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먼지 묻어 발견된 '박정희'선물 '낙동강천리도'는 지금?
[중앙일보] 입력 2019.01.09 11:00
영남대 중앙도서관 지하 열람실에 걸려 있는 낙동강 천리도(붉은 선 안). [사진 중앙포토]
유산 민경갑(1933~2018)은 청와대 접견실에 걸린 '장생'을 그린 국내 유명 동양 화가다. 노산 이은상(1903~1982)은 가고파, 고향생각, 성불사의 밤을 쓴
시인이다. 일중 김충현(1921~2006)은 독립기념관 현판 글씨를 쓴 국내 최고 서예가다. 1970년 이들 당대 최고의 동양 화가·시인·서예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낙동강 1300리를 담기 위해서다. 헬기를 타고 낙동강을 돌아본 이들은 합작해 그림을 그렸다. 바로 '낙동강천리도'.
낙동강천리도의 일부 모습. 작품에 참여한 작가들의 낙인이 보인다. [사진 독자제공]
10일에 영남대 캠퍼스에서 복원기념 제막식 열려
1년간 복원 과정 거쳐, 영인본 2점도 제작해 눈길
원본은 처음 발견된 영남대 지하열림실에 그대로
영남대 문화재급 그림, 학교 대표 상징물로 사용
길이 24m, 폭 1m에 이르는 국내 최대 크기의 수묵화다.값을 매길 수 없는 작품이다.
영남대가 오는 10일 경산 캠퍼스에서 '낙동강천리도' 복원기념 제막식을 연다. 1년여 만에 낙동강천리도를 제대로 복원해 학교 대표 상징물로 재조명했다고면서다. 도대체 영남대와 낙동강천리도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이 둘의 연결고리는 대학의 실질적 설립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영남대는 1967년 개교했다.
낙동강천리도의 일부. 붓으로 그린 수묵화다. [사진 독자제공]
낙동강천리도는 박 전 대통령이 처음 기획했다고 한다. 그는 당대 거장들에게 부탁해 낙동강천리도를 제작했고, 영남대 개교를 기념하는 선물로 대학에 전달한 것이다. 그렇게 낙동강천리도는 과거 대학 도서관이 있던 대구시 대명동 도서관에 처음 내걸렸다. 그러다 세월이 흘렀고, 무관심해졌다.
2005년쯤 경산시 현 교내 중앙도서관 지하 열람실 자리로 옮겨졌다. 무관심 속에 지하 열람실에 걸린 낙동강천리도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벽에 걸려는 있지만, 학생들은 커다란 벽지 같은 느낌 정도를 가질 뿐이었다.
서길수 영남대 총장은 "주호영 국회의원 등 과거 영남대에서 공부했던 지인들이 낙동강천리도를 기억해 행방을 물어, 확인해보니 지하 열람실 벽에 그림이 아무렇게 꺾어진 상태, 먼지 묻은 모습으로 걸려 있었다"며 "문화재급 그림인 만큼 학교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영남대는 실무위원회를 꾸려 낙동강천리도를 지하 열람실에서 끄집어내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영인본(影印本)도 2점 더 제작했다. 복원 원본은 새해 지하 열람실에 깨끗한 액자에 다시 넣어 학생들이 보도록 다시 내걸었다.
영인본 2점은 각각 학교 공연장인 천마아트센터 입구와 영남대병원 호흡기센터에 걸었다. 영남대는 낙동강천리도 복원기념 제막식에서 낙동강천리도 스케치본과 제작 과정 필름 등을 최초로 전시한다. 미술계 교수와 평론가, 복원비용등을 기탁한 대학 동문이 제막식에 참석한다.
경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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