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8.17 06:00
해발 2400m의 산중에 올라앉은 잉카 시대의 마을
인간의 흔적인지, 신의 손길인지…신비한 공중도시
인간의 흔적인지, 신의 손길인지…신비한 공중도시

해발 2400m의 산중에 아스라이 올라앉은 잉카 시대의 마을. 마추픽추는 1911년 미국 탐험가이자 예일대 고고학자인 하이럼 빙엄이 존재의 포문을 열었다고 한다.
“오늘은 갈 수 있나요?” 숙소 주인은 아침마다 같은 질문을 하던 내게, 자신도 알 수 없다며 빙긋이 웃었다. 그때마다 실망의 한숨을 쉬면 그래도 한 번 더 알아보고 오겠노라 던 사내는 나보다 훨씬 점잖고 어른스러웠다. 그 때문에 그가 출발 일을 일러주기만 기다리는 학생처럼 얌전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내 상상의 어디쯤에서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던 신비의 도시 마추픽추로 향하기 위해 꾸스꼬(Cusco)에서 일주일을 넘게 기다렸다.
하지만 페루 대부분 도시에서 파업이 이어졌고 마추픽추로 향하는 기차 역시 언제 파업이 중단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 때문에 몇몇 여행자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자주 겪게 되는 이변이지만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숨을 쉬며 서성거리던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 낡은 자동차로 1박 2일, 마추픽추로 가는 길
“꼭 기차를 타고 갈 필요는 없잖아? 어때 같이 가볼까?” 곁을 서성이던 일본 여행자였다. 언제 파업이 풀릴지 모르니 힘들더라도 사설 차를 섭외해보자는 거였다. 희망이 없던 까만 밤에 잠시 커다랗게 별이 빛났던 것도 같고 주인이 부추기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천국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너는 포기할 거야?”라는 말 때문인지도 모르고, 그냥 오기가 생겨서 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갈 수 있는 천국이 있다면 그곳이 아니겠나?
“오늘은 갈 수 있나요?” 숙소 주인은 아침마다 같은 질문을 하던 내게, 자신도 알 수 없다며 빙긋이 웃었다. 그때마다 실망의 한숨을 쉬면 그래도 한 번 더 알아보고 오겠노라 던 사내는 나보다 훨씬 점잖고 어른스러웠다. 그 때문에 그가 출발 일을 일러주기만 기다리는 학생처럼 얌전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내 상상의 어디쯤에서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던 신비의 도시 마추픽추로 향하기 위해 꾸스꼬(Cusco)에서 일주일을 넘게 기다렸다.
하지만 페루 대부분 도시에서 파업이 이어졌고 마추픽추로 향하는 기차 역시 언제 파업이 중단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 때문에 몇몇 여행자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자주 겪게 되는 이변이지만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숨을 쉬며 서성거리던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 낡은 자동차로 1박 2일, 마추픽추로 가는 길
“꼭 기차를 타고 갈 필요는 없잖아? 어때 같이 가볼까?” 곁을 서성이던 일본 여행자였다. 언제 파업이 풀릴지 모르니 힘들더라도 사설 차를 섭외해보자는 거였다. 희망이 없던 까만 밤에 잠시 커다랗게 별이 빛났던 것도 같고 주인이 부추기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천국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너는 포기할 거야?”라는 말 때문인지도 모르고, 그냥 오기가 생겨서 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갈 수 있는 천국이 있다면 그곳이 아니겠나?

스페인 군대를 피하기 위한 피난처 또는 대항하기 위한 훈련을 하는 군사 요새였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자연재해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도시라는 등 많은 학설이 있지만, 그곳은 누군가에게 천국이었을 것이다. 평화롭기 위해 경쟁에서 멀어지기 위해, 높고 은밀한 곳으로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하늘과 맞닿은 곳으로.
낡은 자동차에 착한 운전사를 포함해 다섯 명이 타고 가는 1박 2일의 여정. 기차로는 1시간 30분 남짓이면 되지만 곳곳에 길이 끊겨 있었고, 해발 4000m가 넘는 거대한 산들을 넘어야 했다. 깊은 계곡을 아스라이 지나고, 산허리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동안 정작 힘든 것은 낡은 자동차였다.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을 위로 삼아 견디는 동안 공중의 도시는 분명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과 피곤함을 바꿔가며 흥분된 마음으로 달렸다.
확신을 가지고서 견디는 일은 힘들지 않다. 조금 급한 마음이 될 뿐이었다. “천국은 쉽지가 않지, 함부로 가까워지지 않지.” 몇 번을 그렇게 다짐하고 나서야 차는 멈췄다. 차가 멈춘 곳으로부터 다시 계곡을 끼고 철길을 따라 2시간을 더 걸어서 공중의 도시를 품고 있는 아구아 깔리엔떼(Aguas Caliente)에 도착했다.
뭔가 혹사를 당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먼 길을 돌아왔다는 억울함이 있었지만 너무나 반가웠다. 손바닥만 한 마을 뒤, 구름 속으로 솟은 거대한 산. 구름에 가려져 있지 않았더라도 불 수 없는 공중의 도시가 거기에 있다.
낡은 자동차에 착한 운전사를 포함해 다섯 명이 타고 가는 1박 2일의 여정. 기차로는 1시간 30분 남짓이면 되지만 곳곳에 길이 끊겨 있었고, 해발 4000m가 넘는 거대한 산들을 넘어야 했다. 깊은 계곡을 아스라이 지나고, 산허리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동안 정작 힘든 것은 낡은 자동차였다.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을 위로 삼아 견디는 동안 공중의 도시는 분명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과 피곤함을 바꿔가며 흥분된 마음으로 달렸다.
확신을 가지고서 견디는 일은 힘들지 않다. 조금 급한 마음이 될 뿐이었다. “천국은 쉽지가 않지, 함부로 가까워지지 않지.” 몇 번을 그렇게 다짐하고 나서야 차는 멈췄다. 차가 멈춘 곳으로부터 다시 계곡을 끼고 철길을 따라 2시간을 더 걸어서 공중의 도시를 품고 있는 아구아 깔리엔떼(Aguas Caliente)에 도착했다.
뭔가 혹사를 당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먼 길을 돌아왔다는 억울함이 있었지만 너무나 반가웠다. 손바닥만 한 마을 뒤, 구름 속으로 솟은 거대한 산. 구름에 가려져 있지 않았더라도 불 수 없는 공중의 도시가 거기에 있다.

◇ 완벽히 보존된 공중도시의 건물과 광장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첫차를 탔다.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천국의 길. 아침 안개인지 구름인지 자욱하게 시선을 가로막은 공기 사이로 마추픽추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을 달려와 가장 공기가 좋은 아침에 만나고 보니 거룩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추측들로만 이름 붙여진 건물이나 시설들, 그러나 광장들은 깨끗하고 거의 완벽하게 보존이 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숨어있던 공중의 도시는 건실하고 든든하게 인사한다. 입구에서 가까운 지역으로부터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신전지역(Temples Zone)을 걷는다. 아무도 살지 않는 낯선 골목을 걷는 마음이기도 하고 박물관의 어느 부분을 경험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작은 광장에 세 개의 창문이 남아 있는 무너진 건물과 우뚝 솟은 해시계가 놓여있었다. 분명 인간의 흔적이었으나, 신들의 손길이 아닐까 의심한다. 세 개의 창문으로 아침의 구름이 늦은 시간까지 커튼처럼 걸려 있다. 모든 것은 돌로 이루어져 있고 간혹 멀리 초가지붕들이 보인다.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첫차를 탔다.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천국의 길. 아침 안개인지 구름인지 자욱하게 시선을 가로막은 공기 사이로 마추픽추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을 달려와 가장 공기가 좋은 아침에 만나고 보니 거룩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추측들로만 이름 붙여진 건물이나 시설들, 그러나 광장들은 깨끗하고 거의 완벽하게 보존이 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숨어있던 공중의 도시는 건실하고 든든하게 인사한다. 입구에서 가까운 지역으로부터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신전지역(Temples Zone)을 걷는다. 아무도 살지 않는 낯선 골목을 걷는 마음이기도 하고 박물관의 어느 부분을 경험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작은 광장에 세 개의 창문이 남아 있는 무너진 건물과 우뚝 솟은 해시계가 놓여있었다. 분명 인간의 흔적이었으나, 신들의 손길이 아닐까 의심한다. 세 개의 창문으로 아침의 구름이 늦은 시간까지 커튼처럼 걸려 있다. 모든 것은 돌로 이루어져 있고 간혹 멀리 초가지붕들이 보인다.

신전지역 뒤편으로 돌계단을 따라 우뚝 솟은 지역 인티와타나(Intiwatana)는 마추픽추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동서남북의 방향을 완벽하게 나타내는 커다란 돌이 놓인 장소로 이 돌의 역할은 태양을 묶어 놓는 기둥이라고 한다. 그들이 신성시하던 태양이 궤적을 바꾸면 재앙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의 절반은 구름이고 나머지는 구름 아래 까마득히 펼쳐진 계곡들이다. 그 입체감과 거리감이 상당해서 다큐멘터리 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 하루 400명만 갈 수 있는 와이나픽추
마추픽추 곁에 우뚝 솟은 와이나픽추(Wayna Picchu)는 구름에 허리가 감겨 또 다른 공중의 성처럼 보인다. 와이나픽추에서 바라보는 환상적인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서둘러 인티와타나를 내려갔다. 하루에 400명 만 갈 수 있다는 제한에 이미 나는 흥미를 잃었다. 여기서 만이라도 경쟁에 합류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공중의 언덕에서 내가 도시에서 자주 바라보던 그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정작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곳이어서 천국은 하늘에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닐까? 오래도록 천국의 골목을 서성였다. 구름이 스치고 간혹 무지개가 계곡과 계곡 사이를 연결하다가 사라졌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니었다면 이곳은 그대로 누군가의 천국이 될 수도 있겠다.
이곳에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의 절반은 구름이고 나머지는 구름 아래 까마득히 펼쳐진 계곡들이다. 그 입체감과 거리감이 상당해서 다큐멘터리 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 하루 400명만 갈 수 있는 와이나픽추
마추픽추 곁에 우뚝 솟은 와이나픽추(Wayna Picchu)는 구름에 허리가 감겨 또 다른 공중의 성처럼 보인다. 와이나픽추에서 바라보는 환상적인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서둘러 인티와타나를 내려갔다. 하루에 400명 만 갈 수 있다는 제한에 이미 나는 흥미를 잃었다. 여기서 만이라도 경쟁에 합류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공중의 언덕에서 내가 도시에서 자주 바라보던 그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정작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곳이어서 천국은 하늘에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닐까? 오래도록 천국의 골목을 서성였다. 구름이 스치고 간혹 무지개가 계곡과 계곡 사이를 연결하다가 사라졌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니었다면 이곳은 그대로 누군가의 천국이 될 수도 있겠다.

그때 이 골목길을 걷던 잉카인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전해져 오는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활의 흔적뿐이다. 간혹 실체는 없고 이야기만 무성한 경우는 많지만, 이곳은 오롯이 공중 위에 지어진 실체만 존재한다. 그렇다면 여기는 정말 천사들이 살던 천국이었을까?
가끔 지치고 힘 들 때, 그날의 허공을 생각한다. 구름 속으로 몰려들던 사람들 대부분이 나처럼 그럴 거라 여긴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에게나 자신만의 천국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누군가에겐 이 공중의 도시기도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자신의 종교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래도 좋다. 그대의 힘든 어깨를 위로할 수 있는 현실 속의 천국이라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지 않겠나. 그렇다면 그런 곳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지 않겠나. 그대, 지금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대만의 천국을 하늘 아래 어딘가에 놓아두고 수시로 바라보자.
PS 공중의 도시로 가는 법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 아구아 깔리엔떼까지는 꾸스꼬에서 기차로 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페루 레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 및 예약할 수 있다. (https://www.perurail.com/) 꾸스꼬 근교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여행하면서 오얀타이탐보에서 기차를 타는 방법 또한 많은 사람이 택한다. 트래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2박 3일이나 3박 4일 등 다양한 종류의 트래킹을 통해 이루어지는 잉카 트레일을 경험할 수도 있겠다. 마추픽추 안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매표소에서 비싼 요금을 내고서라도 미리 해결해야 한다. 마추픽추를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와이나픽추와 몬타나는 하루 입장자 수가 제한적이며 개인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므로 사전에 예약 및 체력 등을 잘 고려하자.
가끔 지치고 힘 들 때, 그날의 허공을 생각한다. 구름 속으로 몰려들던 사람들 대부분이 나처럼 그럴 거라 여긴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에게나 자신만의 천국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누군가에겐 이 공중의 도시기도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자신의 종교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래도 좋다. 그대의 힘든 어깨를 위로할 수 있는 현실 속의 천국이라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지 않겠나. 그렇다면 그런 곳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지 않겠나. 그대, 지금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대만의 천국을 하늘 아래 어딘가에 놓아두고 수시로 바라보자.
PS 공중의 도시로 가는 법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 아구아 깔리엔떼까지는 꾸스꼬에서 기차로 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페루 레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 및 예약할 수 있다. (https://www.perurail.com/) 꾸스꼬 근교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여행하면서 오얀타이탐보에서 기차를 타는 방법 또한 많은 사람이 택한다. 트래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2박 3일이나 3박 4일 등 다양한 종류의 트래킹을 통해 이루어지는 잉카 트레일을 경험할 수도 있겠다. 마추픽추 안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매표소에서 비싼 요금을 내고서라도 미리 해결해야 한다. 마추픽추를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와이나픽추와 몬타나는 하루 입장자 수가 제한적이며 개인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므로 사전에 예약 및 체력 등을 잘 고려하자.

◆ 변종모는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였다가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다. 지금도 여행자이며 미래에도 여행자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은 떠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모두 여행자인 셈이므로. 배부르지 않아도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길 위에서 나누었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생각하며, 그날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짝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