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합의로 서북도서선 못쏴
북한 장산곶과 거리 15㎞ 감안
사거리 18㎞ 안팎 사격장 필요
가장 긴 포항훈련장도 10㎞ 안 돼
이후 지난달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 때 남북 군사합의서를 도출해 서북 도서를 포함한 서해 완충 수역에서 포 사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해당 수역에서 AㆍB 수준의 훈련은 불가능해졌다. 여기에는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 스파이크 미사일 등의 훈련이 포함된다. K6 중기관총, 해상 벌컨포 등 기관총급 무기로 하는 C 수준의 훈련은 남북 군사합의에 해당되지 않아 현지 훈련이 가능하지만 군은 이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일단 육지 훈련으로 전환했다.
군은 서북도서에서 불가능해진 AㆍB 수준의 포 사격 훈련을 모두 육지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포병과 장비를 육지로 빼내는 순환식 내륙지역 사격훈련을 계획 중”이라며 “합참 예규를 수정해 훈련에 문제가 없도록 세부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육지에서 실시하는 훈련에서 해상 포격 훈련의 효과를 얻는 게 어렵다는 게 군 안팎의 중론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육지 훈련장의 최대 사거리가 턱없이 짧다는 점이다. 합참에 따르면 파주 사격장의 경우 최대 사거리가 7㎞에 불과하다. 사거리가 가장 긴 포항 해병대 사격장도 10㎞를 넘지 못한다. 반면 서북도서의 우리 군 부대와 장산곶 일대의 북한 장사정포 부대 간 거리는 15㎞다. 따라서 최소한 이 정도의 거리를 놓고 조준하며 타격하는 훈련을 해야 훈련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군은 실제로 지난 5년간 최대 사거리가 40㎞에 달하는 K-9 등으로 해당 타격 거리를 감안해 해상에서 20차례 이상 실전 훈련을 실시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아무리 성능이 좋은 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 된 조건에서 실전 훈련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포격 훈련은 실제 현장의 장비를 사용해야 실전에 대비하는 효과를 거둔다. 이때문에 군 내에선 서북도서에 있는 K-9을 배로 실어 육지 훈련장으로 가져간 뒤 포격 훈련을 마치고 다시 서북도서로 갖고 돌아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포격 훈련을 할 때마다 자주포를 싣고 바다를 오간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부를 가능성이 커서 군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인원 외에 K-9 같은 등 무기를 육지로 이동시켜 훈련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과 에너지가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을 들여 인력과 무기를 육지로 옮겨 포격 훈련에 나서도 문제는 계속된다. 기존 사격장을 훈련장으로 쓸 경우 내륙 부대의 훈련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새로운 훈련지를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기존 훈련장을 놓고도 주민 민원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새로 사격장을 조성하는 것은 범정부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게 군내 기류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