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한·미 공조 아래 원거리 정찰 자산, 고고도 유·무인 정찰기, 인공위성 등을 중첩 운용해 북을 감시하고 있어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국군은 무엇 하러 필요도 없는 정찰을 해왔으며 왜 엄청난 세금을 들여 정찰기를 사들였나. 미군이 운용하는 U-2 등 정찰기와 정찰 위성은 북한 후방 지역의 핵 시설 등 감시가 주 임무다. 우리 군이 군단급 이하 부대에 자체 무인기 도입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설령 미군 정찰 자산을 전방 지역 감시에 투입한다 해도 24시간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건 불가능하다. 전·후방 정찰 능력 모두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군 정찰 자산의 지원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 철수를 쉽게 얘기하는 사람이다. 미군은 비행금지구역 확대에 지금까지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만약 한·미 동맹 균열이 일어나면 국군은 눈 없이 싸울 수 있나.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느냐는 것인가.
세계 역사의 모든 군비 통제는 상대를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때만 성공했다. 그러려면 상호 감시·정찰을 강화해야 하는 데 이번 군사 합의는 거꾸로 정찰 역량을 제한했다. 이런 남북 군사 합의가 다음 달 1일부터 실제 실시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 비핵화 협상은 최악의 경우 정치 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군사 합의는 즉각 우리 안보 대비 태세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국군 안에서도 걱정하는 군인이 없을 리 없지만 모두 입을 닫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