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세계

"북핵, 내부단속용...北위협 설명無" 황당한 文정권 예비군 안보교육

산야초 2018. 9. 3. 23:13
"북핵, 내부단속용...北위협 설명無" 황당한 文정권 예비군 안보교육

  • 한기호 기자    
  • 최초승인 2018.09.02 11:39:21
  • 최종수정 2018.09.03 20:28


본사 기자가 작년과 올해 직접 체험한 '예비군 교육'의 현주소
소위 '안보강사'들, 日 침략 과거사만 강조하고 美는 외세로 치부
文정부 軍, '6.25 남침' '김신조 사건' 등 北 위협史 설명 안해
북핵 개발 이유를 '내부단속용'이라며 피폭 참상은 강조…대리위협?
정권 2년차 들어서는 정치적인 南北정상회담 낙관론 주장까지
예비군 훈련이 진행 중인 모습. 해당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예비군 훈련이 진행 중인 모습. 해당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군(軍)의 대북(對北) 무장해제 코드가 300만 예비군 전력(戰力) 관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적(主敵)인 북한 정권을 겨냥한 '정신전력 와해' 징후가 뚜렷하다. 


현 정부는 이미 국군이 침략세력인 북한군과 '동등한 입지'인 양 "적대행위 중단"을 외치며 대북 확성기부터 철거했고, 공동으로 감시초소(GP)를 철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對)전차 방호시설도 당연한 듯 거둬들이는 형국이다.

북한을 주적은커녕 적으로도 부르지 않겠다는 국방백서 개악(改惡)에서도 볼 수 있듯 대적관(對敵觀)이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예비군들을 대상으로는, '안보 강연'의 내용이 문제의 소지가 가장 크다. 이를 주의깊게 청취한 훈련 참여자들에는 "주적 북한의 위협이 안보 교육에서 빠지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2017년 4월19일 대선후보 TV토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 간의 주적 논란 화면.(사진=서울신문 유튜브 채널 캡쳐)
2017년 4월19일 대선후보 TV토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간의 주적 논란 화면.(사진=서울신문 유튜브 채널 캡쳐)

지난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기자는 두번의 전일제 예비군 훈련을 경험했다. 기자는 작년과 올해 8월말 예비군 5·6년차로서 서울 강서·양천구 관할 예비군훈련장에 입소해 각각 8시간 동안의 훈련을 이수했다. 


이때 접한 '안보 강사'들은 마치 '주적은 일본'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주장 일색이었다. 지난해 강사는 군 출신이 아닌 호남지역 모 대학 교수였고, 올해는 비(非)육사 출신 예비역 준장이었는데 질적 차이는 느끼기 어려웠다.


두번의 강연과 경험자들의 전언을 토대로, '북한 정권과 군을 주적으로 부를 수 없다'는 정부로부터 선택받는 '안보 강사'들의 강연 패턴을 특정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강의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중세 일본과 일제에 의한 수난사(史)만 부각시켰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부의 진술을 소개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한 정규군의 예비전력인 예비군을, 자발적 민병대 성격의 '조선 의병'과 '항일 의병'에 빗대는 어색한 논리도 당연한 듯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과거'를 통해 '현재'의 안보를 돌아보자는 취지를 내세운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조선과 대한제국만 화두로 올린다. 정작 북한의 적화(赤化) 야욕이 얽힌 '대한민국 안보'를 논하지 않는다.


강사들 스스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똑 같은 역사의 반복을 경험한다"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격언을 강조하면서도, 지극히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1968년 북한 남파공작원들의 1.21 청와대 침투사건 적발 후 유일하게 생존한 김신조씨(현재 귀순)의 진술 일부.

이들은 그동안 대한민국이 북한 정권을 주적으로 여기고 위협을 주시해 온 역사에 일절 함구한다. 6.25 전쟁 배경 설명부터 빠져 있고, 휴전 이후에도 반복돼 온 도발·테러 사례를 소개하지 않는다.


1968년 1월21일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침투 기도가 예비군 창설의 직접적인 계기였다는 사실(史實)도 알려주지 않는다. 수강 대상인 예비군들이 현역이었을 때 발발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지뢰도발 사건 모두에는 침묵한다.


북한 정권과의 체제경쟁 성패를 입증하는 '자유 대한민국'의 발전사 역시 통째로 건너 뛴다.


반면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유화적이고, 북핵 위협을 '제거 대상'으로 보지 않는 듯한 논변도 관찰된다.


현역 시절을 경험했다면 누구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을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이라는 표현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사상전 대비 필요성 역시 거론하지 않는다.


대북 대화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올해 강사는 예비군 대원들에게 "4월27일과 5월26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9월에도 세번째 회담을 한다고 하니 어쨌든 변화의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이 최근 '핵 폐기·비핵화 거부' 메시지를 더욱 노골화하고, '폼페이오 4차 방북 취소' 등으로 미북간 비핵화 대화가 얼어붙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셈이다. 


이 강사는 "한반도가 빨리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권의 의중을 반영한 정치적 발언이자, 군 내에서 이뤄지기에는 부적절한 수위라는 비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김씨 세습정권이 수백만 아사자를 내면서도 수없는 개발·실험으로 진보시킨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체제 존속을 위한 내부 단속용'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일제 패망을 야기한 히로시마·나가사키 핵폭탄 투하에 따른 피해를 자세히 설명해, 마치 '북측을 대신해 대남 위협을 가한다'는 의구심마저 자아냈다. 만성적 식량난을 벗어나지 못한 북한 예비군을 한 탈북자의 발언을 빌어 '현역 못지 않게 잘 훈련된 군대'로 소개하는 대목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지난 2017년 6월30일(미 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한미 공동선언'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는 어록을 남겼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지난 2017년 6월30일(미 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한미 공동선언'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는 어록을 남겼다.(사진=연합뉴스)

현 정부에서 활동하는 예비군 안보 강사들의 또 다른 특징은, 6.25 전쟁과 베트남전에서 피로 맺어진 혈맹 미국의 존재 의의를 깎아내린다는 점이다.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말 훈련 당시 강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동급의 미치광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었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던 시점 좌파진영발(發)에서 내놓은 양비론과 다를 바가 없는 내용이다.


두 해 모두 안보 강사들은 '동맹으로서의 미국'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미동맹에 기반한 공조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조차 설파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올해 강사는 제국주의 열강에 둘러싸였던 대한제국 시절과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똑같다"고 했다. 동북아 지도 상에서 한·미·일과 북·중·러 국기를 그려넣은 PPT를 띄운 채로였다.


국방력과 한미동맹이 부재한 채 열강에 둘러싸였던 대한제국 시절과 110여년 지난 현재의 안보상황과 국제적 대립 구도를 "똑같다"고 평가하는 건 오도된 안보관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국방력과 한미동맹이 부재한 채 열강에 둘러싸였던 대한제국 시절과 110여년 지난 현재의 안보상황과 국제적 대립 구도를 "똑같다"고 평가하는 건 오도된 안보관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미국이 제국주의 외세였던 110여년 전과 현재 다르지 않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 했다. 피아구분과 구체적 방법론이 결여된 "자주국방" 구호만 떠돌았다.

미국의 6.25 참전을 상기할 만한 교육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강사는 6.25 전쟁과 한미동맹 이야기를 통째로 생략한 강연 후반에야 미국과 터키 출신 참전용사들의 인터뷰를 짧게 소개하는 데 그쳤다.


두번의 강연 모두 강사가 질문을 받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아 실망감은 한층 컸다. 바쁜 사회생활을 뒤로 하고 온 예비군 대원 대부분이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자조를 자아냈다.


전(前) 정부 국방부 시절 만들어져 현재까지 남아 있는 빛바랜 안보 포스터만이 북한의 양면성을 경계하고 역대 대남도발사를 다루는 등 '군인 다운 대북관'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미디어펜 카드뉴스
사진=미디어펜 카드뉴스

한편 지난 3월 국방부가 예비군 창설 50주년 기념으로 새로 제작, 공개했다가 "북한이 아니라 히틀러가 적이란 말이냐"는 논란을 촉발한 '예비군 정신전력교육용 영상교재'는 이번 교육에 사용되지 않았다. 


해당 교재는 공개 당시 예비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근거로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2차대전 당시 스위스의 예비군이 두려워 우회를 택했다'는 내용만 중점적으로 다룬 탓에 야권의 비판을 샀다. 당초 북한의 핵·ICBM·SLBM 실험 장면을 포함시켰다가 삭제한 것으로도 드러나 비판이 가중됐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9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