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고서화

안견 (安堅)

산야초 2019. 1. 31. 22:51

안견 (安堅)


안견 (安堅 ?∼?) 조선 초기 화가. 자는 가도(可度)·득수(得守), 호는 현동자(玄洞子)·주경(朱耕). 본관은 지곡(池谷).

세종 때 도화원(圖畵院)의 종6품 벼슬인 선화(善畵)에서 체아직(遞兒職)인 정4품 호군으로 승진되었다. 

 1447년(세종 29) 안평대군(安平大君)을 위하여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그렸고,

다음해에 《의장도(儀仗圖)》를 그렸다. 신숙주(申叔舟)의 《보한재집(保閑齋集)》에 의하면 안견은 안평대군을

가까이 섬기면서 안평대군이 소장하고 있던 고화(古畵)들을 섭렵함으로써 독특한 화풍을 이루었다.

산수화에 가장 뛰어났으며, 그 밖에 초상(肖像)·화훼(花卉)·매죽(梅竹)·노안·누각(樓閣)·말〔馬〕·의장도 등

다양한 소재를 그렸다 안견은 북송의 곽희 계통의 화풍을 지닌 산수화가로서, 그의 작품 몽유도원도에는

북송의 원체화풍이 반영되어 있다. 다만, 안견의 그림은 북송의 그림에 비하여 그 색감이 온아하며,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당시 조선 산수화의 한 특색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안견의 스승이나 그의 화력을

자세하게 밝힐 수 있는 자료는 없으나, 그가 안평대군의 문하에 드나들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어서,

안견이 안평 대군의 수많은 소장품을 통해서 중국 역대의 화풍을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으리라 보여진다. 

 따라서, 안견은 북송의 곽희의 화풍을 토대로 자신의 화풍을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쪽에 치우친

편파 구도, 몇 개의 흩어진 경물(景物)들로 이루어졌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구도, 그리고 개성이 강한

필묵법 등은 그의 독자적인 화풍의 특색을 잘 나타낸다.



 1.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안견 비단에 채색 38.7cm x 106.5cm 일본 텐리다이 도서관 1447(세종 29) 안평대군은

어느 날 꿈에 본 아름다운 도원의 모습을 안견에게 들려주며 그림을 그리게 했다. 

 이 그림이 바로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이다. 그림의 앞부분에 있는 안평대군이 직접 쓴

서문(序文)에는 세종 29년 4월 20일 한밤중에 박팽년을 비롯한 당시의 유명한 신하들과

함께 꿈속에서 도원을 유람한 내용을 자세히 적고 그 꿈을 줄거리로 하여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고 쓰여져 있다. 그 내용은 중국 북송대 도연명(陶淵明)이 쓴 〈도화원기(桃花園記)〉와

비슷한 내용으로, 이를 주제로 그린 그림이 중국이나 우리 나라에도 여럿 전한다.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큰 바위가 가로막고 바위에는 작은 구멍이 있어

들어가 보니 복숭아꽃이 활짝 핀 한가로운 마을이 열리고 몇몇 사람들만이 살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도화원기〉의 내용과 비슷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나 사람들은 없고

인가 두어 채와 복숭아꽃만 활짝 피어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나무나 산의 표현에서 당시 유행했던 북송대 곽희(郭熙)의 화풍을 엿볼 수 있는데,

바위산의 아랫부분은 구름에 싸여 부풀어오르듯 솟아 있고, 나무들은 잎이 다 떨어진 한림(寒林)을

해조묘법으로 표현하여 험준한 산과 평화로운 도원의 대조가 뚜렷하다. 

 더구나 안평대군을 비롯한 세종조 여러 문신들의 제발문(題跋文)이 있어서 회화사나 서예사에

있어서 매우 가치가 높다. 이 그림은 두루마리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보통의 두루마리 형식과는

달리 그림 속의 사건 전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이 되는 점이 특이하다.

그런데 이 걸작이 우리 나라에 전해지지 못하고 일본에 소장되어 있어서 아쉽기만 하다.


2.안견의몽유도원도(암산)


 



3.안견의몽유도원도(도원)


 



4.적벽도(赤壁圖)


 


안견이라 전함 비단에 담채 161.5cm x 102.3cm 이 〈적벽도〉는 안견의 작품으로 전해오는

여러 그림들 중 가장 큰 작품이다. 적벽(赤壁)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적벽대전이 일어난 곳이자,

중국 북송대의 문장가였던 동파(東坡) 소식의 〈적벽부〉의 배경이 된 곳으로, 중국에서

이를 주제로 한 유사한 그림이 많이 전해온다. 화면의 오른쪽 위에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며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산의 형태와 그 밑의 무성한 나무들의 모습은 〈몽유도원도〉에서 보여주었던 안견

특유의 필치와 비슷함을 볼 수 있다. 적벽은 강한 느낌을 주는 반면, 적벽을 감상하고 있는

인물들은 가는 붓으로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필치로 그려 필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안견의 높은 경지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그림의 인물 표현이 뛰어나지만

안견이 인물화를 잘 그린 예를 찾지 못하여, 이 그림은 인물화에 더 능숙하고 안견풍의

화풍을 구사한 다른 화가의 그림이 아닌가 추정되기도 한다.