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 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입니다. 이번 주는 레스토랑 가이드『다이어리알』의 이윤화 대표가 추천한 한식당 ‘자연애’입니다.
“시골서 가져온 좋은 식재료로 정성껏 요리하는 밥집”
[송정의 심(心)식당]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추천 한식당 ‘자연애’
이윤화 대표는 국내에 레스토랑 가이드가 생소했던 2000년 부터 온라인 사이트 다이어리알닷컴(www.diaryr.com)을 운영해왔다. 온라인 정보를 바탕으로 2005년엔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2006』을 내놨고 이후 꾸준히 가이드북과 매체에 맛집 칼럼을 기고하며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맛집을 소개해왔다. 올해는 외식 트렌드와 서울의 맛집 500곳을 소개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 2018』을 출간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전국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고 컨설팅과 강연으로 바쁜 이 대표에게 ‘자연애’는 송파구에 갈 때면 꼭 방문하는 동네 밥집이다. 이 대표는 “곡성에서 올라온 식재료로 정성껏 요리하는 소박한 밥집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가 언제 가더라도 변함없는 모습과 음식으로 맞아준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장이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사용돼 화제가 된 360년 된 씨간장의 주인공인 기순도 식품명인의 장을 받아 사용한다. 이 대표는 “기순도 장인의 장을 비롯해 식재료까지 좋은 것만 고집하는 맛집으로 특히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능이버섯을 듬뿍 넣어 끓인 담백한 찌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남들과 다른 요리하려 ‘연잎·능이버섯’ 찾아내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먹자골목을 지나 새마을 시장 쪽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여느 상가주택과 비슷한 모습의 식당 ‘자연애’가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시골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 9개 정도 놓여있어 한눈에 식당 안이 훤히 보인다. 심우웅 대표는 2009년 한식당을 할만한 가게 자리를 찾기 위해 송파구 구석구석을 다녔는데 규모가 작은 데다 시골집처럼 꾸며져 있는 이 가게를 발견했다. 게다가 잠실새내 주변의 먹자골목엔 젊은 층을 공략한 술집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제대로 된 밥집을 하면 잘 될 것 같았단다.
본래 심 대표는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삼겹살 가게를 5년 정도 운영했다. 그러나 가게를 하면 할수록 오래 하려면 남들과 다른 음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 대표는 “당시 한식 하면 한정식집밖에 없었는데 가격이 비싸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한정식에 나오는 메뉴 중 인기 메뉴 몇 가지에, 나만의 요리를 대표 메뉴로 선보이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마침 아내가 선재 스님 밑에서 사찰요리를 배웠기에 부부가 힘을 합하면 남들과 다른 한식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도 있었다. 그때 주목한 식재료가 연이다. 심 대표의 고향인 곡성에 연 농사를 지어 연잎을 가져와 연잎밥을 지었다. 연잎뿐 아니라 대부분의 식재료를 고향인 곡성에 계신 어머니가 구해 서울로 보냈다. 종가의 맏며느리로 집안의 행사를 도맡았던 심 대표의 어머니는 손맛이 뛰어난데다 인심 좋기로 유명했다. 심 대표는 어린 시절 즐겨먹던 어머니 요리를 떠올리며 요리했고, 어머니는 동네에서 좋은 식재료를 구해 아들에게 보냈다.
자연애의 메뉴 가짓수는 단출하다. 청국장과 3종류의 정식뿐이다. 들깨 수제비·잡채·샐러드·나물 무침에, 연잎밥과 청국장 등 건강한 메뉴들로 한 상 가득 차려낸 연잎밥정식, 여기에 더덕구이와 훈제오리를 추가한 자연애정식, 청국장 대신 능이버섯찌개를 주는 능이버섯정식이다. 연잎밥정식은 얼마 전 가격을 1000원 올리기 전까지 1만원이었다. 오픈 초기부터 1만~2만원에 푸짐한 건강식을 맛보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왔다. 특히 입맛 까다로운 주부,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능이버섯찌개가 있는 능이버섯정식이다. 잘 말려 풍미가 최고인 능이버섯과 소고기 사태를 듬뿍 넣어 끓여낸 능이버섯찌개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담백한 맛으로 어르신들에게 특히 인기다.
기순도 명인의 장으로 만든 담백한 한정식
10년간 식당을 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4년 전 대기업이 잇따라 1만 원대의 한식 뷔페를 열면서 손님이 줄었다. 인근 잠실의 백화점과 몰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맛집이 모여들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더 뜸해졌다. 하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3년 전이다. 각종 나물이며 장까지, 자연애의 주인공인 식재료를 보내주시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심란해 하던 심 대표에게 국내에서 장으로 손꼽히는 식품명인이자 막내 이모인 기순도 명인이 먼저 연락했다. 식당에는 장을 공급하지 않는 게 기 명인의 원칙이지만 힘들게 식당을 꾸려가는 조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죽염으로 담근 간장·고추장 등 장류에, 청국장까지 보냈다. 심 대표도 다시 힘을 내 요리에 집중했다. 다행히 예전 그대로인 음식을 맛보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졌다. 그는 “이 골목까지, 우리 집 요리를 맛보러 오는 사람들이 고맙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예전에 먹던 음식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 지었다.
가격은 거의 10년 전 그대로다. 기본 정식인 연잎밥정식만 1000원 올렸을 뿐 자연애정식·능이버섯정식은 1만5000원, 2만원 그대로다. 식재료와 인건비가 많이 올랐지만,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고마워 올릴 수 없었단다. 그나마다 연잎밥정식은 메뉴에 불고기를 추가하면서 할 수 없이 올렸단다. 심 대표는 “아직 고향에서 식재료를 구하기 때문에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하는 데다 식당 규모가 작은 만큼 아내와 둘이 대부분 일을 하기 때문에 가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엔 한국외식업중앙회로부터 식생활 문화개선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았다. 심 대표는 “자녀가 다 큰 만큼 큰 욕심 없이 좋은 요리를 지금처럼 계속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자연애는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문을 여는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저녁 영업을 위해 잠시 쉰다. 좌석 수가 적은 만큼 예약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