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계상황 몰린 방산업계
10대 방산업체 수출 35% '후퇴'
한화 방산계열사 3곳도
영업이익률 반토막, 가동률 '뚝'
정부, 재래식 무기 감축 검토에
과도한 규제…비용 부담 이어져
중소업체 "방산업체 지정 포기"
유도무기와 레이더 등을 생산하는 방산업계 매출 1위(1조7613억원) 기업 LIG넥스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억원에 불과했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0.24%. 지난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8.3%, 한국은행 집계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2%)보다도 낮다. 1년간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의미다. 방위산업에 대한 감시·규제 일변도 정책과 국산 무기의 역차별 속에 방산업계가 고사(枯死) 위기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보하는 방산업계
한국경제신문이 4일 산업연구원과 함께 LIG넥스원, 한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국내 10대 방산업체(매출 기준)를 조사한 결과 생산과 수출, 고용 지표가 2016년 이후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0조원(10조6145억원)을 돌파했던 매출(10개 업체 방산부문 매출 합계치)은 지난해 9조5827억원으로 다시 1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수출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0대 방산업체 수출액은 1조4990억원으로 전년(2조2869억원)보다 34.5% 줄었다. 2011년 6428억원에서 2016년 2조2869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6%로 전년 대비 4.1%포인트 낮아지는 등 지난 10년간 계속 증가하던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방산업체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한계 상황에 내몰린 지 오래다. 국내 93개 방산기업(정부 지정 업체)의 방산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0년 7.4%에서 2016년엔 3.4%로 ‘반 토막’이 났다. 2016년 영업이익 3200억원을 기록한 KAI는 지난해 2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디펜스, 한화지상방산 등 한화 방산계열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1.8~3.9%에 그쳤다. 공장 가동률도 부진하다. 2016년 방산업체의 방산부문 평균 공장 가동률은 68.6%로 회사 전체 가동률(83.0%)보다 15%포인트가량 낮았다.
세계 방산업계에서 한국 업체들의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에 따르면 한화그룹 방산부문의 매출은 38억9500만달러(2017년 기준)로 세계 1위 록히드마틴(479억8500만달러)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간판 떼는 중소 방산업체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소 방산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1%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화해 분위기 속에 정부가 재래식 무기 감축까지 검토하면서 위기감은 확산하는 추세다.
중소 방산업체의 가동률 하락 폭도 대기업보다 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엔 중소업체 가동률이 57.1%로 대기업(56.7%)을 소폭 앞섰다. 하지만 2016년엔 대기업의 가동률이 73.8%로 중소업체(65.6%)보다 8.2%포인트 높았다. 2016년 국내 방산 생산액 16조4269억원 가운데 중소기업 생산액은 2조6644억원으로 전체의 16.2% 수준에 불과했다.
거미줄같이 촘촘한 규제 탓에 방산업체 지정을 포기하는 중소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16년 100곳이던 방산업체는 지난달 93개로 줄었다. 지난해 정부가 보안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방산업체의 인터넷망을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분리하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했는데, 망 분리 비용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 방산업체 대표는 “연 매출이 3억원인 업체가 5억원이 드는 망분리 작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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