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시범 철수ㆍ파괴하기로 한 비무장지대(DMZ)의 경비초소(GP) 11곳 중 일부에서 총안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국방부는 이날 지난 12일 남북이 각각 시범 철수·파괴하기로 했던 11곳, 총 22곳의 GP를 상호 현장검증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총안구는 북한군이 지하 진지에서 총포를 쏠 수 있도록 만든 구멍을 뜻한다. 북한군이 화점(火點)이라고 부르는 총안구는 보통 GP와 지하 갱도나 참호로 연결돼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시범 철수·파괴하기로 한 북한군 11곳 GP 중 5곳에서 1~2개씩 총안구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모두 5~10개의 총안구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들 총안구가 접근이 불가능한 미확인 지뢰지대에 있거나, 시범철수 대상 GP가 아닌 인근 GP 관할이라는 북한군의 설명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뢰지대에 접근이 어려워 남측의 직접 확인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 당국자는 해당 지역에 북측도 접근이 불가능한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일단 국방부는 총안구로 통하는 지하 갱도 또는 참호가 끊어져 있거나, 해당 총안구가 GP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불능화 상태로 판정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GP가 기능하기 위해선 지상의 감시소 중심으로 총안구·교통호 등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이들 지하시설의 연결 지점이 파괴돼 불능화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11개 검증반의 현장 조사를 토대로 자체적으로 통합평가분석회의와 토의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북측 GP 내 병력과 장비가 철수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남겨진 총안구를 놓곤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군이 일부 GP에서 총안구를 대충 흙으로 덮은 모습이 목격됐다”며 “총안구까지 폭파할 폭약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둔 것인지 군 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정부 소식통은 “북한군이 일부 GP에서 총안구를 대충 흙으로 덮은 모습이 목격됐다”며 “총안구까지 폭파할 폭약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둔 것인지 군 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