 043)

    상천리 백운동 입구 상천휴게소(651-3735)는 송이버섯 등 특산물 판매와 단체 식사도 가능하고 민박도 알선해 준다. 주차장 요금(1일 3,000원)을 받는다.

    금수산손두부(651-6234)는 푸짐한 양에 시판되는 두부와 차별화된 고소함을 자랑한다. 주차장 옆 백운동교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카페 에서 금수산 정상 사진을 인증하면 아이스 아메리 카노 한 잔을 반값(2,000원)에 할인해 준다.

    서현우 기자

    서현우 기자 blackhouse@chosun.com

    언론·사회학을 전공하고 갓 입사한 초보기자로서 산과 직간접 관련한 세상 모든 행위에 관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