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행정관의 육참총장 면담은 예사이고 외교·안보 부처에선 "모든 건 비서관·보좌관 거쳐야"
청와대의 獨走와 월권 심해
이명박 정부 당시 류우익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방장관에게 알리지 않고 3군(軍) 참모총장을 청와대로 부른 적이 있다. 그는 장성 인사에 대해 차례로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당장 월권(越權)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이 아닌 비서실장이 직접 군 수뇌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인사에 관여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당시 류 실장은 국방장관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정부에선 비서실장도 아닌 5급 행정관이 요구해 육군 참모총장을 만났다. 정모 행정관은 곧 있을 장성(將星) 인사 자료를 들고 나갔다. 인사 얘기가 오갔을 것이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육군을 대표하는 최고 수장(首長)이 행정관에게 인사 보고를 한 모양새인데, 청와대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군 인사는 기본적으로 각군 참모총장에게 추천권이 있다. 대통령은 각군에서 만들어 올린 인사안을 검증하고 조정한다. 그런데 행정관이 장성 인사 자료를 들고 총장을 따로 만난 것이다. 청와대는 "정 행정관은 단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최소한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인사 심부름'을 했는지라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행정관에게 지시했을 리는 없을 테니 다른 누군가가 월권적으로 군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더구나 청와대에서 장성 인사 명단까지 카톡으로 유출(流出)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요즘 외교·안보 담당 정부 부처 안에선 "모든 건 '친문(親文) 어공(정당이나 선거 캠프에서 일하다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 비서관·행정관이나 정책보좌관들 손을 거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어공 인맥'들이 사실상 인사와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위세가 대단하니 육군 참모총장도 친문 '어공' 행정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기무사가 작성했던 '계엄 문건'도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인사부터 첩보까지 모든 게 청와대 비서실로 향하고 있다. 박찬주 전(前) 육군 대장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에 대한 잇따른 '적폐 몰이 수사' 이후 군은 감히 청와대에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러니 군 수뇌부도 모든 걸 청와대 기류에 맞추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최근 김정은 서울 답방(答訪) 시 천안함·연평도 도발 사과 필요성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면서 미래로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뒤늦게 수습했다. 청와대가 김정은 답방에 매달리니 우리 장병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3축 체계'를 강화하려던 '국방 개혁안'이 청와대에서 퇴짜를 맞자 지난 11일 공개된 국방 중기 계획에서는 킬 체인 등 '3축 체제'라는 말 자체가 바뀌었다. 군은 대북 군사 대응 체제에 구멍이 뚫린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9·19 군사합의서에 서명했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김정은 앞에서 "답방하면 해병대를 시켜서 한라산 정상에 헬기장을 만들겠다"고까지 했다. 북한 도발에 만반의 대비 태세를 세워야 할 군이 먼저 나사가 풀려 '평화 타령'에 앞장선 것이다.
군은 정치 조직이 아니다. 만일에 대비해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정치 기류에 휩쓸려 정작 자기 할 일을 잊은 듯하다. 청와대의 '독주'와 '월권'이 그걸 계속 조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부에선 비서실장도 아닌 5급 행정관이 요구해 육군 참모총장을 만났다. 정모 행정관은 곧 있을 장성(將星) 인사 자료를 들고 나갔다. 인사 얘기가 오갔을 것이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육군을 대표하는 최고 수장(首長)이 행정관에게 인사 보고를 한 모양새인데, 청와대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군 인사는 기본적으로 각군 참모총장에게 추천권이 있다. 대통령은 각군에서 만들어 올린 인사안을 검증하고 조정한다. 그런데 행정관이 장성 인사 자료를 들고 총장을 따로 만난 것이다. 청와대는 "정 행정관은 단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최소한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인사 심부름'을 했는지라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행정관에게 지시했을 리는 없을 테니 다른 누군가가 월권적으로 군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더구나 청와대에서 장성 인사 명단까지 카톡으로 유출(流出)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요즘 외교·안보 담당 정부 부처 안에선 "모든 건 '친문(親文) 어공(정당이나 선거 캠프에서 일하다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 비서관·행정관이나 정책보좌관들 손을 거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어공 인맥'들이 사실상 인사와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위세가 대단하니 육군 참모총장도 친문 '어공' 행정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기무사가 작성했던 '계엄 문건'도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인사부터 첩보까지 모든 게 청와대 비서실로 향하고 있다. 박찬주 전(前) 육군 대장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에 대한 잇따른 '적폐 몰이 수사' 이후 군은 감히 청와대에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러니 군 수뇌부도 모든 걸 청와대 기류에 맞추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최근 김정은 서울 답방(答訪) 시 천안함·연평도 도발 사과 필요성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면서 미래로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뒤늦게 수습했다. 청와대가 김정은 답방에 매달리니 우리 장병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3축 체계'를 강화하려던 '국방 개혁안'이 청와대에서 퇴짜를 맞자 지난 11일 공개된 국방 중기 계획에서는 킬 체인 등 '3축 체제'라는 말 자체가 바뀌었다. 군은 대북 군사 대응 체제에 구멍이 뚫린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9·19 군사합의서에 서명했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김정은 앞에서 "답방하면 해병대를 시켜서 한라산 정상에 헬기장을 만들겠다"고까지 했다. 북한 도발에 만반의 대비 태세를 세워야 할 군이 먼저 나사가 풀려 '평화 타령'에 앞장선 것이다.
군은 정치 조직이 아니다. 만일에 대비해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정치 기류에 휩쓸려 정작 자기 할 일을 잊은 듯하다. 청와대의 '독주'와 '월권'이 그걸 계속 조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